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에듀] "고등인턴, 학교 밖 세상에 진짜 배움이 있다"

김민정 입력 2021. 10.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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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유쓰망고 대표 인터뷰

기,승, 전, '대학입시'로 끝맺는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는 무엇일까. 재미있게 공부하고 그렇게 쌓인 지식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쓸모 있게' 활용할까. 비영리 교육단체 '유쓰망고'를 끌어가고 있는 김하늬 대표가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서는 청소년이 많아질 수 있도록 학교 안팎의 교육자, 각 분야 현업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을 할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있다. '고등 인턴' 프로그램이 그중 하나다. 방학 때 학생들이 본인 관심 분야를 담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 프로젝트와 연관된 전문가 멘토와 협업했다. 내 관심을 학교 밖 세상과 '연결'하면서 '진짜 배움(Real World Learning, 리얼 월드 러닝)'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담아 최근 책『리얼 월드 러닝』(푸른들녘)을 출간했다.

Q : 학교 안과 세상(밖)을 '연결'하는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A : 한국 청소년들의 생활 동선은 학교, 집, 학원이 전부다. 내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주제를 가지고 그것과 관련된 전문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거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어른을 만날 기회는 적다. '제3의 어른들과의 만남', 그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일회성으로 외부 (특별) 강사가 와서 한 번 강의하고 끝나면 사실 어른들이 주입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을 뿐이다. 진로체험 등도 있지만, 형식적이거나 이미 마련돼 있는 재현 공간에 가서 하는 거지, 실제 이런 어른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접할 기회는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학교 밖 진짜 세상을 알아갈 수 있는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해 주고 싶었다.

Q : 왜 학교 안과 밖의 '연결'이 중요한가?
A :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소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회 혁신가들이 많다. 스스로 뭔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지니고 있는 강점을 발현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이 없으면 이제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Q : 실제로 학교 안과 밖을 '연결'해 만든 교육 성공 모델이 있나?
A : 미국의 '메트 스쿨(The Met School)'은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꼽힌다. 이 학교는 아예 교과과정(커리큘럼) 속에 일주일 두 차례 인턴십을 나가는 것이 포함돼 있다. 인턴십과 학교 정규 수업이랑 별개가 아니다. 인터십을 통해 학교 밖 진짜 세상에서 생긴 호기심을 고스란히 학교에 가져와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이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면 그에 맞는 교과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이론적인 부분을 학교에서 보완해 준다. 개별 학생마다 자신의 프로젝트가 있으니, 시간표도 (일률적이 아니라 학생의 관심에 따라) 다르다.

Q : 이 같은 모델을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될까?
A : 요즘 국내에도 '작은 학교' 실험을 많이 하고 있다. 당장 교과 과정 자체를 바꾸기 어렵고 인턴십을 도입하기는 어렵더라도 '교과 융합형' 프로젝트는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스스로 먼저 관심사가 있으면 그 주제를 가지고 몇 개의 과목을 같이 융합해서 배울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블록제 수업(집중식 수업)이라든지 주제 통합·융합 수업들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고교학점제'도 도입이 되지 않나. 정말 학생들이 배워보고 싶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연관된 과목을 선택해 본인의 프로젝트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관심과 교과 지식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관련 지식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교육 체계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하늬 유쓰망고 대표

Q : 주체성을 길러주기 위해 학부모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A :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들어가면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참 많다. 키워드 검색도 해보고 어떤 다양한 사람들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학습이다. 내 관심사를 세상 밖과 '연결(네트워킹)'하는 시작이기도 하다. 진짜 본인이 관심 있는 것을 어떻게 세상의 필요와 연결할지를 같이 고민하는 게 융합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관심사를 그냥 무심히 넘기거나 '그거 해서 지금 뭐 해!'가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지닌 다른 이들은 어떻게 프로젝트로 만드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Q : 앞으로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A : '네트워크 학습' 중요하다.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관련 인물과 정보를 연결해서 조직할 줄 알아야 한다. AI(인공지능), 코딩 등 신기술을 빠르게 접하는 것 역시 물론 중요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우선 깨닫고 그에 맞는 지식과 기술을 배워가면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는 것, 그것이 내일을 위한 공부다.

글 김민정 기자, 영상 공성룡·남채린 PD, 강지율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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