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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수사 제동..검찰, 녹취록 의존 설익은 영장 자충수

박재현 입력 2021. 10. 14. 23:33 수정 2021. 10. 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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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배임·뇌물 대가성입증 부족 해석..방어권 보장도 지적
검찰, 보강 수사 거쳐 영장 재청구 가능성..녹취록 외에 증거 확보 관건
법원 도착한 김만배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10.14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김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씨를 소환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검찰이 영장에 범죄사실로 기재한 배임과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입증 부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사업 협약서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는 식으로 민간사업자에게 수천억원대 초과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김씨 측은 이 같은 행위가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을 통해 아무런 리스크 없이 고정 이익을 확보했고, 이후 이례적인 부동산 활황으로 민간 사업자 몫이 커진 것일 뿐 공사에 손해를 입힌 것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관합동 개발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음에도 검찰이 이러한 사업 구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유사 사례들과의 비교 없이 성급하게 배임으로 단정 지었다고 반발했다.

김씨 측은 또 검찰이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지급된 50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김씨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회의원을 지낸 곽 의원으로부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편의를 받은 대가로 그 아들에게 거액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편의를 어느 시점에 받았는지에 대한 명시가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뇌물을 받았다고 본 곽 의원이나 곽 의원 아들을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김씨 측은 영장심사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져, 이러한 김씨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어느 정도 수긍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외에 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이날 심사에서 정 회계사의 녹취 파일을 틀려 했으나 김씨 측이 증거능력을 문제 삼으면서 법정에서 재생하지 못하고 프레젠테이션으로 요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검찰은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건넸다는 뇌물 5억원에 대해서도 이날 법정에서 그간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이라는 의견과 달리 현금 5억원이 건너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녹취록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입장까지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 피의자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씨가 그동안 검찰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해 도주의 우려가 적고,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미 이뤄져 증거 인멸 가능성도 작다는 것 역시 재판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 김만배 영장심사 출석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1.10.14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김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검찰 수사는 특혜·로비 의혹이라는 본류에 진입하지도 못하고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화천대유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직후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혹의 핵심인 김씨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은 '성급한 영장청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김씨를 한차례 불러 14시간 조사한 뒤 전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보다 혐의가 적었던 유 전 본부장은 체포 후 48시간 가까이 조사하고 영장을 청구했다.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곽 의원이나 그 아들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드러난 자금 흐름 등도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검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녹취록 외에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만한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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