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SK케미칼, SK바이오 지분 이슈가 주는 시사점

박수익 2021. 10.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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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이 최근 주주 정책을 공시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무상증자와 배당성향 30%, 중간배당 시행 계획이었죠. 

☞관련공시

10월7일 SK케미칼 주요사항보고서(무상증자 결정)

10월7일 SK케미칼 수시공시의무 관련사항(공정공시)

무상증자는 앞서 [공시줍줍]"SK케미칼 무상증자 우선주도 주나요?" 기사를 통해 알아봤는데요. 이번에는 SK케미칼 이야기 2편입니다.

배당성향을 30%로 맞추겠다는 얘기는 배당총액(주주들에게 주는 연간 배당금의 합계)을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의 30%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 참고로 SK케미칼 배당성향은 최근 3년간 평균 22% 수준이었으니 앞으로는 배당을 좀 더 늘리겠다는 내용인 셈이죠. 

<SK케미칼 배당성향(별도재무제표 기준)>
2020년 12%, 2019년 22%, 2018년 31.8%

SK케미칼이 이러한 주주 정책을 발표한 이유 그리고 앞으로 주목해야 할 SK케미칼 보유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문제, 더 나아가 SK케미칼 사례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기업에 던져주는 시사점까지 알아볼게요.

헤지펀드의 주주서한에 우회 응답한 SK케미칼

SK케미칼이 주주 정책을 발표한 건 최근이지만, 사실 출발은 지난달인데요.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Metrica Partners)가 SK케미칼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냈죠. 

주주서한에 담긴 메트리카의 주장은 SK케미칼의 현재 주가 수준은 케미칼이 가지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68.4%)을 포함한 실제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다 가지고 있지 말고, 일부를 팔아서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을 하라는 내용이에요. 

현재 SK케미칼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 정도인데 케미칼이 가지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68.4%) 가치는 12조원에 달해요. 그러니까 SK케미칼의 시가총액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가치의 30% 수준밖에 안 되는 상황. 

그래서 메트리카의 주장은 꼭 행동주의펀드가 아니더라도 주주로서 회사에 주가 부양 또는 주주 환원 정책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고, 메트리카가 주주서한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나서 SK케미칼이 발표한 것이 바로 두 가지 주주 정책, 무상증자와 배당 확대였던 것이죠.

다만 SK케미칼이 제시한 무상증자와 배당 확대는 메트리카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수용한 방안은 아닌데요.

메트리카가 요구한 배당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8.4% 가운데 흔히 경영권을 위한 지배지분이라고 하는 51%를 놔두고 나머지 18.3% 정도를 팔아서 특별배당하라는 것. 그런데 SK케미칼이 제시한 배당 확대는 그동안 22% 수준이었던 배당성향을 30%로 약 8%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이어서 결이 다른 것이죠. 

비유하자면 특별성과급을 한 번에 달라는 것(메트리카 요구)과 월급을 점차 올려주겠다는 것(SK케미칼 방안)의 차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지분 매각 언제든 가능하지만 SK㈜가 남긴 숙제 

SK케미칼이 왜 이러한 주주 요구에 직면하게 됐는지 잠시 기업분할의 역사를 살펴볼게요.

SK케미칼은 최근 기업분할을 집중적으로 많이 해온 곳인데요. 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 2007년 인적분할을 했고, 2018년에는 백신 사업을 물적분할로 떼어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만들었죠. 지금도 전력 등 유틸리티 공급사업을 물적분할해 SK멀티유틸리티란 회사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 

현재 주주 요구에 직면해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물적분할 직후 SK케미칼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었다가 올해 초 SK바이오사이언스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킬 때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주식을 공모주식으로 내놓는 것)로 일부 팔고 현재 68.4%가 남아있어요. 

새로운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최대주주 지분은 법적으로 6개월간 흔히 '락업'이라고 하는 '의무보유등록' 대상이어서 팔 수 없어요. 그런데 의무보유등록 기간이 지난 9월 17일로 끝나면서, 지금은 SK케미칼이 마음만 먹으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팔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이런 상황이 오자 메트리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가운데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1%를 제외한 나머지 18.3%를 팔아서 특별배당을 하라고 요구한 것.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키고, 이후 매도 제한 기간이 끝나면 지분 일부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는 제법 있어요. 

최근 가장 대표적 사례가 같은 SK 계열에 있어요. SK그룹 지주회사 SK㈜는 2011년 생명과학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SK바이오팜을 만들었고 지난해 주식시장에 상장시켰죠. 상장후 6개월 매각금지 기간이 끝나자 올해 2월에 지분 11% 팔아서 1조1000억원 조달했고요. 
 
그렇게 지분 팔고도 지금 SK㈜는 SK바이오팜 지분 64%를 가지고 있어요. 이 상황이 현재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가 직면해있는 것과 똑같아요. 

