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재개 틈 보이자..韓·美 정보수장·북핵대표 연쇄회동

한예경,강계만 입력 2021. 10. 15. 17:33 수정 2021. 10. 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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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찾은 韓 북핵대표
예정에 없던 워싱턴 직행
한달만에 성 김 다시 만나
文대통령, CIA 국장 접견
내주엔 美DNI 국장 방한
박지원 원장과 회동할 듯
美국무부 "北에 구체적 제안
北반응·접촉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말 한반도 비핵화 시계를 앞당기기 위한 북핵 협상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예정에 없던 미국 워싱턴DC행 비행기를 탄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과 연쇄 회동을 하기 위해서다. 한미 외교장관·안보실장·정보기구 수장 간의 회동도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노 본부장이 13일부터 16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측 북핵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회동한 직후 바로 워싱턴DC로 떠난다고 15일 밝혔다. 오는 18일과 19일로 예정된 한·미·일 간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노 본부장이 워싱턴DC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회동을 하는 것은 지난 9월 13~14일 도쿄 회동 이후 한 달 만이다. 한 달 새 3국 북핵대표가 재차 회동하는 것은 북한이 경직됐던 남북 관계를 조금이나마 완화해 가면서 우리 정부가 이 모멘텀을 활용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4일 끊었던 통신망을 55일 만에 복구하고 남북 간 대화를 재개했다. 7일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봉쇄했던 국경을 약 1년10개월 만에 열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대북 인도물자 지원을 반입했다.

북한이 대화 재개의 틈을 보이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 회담을 하고 종전선언과 미·북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2일에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가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종전선언을 언급한 바 있다.

다음주에는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5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라인이 총동원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그에 앞서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15일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번스 국장은 한미 간 정보협력 강화 방안은 물론 최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반도 정세 등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긴밀한 정보협력을 바탕으로 양국 간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번스 국장은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협상 의제로 올리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반응과 함께 북한으로부터 접촉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가 '스탠드스틸(정지상태)'에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 활발하게 외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가 북핵 협상과 관련해 러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14일 러시아 측 북핵대표와 회담한 직후 노 본부장은 "미국 측과 협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러시아·중국 등 다른 주요국과도 폭넓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북핵 협상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러 북핵대표 회동은 지난 8월 말 러시아 측이 방한한 이후 두 달 만이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는 미·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북핵 협상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강조해 온 데 이어 최근에는 정 장관도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미국이 최근 '외교적 관여'만을 강조하며 움직이지 않는 듯한 인상을 보이는 데다 지난 6월 미·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관계도 과거보다 진전된 듯 보이면서 한국이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예경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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