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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더 모닝'] 김만배씨 영장 기각, 검찰의 무능 때문일까요?

이상언 입력 2021. 10. 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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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장동 사건 수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뒤에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 김만배 전 기자. [뉴스1]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김만배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사유입니다.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크다’는 것은 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검찰이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검찰이 김 전 기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게 영장 발부 가능성을 물어봤습니다. 법리적으로만 보자면 기각될 확률이 큰데 워낙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 판사가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겠다는 게 그들의 답변이었습니다. 검찰청과 법원을 담당하는 기자들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검찰이 증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어제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는 검찰의 ‘무리수’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검사가 김 전 기자의 대장동 개발 사업 동업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려 하자 김 전 기자의 변호인이 ‘증거 능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자 문 부장판사가 녹음 파일 재생을 허락하지 않고 그 대신에 녹취록을 김 전 기자 측에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검찰이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입증할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녹취 파일은 ①원본 파일이거나 편집되지 않은 사본일 경우 ②녹음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경우에 한해 증거 능력을 갖습니다.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는 녹음된 말이 진실이라고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피의자가 심리적 압박을 받는 궁박한 상황에 놓여서, 제정신이 아니어서 등의 이유를 대며 녹음된 말이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에 수사기관은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을 증명해야 한다’고 과거 법원 판결문에 적혀 있습니다. 김 전 기자는 녹음 파일 내용에 대해 "녹음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거짓말을 많이 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확보한 녹음 파일이 원본인지, 편집된 사본인지 모르겠습니다. 검찰이 밝힌 적이 없습니다. 원본이거나 편집되지 않은 사본이라면 증거 능력 1차 관문은 통과한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의 문제가 남습니다. 김 전 기자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이 녹음 파일을 들려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증거 능력에 대한 기초적 검증 작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전 기자의 변호인들은 노련한 법률 전문가들입니다. 전직 특수통 검사들도 포진해 있습니다. 검찰 수사의 이런 허점을 놓칠 리가 없습니다. 어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검찰의 완패입니다.

왜 검찰이 이토록 무리하게 서둘러 영장을 청구했느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무능한데 마음은 급해서 그랬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검찰 수사력이 완전히 망가졌구나'라고 탄식하며 기대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수사팀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 ‘면피성’으로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항간에는 일부러 기각되도록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검찰이 이런 의심을 자초했습니다.

어제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녹취록 말고는 이렇다 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게이트급 사건에서 핵심 인물에 대해 이 정도로 엉성하게 영장이 청구된 사례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김 전 기자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특검 수사의 필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어제의 영장실질심사 과정과 향후 수사 전망을 살핀 기사를 보시죠. ‘윗선 수사’를 제대로 할 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고 합니다.

■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정영학 녹취록’ 의존 檢 수사 제동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소위 ‘정영학 녹취록’에만 의존해온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한 검찰이 민간사업자 측 핵심 인물 구속에는 실패하면서 성남시를 포함한 ‘윗선 수사’를 제대로 할 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法 “구속 필요성 소명 안 돼”…野 “文 지시 1시간만 부실 청구”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오후 11시 20분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1100억원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문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여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씨는 배임 혐의는 물론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약속하고 5억원을 이미 줬다’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녹취록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법원도 “구속 필요성이 소명 안 됐다”며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법원이 김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윗선으로 향한 검찰 수사도 급제동이 걸렸다. 검찰로선 배임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유 전 본부장과 김씨 간의 연결고리 확보에 실패한 만큼 수사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실제로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수사하라고 지시한 후 검찰이 1시간쯤 뒤에 영장을 청구했다”며 “통상적으로 피의자를 2, 3번 부르고 증거를 확실히 하는데 이렇게 부실하게 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김씨를 조사한 검찰은 하루 만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모두 755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화천대유가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당초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에서 ‘현금만 5억원’으로 수정했다. 김씨 측은 “현금 1억원은 모르는 일이고, 수표 4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아니라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1100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영장에 적시했다. 수천억 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 전 본부장과 공범이라고 판단하면서다. 김씨의 뇌물공여 자금 출처를 화천대유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구속영장 혐의


정영학 녹취록 ‘그분’ 논란…檢 “이재명 아니다” 진화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법원에 출석해 “(영장에 적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군지를 두고 김씨가 ‘그분’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그분은 전혀 없다. 그런 말 한 기억도 없다”고 부인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김씨 발언이 포함돼 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그분’ 발언 논란이 일자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녹취록에 ‘그분’ 표현이 한 번 나오지만 배당금 분배와 관련된 부분이 아니며 세간에 나오는 정치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 아닌 다른 사람을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과 관련된 보도가 실제 녹취록에 담긴 내용이 다르다는 취지다. 다만 이 후보가 수사대상이냐는 질문엔 “(이 후보도) 수사범주에 들어가 있다”고 답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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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기자 lee.sangeo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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