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커크 선장, 진짜 우주로 날아올랐다
1960년대 첫 방영 이후 세계 각지에서 거대 팬덤을 만든 미국의 유명 공상과학(SF) 드라마 ‘스타트렉’의 주인공 윌리엄 섀트너(90)가 세트장이 아닌 실제 우주를 비행했다.
이번 비행에는 섀트너가 드라마 속에서 연기한 제임스 커크 선장의 우주선 USS엔터프라이즈호가 아닌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가 사용됐지만, 과거의 SF 드라마의 장면이 이젠 현실이 되면서 민간 우주여행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음속 3배로 카르만 라인 넘어서
이날 이들을 실은 뉴 셰퍼드는 고도 75㎞에서 로켓과 분리된 뒤, 음속의 3배에 이르는 속도로 최대 고도인 106㎞에 도달했다가 서서히 낙하를 시작했다. 지난 7월 블루오리진의 첫 우주비행에 이어 두 번째로 이른바 ‘카르만 라인’(고도 100㎞)을 넘어가서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체험을 하는 준궤도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약 3분의 미세중력 비행시간을 포함해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11분 남짓으로 지난 비행과 비슷했다. 뉴 셰퍼드를 띄워 올렸던 로켓도 발사장에서 3㎞ 떨어진 착륙장에 무사히 내려왔다.
이번 비행으로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은 3개월 만에 90세로 늘어나게 됐다. 종전 기록은 지난 7월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블루오리진의 첫 준궤도 여행 참가한 82세의 월리 펑크였다. 그는 나사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주선에 오르지 못했다.
“스타트랙 현실이 됐다” 환호
이번 우주 여행에 스타트렉 팬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트렉 팬’ 들이 그(섀트너)의 여행에 흥분하고 있다”며 “USS엔터프라이즈호를 타고 우주 공간을 가로질렀던 섀트너가 한때 SF소설처럼 보였던 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AP 통신도 섀트너 우주여행을 “공상 과학과 실제 과학의 조우”라고 평가했다.
“내 인생보다 큰 경험”
지난 2011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모닝콜을 녹음할 정도로 우주비행에 큰 관심을 보였던 섀트너도 비행 직후 그를 마중 나온 베이조스를 만나 울먹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번 여행에 대해 “당신이 내게 준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경험을 하고 왔다”며 “밝고 다채로운 지구와 칠흑 같고 광활한 우주의 대조적인 모습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은유 같았다”고 설명했다.
90세의 노배우는 비행 직전 올린 영상에서도 “커크 선장 역할은 나에게 미래 우주인이 가질 지식을 선사했지만, 나는 항상 (우주여행) 호기심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우주 상업여행 시대 경쟁 심화
또 이번 비행은 최근 블루오리진의 전‧현직 직원 21명이 로켓 안전성 문제를 고발하며 불거졌던 어수선한 분위기도 일시적으로 잠재우고 있다. 앞서 베이조스를 비롯한 경영진이 민간 우주여행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로켓의 안전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폭로가 나와 미 연방항공청(FAA)이 이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우주 관광 사업의 패권을 놓고 베이조스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민간 우주여행 산업이 10년 내 연간 30억 달러(약 3조5565억원) 시장 가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억만장자들의 허영심 비판 여전
이와 관련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은 섀트너의 비행 직후 “인간이 다음에 살 곳을 찾기보단 지구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세계 최고의 두뇌와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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