윤석열 '당 해체' 발언 파장..당 분열에 기름 붓고 '대범 모드'도 강제 해제

박순봉 기자 입력 2021. 10. 14. 16:57 수정 2021. 10. 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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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당 해체’ 발언... ‘대범 모드’ 전략 해제
홍준표, “참 오만 방자하다”, 유승민,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시절 버릇이냐” 맹공격
“정신 차리고 투쟁성 강화하자는 뜻” 해명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 경쟁 주자들을 비판하면서 내놓은 ‘당 해체’ 발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공격하자 홍 의원은 “참 오만방자하다”, 유 전 의원은 “뒤에서 칼을 꽂느냐”며 맞받았다. 윤 전 총장 스스로 당내 주자들에게 ‘깐부(같은편) 동맹’을 제안한 지 3일 만에 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내 분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정책 대결을 제안하며 큰 그릇을 보여주려던 윤 전 총장의 ‘대범 모드’ 전략도 강제 해제돼 스텝이 꼬이게 됐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 참석,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홍·유 맹비판…깐부는 어디로?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열린 윤석열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작심한 듯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판에 들어오니까 이건 여당이 따로 없고 야당이 따로 없다”며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이 대장동 의혹의 ‘이재명 경기지사-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가 기획본부장’과 고발 사주 의혹의 ‘윤 전 총장-손준성 검사’의 관계를 비슷하다고 비유한 것을 거론하며 “이게 도대체 야당 대선 후보가 할 소리인가. 이런 사람이 정권교체를 하겠나”라고 공격했다.

윤 전 총장은 제주도를 제2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들겠다는 홍준표 의원의 공약을 두고는 “그 사막에 대형관광호텔 시설, 도박장을 때려 넣은 라스베이거스에 살고 싶은가”, “무책임한 이런 ‘사이다’, 건설업자나 좋아하는 이런 공약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당에서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와서 폭탄을 던지고 다닌다”고 직격했다.

윤 전 총장은 또 “그분들이 제대로 했으면 이 정권이 넘어갔겠으며, 제대로 했으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저렇게 박살이 났겠나”, “우리 당 (다른) 후보가 만약에 (최종 후보가) 된다면 (털리는 데) 일주일도 안 걸린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 홍 의원이 자신과 가족을 ‘범죄공동체’에 비유하는 등 거친 공격을 해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 의원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깐부 아니냐”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캠프에서 홍 의원에게 “막말은 고질병”이라고 논평한 것에 대해서도 경고를 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11일 호남권 합동 토론회에서는 주로 수비에 집중하며 정책질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다른 후보를 아우르는 ‘대범 모드’로 전략을 수립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과 3일 만에 경쟁 주자들에게 거친 감정적 표현을 쏟아내면서 스탠스가 흔들리게 됐다. 캠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본선에서는 하셨어도 괜찮을 발언이었지만, 경선 단계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유승민 반격 “버르장머리” “뵈는 게 없나”

경쟁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홍 의원은 14일 SNS에 윤 전 총장을 “참 오만 방자하다”,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여태 검찰 후배라고 조심스레 다루었지만 다음 토론 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 하겠다”며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도 적었다.

유 전 의원도 맹공격을 펼쳤다. 그는 이날 SNS에 “뭐가 두려워서 등 뒤에서 칼을 꽂느냐.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시절 버릇이냐”며 “떳떳하면 TV토론에서 사람 눈을 보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적었다. “일주일만 털면 다 나온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언급한 뒤 “특수부 검사다운 말버릇”이라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 “그 말의 내용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그렇게 우리 당에 대해 경험도 없고 애정도 없는 사람이 왜 이 당에 들어와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윤 전 총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윤 전 총장의 공격 대상은 아니었지만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 SNS에 윤 전 총장의 ‘당 해체’ 발언을 언급하며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윤석열 “정신 차리고 투쟁성 강화” 해명

윤 전 총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경기도 당원간담회에서 “우리 당이 야당으로서의 투쟁성을 좀 많이 잃지 않았나. 그래서 우리 당이 정말 이럴 거면 문 닫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게 당의 문을 닫자는 게 아니고 우리가 더 정신 차리고 투쟁성을 더 강화해서 당내 독재로 병든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더 이상 무도한 짓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선거는) 우리 모두의 대선이지 제가 당 후보가 된다고 해서 저 혼자의 선거가 아니다. 저는 이 당을 쇄신하고 국민께 당의 지지를 더 호소하기 위해 리크루트(채용) 된 사람”이라며 “우리 당도 특정인, 계보에 의한 당이 아니고, 당원을 넓게 아우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포용할 수 있는 민주 정당으로 거듭나야 투쟁력도 생긴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은 SNS에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겨냥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권 교체를 위한 길에만 매진하자는 윤 전 총장의 발언 취지는 무시하고 본인들께서 당과 보수의 주인인 것처럼 말하며 거센 내부 공격을 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경기도당에서 진행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윤 후보 입장이 (경쟁 후보들의) 공격에 대해서 반응하는 것이었다면 그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아하다”라면서 “초기 후보 간 기 싸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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