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처럼 치명률 0.1% 되면 위드 코로나?..고개 젓는 이유

이우림 2021. 10. 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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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3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정점을 달렸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8월의 월간 치명률 변화다. 최근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건 이런 치명률 감소 덕분이다. 당국은 코로나19 치명률이 독감 치명률(0.04~0.08%) 정도로 떨어지게 되면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명률보다 절대 사망자 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비율 자체는 떨어질지라도 확진자 수 자체가 늘어나게 되면 사망자 수는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치명률보다 사망자 숫자 자체에 집중해야


우선 전문가들은 치명률이 0.3%대로 떨어진 현재 확진자가 늘면서 사망자 자체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사망자가 10명 전후로 발생하고 있다. 치명률을 계산할 때 모수에 해당하는 확진자가 늘면 사망자도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치명률이 0.3%라고 하면 확진자 2000명의 0.3%는 6명이지만 4000명의 0.3%는 1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실제 1월부터 현재까지의 월별 코로나19 치명률과 사망자 숫자를 비교해본 결과 지금과 치명률이 비슷했던 6월(0.34%)의 경우 사망자가 훨씬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6월에는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1만6623명 중 57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때와 같은 0.3%대 치명률을 기록한 8월에는 전체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3079명으로 폭증하면서 사망자는 184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치명률이 아무리 줄어도 확진자가 늘어나면 사망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오히려 치명률이 1%를 넘었던 지난해에는 확진자 수가 적어 월별 사망자가 현재보다 적었다. 2020년 10월 치명률은 1.74%로 높았지만, 사망자는 47명에 불과했다. 월별 확진자가 2700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 전달에도 치명률은 1.76%를 기록했지만, 사망자 수는 68명으로 집계됐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벌써부터 코로나19 치명률이 0.3%까지 떨어졌다며 위드 코로나가 다 온 것처럼 말하는데 이 숫자로는 어림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쪽에선 계속 사망자가 10명 이상 나오는데 한쪽에선 축제 분위기로는 갈 수 없지 않냐”며 “방역 고삐가 풀어지면 얼마만큼의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른다. 치명률보다는 지금 발생하는 사망자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감만큼 치명률 낮아져도 코로나19 대응 한계


전문가들은 설사 치명률이 독감과 유사해지더라도 독감과 같이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는 “독감의 경우 정확한 집계가 어렵기 때문에 수학적 계산 식을 돌려 추정치를 산출하게 된다”며 “치명률이 0.05~0.1% 정도로 추산되지만, 무증상이어서 통계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게 되면 모수가 늘어나 치명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독감과 달리 코로나19의 경우 위중증률을 낮추는 방법이 제한적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독감은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있고 항바이러스제도 있다. 걸린다고 해도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쉽게 낮출 수 있는 반면 지금 코로나19는 백신밖에 기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감처럼 다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계속 나오지만, 독감이 아닌 ‘코로나19’만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치명률보다 사망자 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특히 “위드 코로나 조치에 들어가기 전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사망하는 사람이 없도록 병상 확충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독감과 비교해서 언급하는 건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공포나 위험 인식이 과장돼 있어 이걸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피해만큼 방역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피해도 크기 때문에 절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분석단장은 "치명률은 환자 대비 사망자를 따지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환자가 2명 생겨 1명만 사망해도 50%가 되는 식이다. 해외는 치명률과 함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를 헤아리는 사망률을 보는데, 앞으로는 우리도 치명률과 사망률을 다 관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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