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벤투리, 데니스 스콧 브라운, 스티븐 송(上)

효효 2021. 10.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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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102]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 1925~2018)와 데니스 스콧 브라운(Denise Scott Brown 1931~) 부부는 '단순한 것은 지루하다'(Less is bore)는 명제의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건축의 이론가·교육자·건축가이다. 이들 부부의 말년중 수 년을 동거동락하였으며 그들의 건축사무소 VSBA(Venturi, Scott Brown and Associates, Inc.)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논문 작업에 참여했던 한국계 미국 건축가가 있다.

스티븐 송(Steven Phillip Song)은 세계적 대가(大家) 부부와 스승과 제자, 인생의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어왔다.

로버트 벤투리, 스티븐 송, 데니스 스콧브라운 / 사진제공 = SCAAA 스티븐 송
한국 건축의 상징적 인물인 김중업(1922 ~ 1988)이 1950년대 3년 6개월간 프랑스 파리 세브르가 35번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아틀리에의 실무 경험은 한국과 서구 건축이 직접 만나는 중요 지점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지며 한국어를 구사하며 미국과 한국을 포함 아시아권에서 활동하는 스티븐 송은 광의의 '한국 건축'의 미래로 자리잡을듯 하다.

어머니들은 할머니의 옛 사진을 보고 '드레스가 예쁘다'고 말한다. 여성의 치마가 짧아지고 길어지는 유행은 반복하듯이 미스반데 로어의 'Less is more'로 대표되는 모더니즘과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더니즘과의 반응·대립 관계는 반복·순환할 수 밖에 없고, 이론은 계속 진화한다.

글로벌 건축업계는 여전히 도제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론, 교육, 빌트 웍(built work) 어느 영역이든 건축가는 어떤 스승을 만나고 교류하느냐에 따라 길이 정해진다.

건축사무소 스카(SCAAA) 대표인 스티븐 송은 미국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대학에 입학했으나 건축가의 진로를 확신 할 수 없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나 벤투리로부터만 답이 왔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으나 지금은 답을 주지 않겠다. 대신 우리 부부는 나이들고 젊은이가 필요하니 같이 생활하면서 답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 즉시 자동차를 몰고 그들의 건축사무소 VSBA가 있는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 밑에서 미국 브라운 대학 및 중국 칭화(淸華·Tsinghua)대학 마스터 플랜 작업에 참여하였다. 온갖 잡다한 집안 일을 끝마친 저녁, 부부는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한다. 이럴 때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자신들은 80대인데도 1주일에 8일을 일한다고. 매일 자정까지 두 건축가와 마스터 플랜 그림을 그리고, 논의하는 작업을 거의 셋이서만 했다. 브라운 대학과 칭화대학 순이었다.

스티븐 송은 거의 시키는 대로 작업을 하였다. 당시 두 건축가가 바란 것은 대학 건축물의 실제 사용자인 대학생 스티븐 송의 피드백이었다.

미국 브라운 대학 마스터 플랜 / 사진제공 = SCAAA
스콧 브라운은 브라운 대학 작업을 하면서 "몇 십년을 주기로 대학은 그때의 교육 방식과 리프로그래밍이 되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생활 패턴을 연구, '대학의 새로운 중심되는 건물'(THE CAMPUS CENTER BUILDING)에 대한 제안을 하였다.

칭화 대학 또한, 거의 100년 전에 지어진 뒤로 그때 그때 확장된 것이라 동선(動線)이나 축의 재배치, 확장 방향, 주차 시설 등에 대한 제안을 하였다.

스티븐 송은 이 때 배운 건축·마스터 플랜 접근법을 SCAAA를 운영하면서 모든 프로젝트의 사정에 맞게 수정해서 적용하고 있다.

스티븐 송은 학업을 하면서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를 왕복하면서 두 건축가와 도제 관계를 이어나갔다. 대학 졸업후 이들 부부를 보살피고, 계속 일을 배울수 있는 필라델피아 소재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으로 진학했다.

벤투리 부부는 2004년, <기호와 시스템으로 읽는 건축, 매너리즘 시대를 위하여. (Architecture as Signs and Systems : For a Mannerist Time>를 출간한다. 사인(signage. 기호)과 셸터(shelter, 거주 공간)로 구성된 건축의 복합성을 재조명하여,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 규칙을 조절할 여지가 있는 매너리스트(mannerist·평범주의) 건축을 옹호한다.