하지만 문제는 SK㈜가 올해 초 SK바이오팜 지분을 일부 팔았을 때 SK바이오팜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 하루 만에 17%씩 떨어지기도 했고, 지금도 지분 매각 반년 넘게 지났음에도 주가 회복을 제대로 못 하고 있죠. 물론 다른 변수도 있겠지만, 투자심리 측면에서 봤을 때 SK㈜가 SK바이오팜 지분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64% 가지고 있으니까, 나중에 재차 지분 매각 이슈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고 관측할 수 있고, 이러한 관측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SK㈜-SK바이오팜 사례를 관찰하고 있을 SK케미칼도 이런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죠. 

메트리카의 요구처럼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팔아도 경영권 유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매각금지가 풀린 지도 한 달이 지났음에도 언제 얼마를 팔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셈.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점은 메트리카가 요구한 내용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팔아서 전부 특별배당하라는 것이라는 점인데요. SK케미칼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배지분 51%를 놔두고 18%를 시간외매매로 좀 저렴하게 10% 할인해서 팔아도 대략 2조8000억원을 확보해요. 

이처럼 상당한 금액을 특별 배당으로 모두 사용하는 게 과연 회사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 상장회사는 당연히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주주가 현재의 주주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배당은 한번 주고 나면 끝. 그러나 회사가 오늘만 살 것도 아니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재원도 있어야 하니까요.

아울러 이런 방식으로 특별배당을 하면 결과적으로 최종적인 수혜는 대주주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가는데요. SK케미칼의 모회사 SK디스커버리(지분율 31%) 몫의 배당금이 1조원에 육박하고, 지주회사로 별다른 사업이 없는 SK디스커버리는 한꺼번에 들어온 목돈을 가지고 자기네 주주에게 다시 특별배당을 검토할 텐데, 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는 최창원 부회장(지분율 40.1%)이죠.

따라서 SK케미칼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모회사 대주주는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 이런 측면도 다분히 논란이 될 수 있어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LG화학, SK이노베이션도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

지금까지 살펴본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을 둘러싼 SK케미칼의 사례는 비단 케미칼 한 곳의 고민이 아니라 최근 핵심사업을 물적분할로 떼어내고 있는 주요 기업들도 언젠가 직면할 문제라는 점도 중요해요. 

기업들이 핵심사업을 물적분할을 하는 이유는 인적분할과 달리 지분 100%를 온전히 확보한 상태로 출발해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시켜 지분가치를 극대화하고, 나중에 지분 일부 팔아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죠. 그래서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면, 상장후 지분 매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문제는 SK㈜-SK바이오팜,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의 모회사 주주와 물적분할로 새로 상장하는 자회사 주주들 사이에서 이해 충돌이 발생한다는 점.

모회사 주주들은 물적분할로 중요한 사업 떼어냈으니 기업가치가 훼손됐고, 그래서 나중에 자회사 지분을 팔아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는 반면 물적분할로 떨어나가서 상장한 자회사의 주주는 이러한 모회사의 움직임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의 수급(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니까 부담스러운 것이죠.

공시줍줍에서도 다룬바 있는 LG화학도 똑같은 상황. 작년에 논란 끝에 물적분할로 배터리 사업 떼어내서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LG화학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 가지고 있고, 조만간 상장시킬 계획인데요. 
  
일단 상장할 때 구주매출로 지분 일부 팔 수 있고, 그러면 상장 직후 LG화학의 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은 대략 70% 선 정도로 예상할 수 있어요. 이 지분은 상장일 이후 6개월간 팔 수 없지만, 바꿔말하면 6개월 뒤에는 SK㈜가 SK바이오팜 지분 일부를 판 것처럼 또는 지금 SK케미칼이 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한 것처럼 지분 매각 이슈가 반드시 불거질 수밖에 없어요.

최근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서 SK배터리를 만들려고 하는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 물적분할이 마무리된 이후 상장 준비에 들어갈 테고, 결국 상장하면 지분 매각 이슈는 반드시 불거지겠죠.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한 자회사 지분 팔아서 훼손된 기업가치를 보상해달라는 주주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반대로 두 회사에서 떨어져나온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배터리 주주들은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했는데 물량부담에 늘 노출되는 상황. 

특히 이번 SK케미칼 사례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최근 핵심사업을 물적분할한 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시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계 행동주의펀드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사례이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LG화학, SK이노베이션처럼 물적분할로 핵심사업을 떼어내서 자회사로 만드는 기업에게 한층 어려운 숙제로 주어진 상황. 

그렇다고 물적분할한 자회사 지분 일부를 팔아서 몽땅 일회성 배당으로만 나눠줄 수도 없는 노릇이죠. 결국 배당과 투자재원을 적절하게 섞어서 새로운 투자계획과 비전을 함께 보여줘야 하는 것. 

그런 숙제를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곳은 SK케미칼, 그리고 SK케미칼의 문제풀이 과정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많은 대기업에게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여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박수익 (park22@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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