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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 때문에 항암제 바꾸려다 갑자기 치료 중단.."췌장암 어머니 어쩌나"

유수인 입력 2021. 10. 15. 06:47 수정 2021. 10. 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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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병변' 판단 기준 모호해 항암제 치료 제한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절차의 부당함과 허술함으로 저희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췌장암 환자가 암이 커졌다는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약을 변경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의 급여 삭감으로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국민청원글이 올라와 암환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암환자들이 내성 등의 문제로 항암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안정병변(SD, 종양 크기 변화)’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해 항암제 사용에 제한이 생기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환자단체는 “SD의 자의적 판별로 인한 급여삭감은 없어져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청원자는 지난 달 28일 청원글을 올리고 자신을 “췌장암 환자인 어머니를 둔 30대 아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는 작년 6월부터 췌장암 항암치료제인 폴피리녹스로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20차까지 진행하면서 정말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종양 크기가 증가했다는 CT 결과가 나와 담당 교수님께서는 항암제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2차 항암치료인 젬아(젬시타빈+아브락산) 치료는 1주 간격으로 진행이 된다고 해서 경제적‧체력적 부담이 우려됐다”면서도 “종양 크기가 커진 상태에서 더 고민할 수 없어 2주 후 연고지 병원인 대구 소재 A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전원시 필요한 서류와 영상 CD들을 준비해갔기 때문에 문제없이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고 다행히 2차 항암치료에 반응을 보여 어머니의 상태가 조금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청원자는 “그런데 담당 교수님이 갑자기 서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전원 당시 진료의뢰서 내용 때문에 항암제의 보험금이 삭감 당해서 병원 측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라면서 “우리가 준비했던 CT 영상판독지에 ‘종양 크기가 약간 증가했다’라는 문구 적혀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종양 크기가 20% 증가해야 항암제 교체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즉 CT상으로는 크기가 20% 이상 증가됐는데 ‘서류의 문구’가 문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은 우리에게 전에 다니던 B병원 교수에게 진뢰 의뢰서를 다시 받아오라고 하셨고, 외래를 통해 서류를 다시 받아서 전달했다”며 “그런데 2차 항암제에서도 내성이 와서 3차 항암제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A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보험금 삭감’ 문제 때문이었다. 필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평가원에서 거절하고 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더니 교수님은 훨씬 더 확실한 서류가 필요하고, 이 절차가 처리되는 동안 시간이 필요하고, 이게 해결돼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확실한 서류’의 기준은 앞서 치료를 진행했던 B병원의 CT 영상 판독 내용을 ‘종양 크기가 20% 이상 증가해서 항암제 교체의 근거가 확실하다’는 것으로 수정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청원자는 서류만 확실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더 큰 절차 문제가 존재하고 있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확실한) 서류까지 준비했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검토가 들어가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동안 현재 병원은 물론, 다른 병원에서도 항암치료를 할 수 없고 심지어 처음 치료받았던 병원에서도 항암치료를 할 수 없었다”라면서 “병원측에서는 환자 치료에 필요한 항암제에 대해 보험금을 삭감당하기 때문에 진행할 수 없고, 보험 없이 치료를 받겠다고 해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럼 그 문제가 해결되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어머니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느냐. 아니면 항암제를 불법적으로 구해서 의사면허 없이 집에서 자가주사를 해야 하느냐”라면서 “심사평가원은 부당한 절차로 인해 우리에게 불법을 유발하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해당 청원글은 14일 오후 5시 47분 기준 56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같은 소식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심사평가원의 가이드라인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환자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면서 “이의제기 기간 동안 항암을 중단해 치료공백기간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암 환자가 약을 바꾸기 위해서는 질병이 진행됐다는 판단이 있어야하는데 그 기준은 통상 20% 정도 크기 변화까지 SD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보다 적게 커졌어도 커지는 속도가 빠르거나 또는 흩뿌려진 형태의 경우 등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 존재해 주치의의 재량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김성주 협의회 대표는 “만약 심사평가원에서 약 변경이 잘못됐다고 판단을 내리면 환자는 해당 약을 처방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한다”면서 “안정병변의 경계 판별로 인한 심사평가원의 급여 삭감은 환자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기에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약의 변경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면 다시 기존의 약으로 변경을 하거나 다른 약을 사용하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환자는 자비로도 약을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이 진행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공포인데 항암제 중단이라는 이중고까지 겪는 암환자들의 부당함과 억울함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 이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제도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심사평가원 가이드라인은 환자 개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치료보다는 사회적 차원에서 비용 대비 효용을 높이는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급여 허가에 관해서는 합리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자비로 최선의 치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들에게도 같은 지침을 적용하는 것은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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