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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이재명, 유발 하라리와 '기본소득' 대담..마이클 샌델도 만난다

강청완 기자 입력 2021. 10. 15. 20:21 수정 2021. 10. 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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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지난달 말, 기본 소득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담은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 '줌'을 통한 영상 대담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1시간에 걸친 대담에서 역사와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와 코로나19 이후의 국제 질서, 공동체와 애국심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지만 가장 많은 비중이 할애된 건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이 후보가 줄곧 기본소득을 언급해 온 데 대해 유발 하라리가 관심을 보였고 먼저 질문을 했다고 하네요.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하라리, 이재명에 기본소득 질문…"여전히 논쟁 많다"

하라리는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전환기에 기본소득이 안전망이 될 수 있겠지만 이때 기본소득이란 '정의'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본은 무엇이고 얼마만큼이 기본이며, 또 이때 소득이 무엇이냐 정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자본주의 방식으로 현금을 주고 알아서 쓰라고 할지, 사회주의 방식으로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지 두 가지 방식이 있다면서 이 후보의 의견을 물었다고 합니다.

이에 이 후보는 학계에서 이뤄지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언급하며 5가지 요건을 먼저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 정기적으로, 2) 정해진 금액을 3) 소득과 무관하게, 4) 현금으로, 5) 충분하게 지급하는 게 기본소득의 5가지 요건이었다면 최근에는 '5)충분히'를 제외하는 추세라고 말입니다. 하라리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치열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에 아직 포함되지는 않지만, 기본 교육과 기본 의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하라리가 기본 교육을 제공한다면 대학까지 제공하는 것인지, 기본 의료라고 한다면 어디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성형수술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고민과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재명, 하라리에 '노동시장 미래,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 등 질문

중반부터는 이 후보가 주로 유발 하라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담이 진행됐습니다. 이 후보는 "기술의 발달로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면 생산성에서 노동의 비중은 낮아지지만 인류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쪼개면서 살아왔다"고 언급했고 "미래에도 이런 방식으로 완전 고용이 가능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하라리는 자신이 노동 시장 전문가는 아니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미래 노동 시장은 변화가 너무 빠르고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이며 결국 핵심은 재교육(Re-training)이라고요. 일자리를 나누더라도 끊임없이 새롭게 적응하는 게 필요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하라리는 또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인간이 일자리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점점 많아지겠지만 '협력'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I가 발달하더라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 사이의 협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협력의 기술을 사람들이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과 향후 국제질서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습니다. 하라리는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한 국제 사회의 공조와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선진국의 백신 접종률이 올라갔는데도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이 확산한 것을 언급하며 국제 공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으로만 접근해도 모두가 보호되어야 나도 안전한 사회에선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라리는 특히 이 대목에서 정치 지도자의 책임과 자세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정치인이라면, 일단 우리부터 백신을 맞아야지 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직면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국민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 국익을 위해서라도 백신을 나눠주고 노하우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국민에 설명할 줄 알아야 하며, 어렵겠지만 그게 지도자에게 필요한 용기와 자세라는 이야깁니다. 현재 국내 상황에 적합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후보는 일단 경청했다고 합니다.

하라리는 코로나 외 다른 분야에서도 국제적 공조와 협력을 줄곧 강조했는데, 이재명 후보는 "우리나라에도 타인을 위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것이다"라는 철학이 있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 후보는 함께 사는 공동체는 물론 국가 간 협력과 공존이 무척 중요하지만 어렵다면서 "국가와 개인 모든 관계에서도 나만을 챙기는 이기심의 절제가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시간 내내 진지한 분위기…마이클 샌델도 대담 예정

당시 현장을 지켜본 관계자에 따르면 대담은 1시간 내내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재미는 조금 떨어졌다고 하네요. 이 후보는 하라리와 대담을 굉장히 흥미로운 이벤트로 받아들였고, 대화가 끊기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이 후보가 대담 막판 이번 대화로 얻은 지식과 통찰을 국민들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하라리도 긍정적으로 대답했지만 대담 영상 자체를 공개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아 대담 사실도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후보와 유발 하라리의 이번 대담은 이재명 후보 캠프 기획단에서 마련한 '열린클라스' 기획의 일환으로 전해졌습니다. 캠프 측은 지난 8일 '알쓸신잡' 등 방송 출연과 저술 활동으로 알려진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와의 대담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기획으로 전해졌습니다. 추후 당 차원의 선대위가 출범하면 일부 변동이 있겠지만 이재명 후보 측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와의 대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막바지 조정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세계적 명사들과 대담도 기획 중이라고 합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

'안정적이고 세련된 대통령 후보' 이미지 노린다…본선 전략 어떨까

이 후보가 세계적 석학 또는 명사들과 잇따른 대담을 추진하는 건 '본선 후보'로서 이재명의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후보의 약점으로 지목돼온 '불안한 후보', '거친 후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세계적인 인사들과 어깨를 견주고 당당히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는 세련된 '대통령 후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하긴 했지만,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박스권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도·무당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당분간 이 후보는 경선 기간 후유증을 수습하고 '원팀'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다음은 본선입니다. 이 후보가 어떤 전략과 행보로 본인의 약점을 상쇄하고 안정적이고 세련된 후보 이미지를 구축할지, 140여 일 남은 대선 레이스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강청완 기자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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