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떴다, 알프스 마테호른 산자락 천혜의 피신처
스위스 산악 마을 체르마트
느린 마을, 엄격한 마을
72만5592일. 올 1~8월 전 세계 여행자가 체르마트에서 묵어간 날의 총합이다(스위스는 관광 통계를 숙박 일 기준으로 낸다). 스위스의 관문인 취리히(81만8575일)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지난 5일 체르마트에 도착해 먼저 눈에 띈 것도 거리의 인파였다. 여름 휴가철도, 본격 스키 시즌도 아닌데 시내가 여행자들로 붐볐다.
스위스에서 가장 느긋하면서도 엄격한 도시. 체르마트에 있던 3일 동안 느낀 감상은 이랬다. 일단 마을로 들어가려면 협곡을 파고드는 시속 38㎞짜리 열차를 타야 했다. 주민 스스로 1961년 탄소를 내뿜는 일반 차량의 통행을 막아서다. 마을에서는 주로 걸었고, 이따금 마차나 ‘티코’ 만한 전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청정 산악 도시에 입장했다는 걸 순간순간 느낄 수 있었다.
마을 공터에 높이 5m 안팎의 장대가 꽂힌 걸 여러 번 목격했다. 집을 지을 때도 건물 높이 장대를 2년 이상 꽂아두고 주민들이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동의해준 뒤라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을 전체가 샬레 풍의 세모 지붕을 한 것도, 호텔 대부분이 마테호른 뷰를 갖춘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체르마트의 마스코트로 통하는 ‘검은 코 양’도 실은 야생이 아니다. 지역 고유종을 보존하기 위해 인근 농가와 호텔에서 방목해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체르마트 주민 5800여 명 대부분이 관광업 종사자다. 그들이 자연과 전통을 지키는 데 몰두하는 배경이다. 대를 이어 호텔과 농가를 운영하는 레베카 율렌 사장은 “청정 자연과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관광객을 위한 길이고, 마을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알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체르마트는 세계적인 레포츠 성지다. 해발 4000m급의 고봉이 겹겹이 진을 친 협곡 마을이 있다. 주변 스키 슬로프만 이어도 360㎞에 달한다. 마을은 두어 시간이면 다 돌아볼 만큼 작지만, MTB·트레킹 코스가 곳곳으로 뻗어 있다.
7년 전 체르마트에 왔을 때는 고르너그라트(3089m)·로트호른(3103m)·수네가(2288m) 등의 봉우리로 향하는 산악열차와 곤돌라를 뻔질나게 타고 다녔다. 마테호른을 가장 가까이 또 손쉽게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날이 흐려 마테호른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알프스를 거닐었다. 체르마트 주변에는 모두 400㎞ 길이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산악열차를 타고 리펠베르그(2582m) 정상에 오른 다음, 하늘로 날았다. 20년 경력 베테랑 교관과 함께였다. 스튜어트 가일스 교관은 “7000회 이상 비행했지만, 하늘에서 보는 알프스는 늘 새롭고 짜릿하다”고 했다. 바람이 거셌는데 막상 비행할 때는 구름 위를 걷는 듯 평온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체르마트는 꼭 레고 블록으로 세운 동화 속 풍경 같았다.
■ 여행정보
「 25일부터 스위스 정부가 발행하는 ‘코로나 인증서’를 받아야 식당·박물관 등의 대중 시설에 출입할 수 있다. 귀국 전후 PCR 테스트도 받아야 한다. 스위스는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없다. 실내 시설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마스크가 필수다.
」
체르마트(스위스)=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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