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가난한지 써라?..주거비 지원 '자소서' 요구

김나한 기자 입력 2021. 10. 15. 2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동보육시설 등에서 나온 만 18세 이상 청년들에게 전월세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뽑히려면 사실상 누가 얼마나 더 가난하고 힘든지를 겨루는 식이라 이 과정이 또 고통스럽다는 게 지원자들 얘기입니다.

김나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올해 25살인 모유진 씨는 위탁 가정에서 생활하다가 5년 전 독립했습니다.

만 18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유진/보호 종료 5년 차 : 청년임과 동시에 경제활동도 직접 해야 하고요. 한 가정을 온전히 책임지다 보니 좀 더 많이 삶이 분주해요.]

그래서 위탁 가정을 나오고 5년 뒤까지 전월세를 지원한다는 보건복지부 정책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가 문제였습니다.

[모유진/보호 종료 5년 차 : (취업 자소서처럼) 나의 긍정적인 부분을 알리는 게 아니라 지원을 받기 위한 자소서는 그동안 저의 삶과 환경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는데…]

받고 싶은 사람은 많고 지원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더 힘들다고 써야한다는 겁니다.

[A씨/보호 종료 1년 차 : 돈이 많이 없으니까. '많이 부족하고 힘드니까 도와달라' 이런 식으로 썼던 것 같아요.]

다른 지원자들이 낸 자기소개서를 확인해봤습니다.

"남들보다 힘들게 살았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인권위원회는 어려운 가정·경제상황을 적게 하는 건 지원자의 자존감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강선우/더불어민주당 의원 : 당신이 이만큼 어렵다, 우리가 심사를 해서 주겠다? 그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닌 거잖아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심사 과정을 손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