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쉬고 싶다" 죽은 자영업자가 말하는 K방역 [좋은데, 싫었습니다]
[강성국 기자]
▲ 국내에서 세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한 26일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쓴 가족이 열차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1.26 |
ⓒ 연합뉴스 |
한편으로 급격하게 생겨나는 부와 가난도 목격할 수 있었다. 정권 4년 동안 2배가 오르고 지금도 끝없이 폭주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 유례없이 많은 돈이 몰려들며 호황을 누리는 주식시장과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사람들을 홀려 끌어 모으는 가상자산들. 반대로 언제든 경제 위기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치솟고 있는 자영업자 폐업지수와 개인파산 신청들. 좁혀지지 않고 벌어지는 빈부의 간극.
그리고 매일 새롭게 갱신되는 숫자들. 33만 명의 누적 확진자. 그 중 30만 명의 격리해제, 그리고 2583명의 사망자. 죽음. 그런데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이르는 죽음 이외에도 다른 죽음들이 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죽음이다. 이 죽음들은 저 사망자 숫자들에도 한 데 섞이지 않는다. 이 죽음들의 원인은 코로나19의 감염이 아니라 소위 '극단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A, B, C의 죽음
대구에서 꼬치집을 운영하던 A는 올해 1월 운영하던 음식점 매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호프집을 운영하던 A는 지난해 신천지발 대구 집단감염을 버티고 업종을 꼬치집으로 변경해 가게를 새 단장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거리두기에 연말 특별 방역조치가 이어지며 가게 상황은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A가 빚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A의 죽음 이후 A의 가게 자리에는 무인 인형뽑기 매장이 생겼다고 한다.
▲ 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2021.1.15 |
ⓒ 유성호 |
서울에서 20년 넘게 호프집을 운영했던 C는 9월 7일 자택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운영하던 호프집에 단체손님이 끊기며 가게 사정이 어려워졌고 월 임대료 1000만 원과 직원 월급 마련도 힘겨워졌다. 결국 원룸을 빼고 주변에 돈을 빌려 직원 월급을 지불한 뒤 사망했다. C는 생전 복지재단과 정당, 사회단체를 후원하는 등 사회참여와 선행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A, B, C의 죽음은 한국 스스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K-방역의 어두운 단면이다. 대부분 국가의 정부가 마찬가지였지만 한국 정부의 방역 정책 역시 통제와 관리에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즉각적으로 거리두기 캠페인을 시작했고 거리두기의 강도를 3단계에서 4단계로 나누어 방역 수칙으로 정책화했다. 지금까지 4차례의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전국적으로 고강도 거리두기가 시행되었고 확진자 규모는 상시적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소심한 욕 한마디 남기지 않고
하지만 이 자랑스러운 방역의 성과는 여태 자영업자들의 일방적인 인내를 강요했다. 지난해부터 상시적으로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식점과 주점, 노래방들에게 허용된 시간은 밤 9시까지였다. 식사를 주로 판매하거나 배달이 용이한 음식들을 파는 가게들이 아니라면 실제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손님들이 퇴근하는 6시부터라고 어림잡아보면 딱 세 시간의 하루 벌이였다. 그 절실한 세 시간도 사람들이 마음 놓고 모일 수 없으니 자영업자 A, B, C는 손님 만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손님들이 떨어져 나가도 매달 800만 원, 1000만 원 하는 임대료는 고스란히 빚으로 쌓였다. 한 달 버는 돈을 고스란히 모은다고 해도 생활비는커녕 한 명 인건비를 못 채웠다. 자영업자 A, B, C가 마지막 남은 직원들을 내보내고 손님 없는 가게에서 코로나19 이후 1년 8개월의 시간이 들이미는 계산서와 마주했을 때는 눈앞이 캄캄해졌을 것이다.
▲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모인 코로나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이날 오후 11시부터 9일 오전 1시경까지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2021.9.9 |
ⓒ 비대위제공 |
자영업자 A, B, C가 손에 쥘 수 있었던 건, '새희망자금', '버팀목자금', '희망회복자금'이라는 헛갈리는 이름으로 세 번에 나뉘어 전해진, 한 달 가게 임대료도 못 내는 몇 백 만원이 전부였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삶의 계산서 앞에서 자영업자 A, B, C의 죽음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은 아니었을까.
자영업자 A, B, C는 자신들에게 닥친 재난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각종 자산가치의 증가로 바벨탑처럼 쌓아 올려지는, 자신들과 관계없는 세상의 부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1년 8개월간 이어진 긴 절망이 못 견디도록 피곤해졌을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그 피로가 얼마나 컸던지 스스로 숨을 끊는 순간까지 이 무심한 나라에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소심한 욕 한마디 남기지 않았다.
자영업자 A, B, C에게는 코로나19가 재난이었을까, 사람의 삶을 살피지 않는 방역 정책이 재난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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