이들은 매너리즘(mannerism)을 '규칙을 잘 아는 사람이 지식에 근거해 생산적인 이유로 규칙을 깨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 목적이 있는 규칙을 벗어나는 것은 기능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며,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사회적 활동 패턴의 연구를 통한 건축의 물리적인 형태를 찾아내는 디자인의 개념을 소개한다. 건축에서 '컨텍스트'(context·맥락) 개념의 재평가, 전통적 담론인 '형태와 기능의 상관 관계'를 논의하며 정보화 시대에 부합하는 건축 이론으로서 매너리즘 건축을 주장한다. 스콧 브라운은 '컨텍스트는 물리적일 뿐 아니라 시공간의 사회, 문화적 패턴을 포함한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기호와 시스템으로 읽는 건축, 매너리즘 시대를 위하여> 한국어판 표지 / 사진제공 = SCAAA
스티븐 송은, '네오모더니즘의 피상적인 기능주의 또는 해체주의의 산만한 양식과 달리, 현대사회를 총체적이고 개별적인 패턴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하며 건축은 그 복합성의 일부'라고 두 건축가의 메시지를 전한다.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은 건축은 사인, 셸터, 컨텍스트의 3중 관계를 진화시킬수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스티븐 송은, "<기호와 시스템 ~>은 <라스베가스의 교훈. Learing from Las Vegas. 1972년> 이후 30여년의 세월을 담은, 다음 세대에게 바치는 유언장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한다.

2002~2003년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은 스티븐 송에게 <기호와 시스템 ~> 원고 초안을 주고 신세대 건축학도로서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이후 원고는 스티븐 송이 질문하고 부부가 답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기호와 시스템 ~> 출간 직후인 2005년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이 자신들의 건축 아이디어들을 재조명하는 글을 써보라는 구체적 제안을 받아들여 원고를 완성했다.

스티븐 송은 이 논문을 2007년 7월 프랑스 파리의 아메리칸 대학에서 열린 국제 인문학 컨퍼런스에서 <변화하는 패러다임- 장식된 가건물의 개선>(Shifting Paradigms : Renovating the Decorated Shed)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논문은 <기호와 시스템 ~ >에 나타난 개념들과 현 컨텍스트 속에서 재평가한 두 건축가의 이론을 기반으로 컨텍스트, 셸터, 사인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티븐 송의 논문은, "기후 조절, 에너지 활용, 조명, 디스플레이 등의 기능을 하나의 얇은 필름으로 재탄생시킨 키런 팀버레이크(Kieran Timberlake)의 '스마트랩' 같은 신기술은, 1970년대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이 처음 제시한 사인과 셸터 관계에 대한 관심이 건축계 전반에 퍼져있음을 말해준 것"이라며 논문을 마무리했다. 이 논문은 미국의 건축포럼 아키텍트(Archinect)에 게재되었다.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은, "1960, 1970년대 우리는 근대건축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출 것을 주장했다. 40년이 흐른 지금 당시 우리의 주장에 대한 스티븐 송의 재평가는 반갑다. 스티븐 송은 우리의 주장을 오해한데서 발생한 파편들을 뒤로 한 채 우리가 의도했던 본래의 주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또한 그는 오늘날 젊은 건축가들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 우리의 주장을 조절하고 확장시키고 있다. 스티븐 송은 두 노장 건축가에게 신세대 건축가들도 근대주의의 훌륭한 기반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로 주었다"고 평가했다.

2010년 건축 잡지 뮤제오(Museo)와의 인터뷰에서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은, "스티븐 송의 <변화하는 패러다임>은 우리의 아이디어들을 글로벌 어바니즘(urbanism·도시화)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로 이어간다." 고 평가하였다.

스티븐 송은 대학원 졸업후 벤투리와 스콧 브라운을 떠나 가진 두번째 직장은 두 부부의 권유에 따라 글로벌 건축사무소를 택했다. 아퀴텍토니카(Arquitectonica) 뉴욕 사무실(2004 ~ 2007년)에서 Intermediate Architect로 일하였다. 아퀴텍토니카가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인 서울 여의도 IFC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오피스, 호텔 (지금의 콘래드호텔. 최초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예정), 지하몰 까지 전 영역을 커버하였다. 뉴욕에서는 계획 설계를, 한국의 범건축이 실시 설계를 담당했다. 스티븐 송은 2007년 향후 독립 사무소를 염두에 두고 비움(VIUM)을 20대의 동료들과 함께 설립했다. 비움은 작은 프로젝트를 소화하기 위해 목적이다. 아퀴텍토니카를 그만 둔 뒤 Skidmore, Owings and Merrill (SOM)의 뉴욕 사무실에서 2011년까지 Senior Architect로 미국내 프로젝트를 주로 담당하였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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