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가둬 온난화 막는다? 과학자들 발견한 신통방통한 '똥'

정은혜 2021. 10.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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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 서식하는 어종 '골리앗 그루퍼' [AP=연합뉴스]

물고기의 배설물이 해양의 탄소 흡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바다의 탄소 저장 능력은 기후변화를 막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원 다니엘 비안치는 최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게재하고 물고기의 배설물이 탄소를 해저에 최대 600년 간 가둔다고 밝혔다.

원리는 이렇다. 먼저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물과 공기에서 탄소를 흡수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에 흡수된 탄소는 바다의 먹이사슬을 따라 큰 물고기의 체내로 들어가 배설물로 나온다. 물고기의 배설물은 해저로 가라앉는데, 탄소도 어분에 갇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연구진에 따르면 심해에 저장된 탄소는 바다를 산성으로 만들거나 대기 기온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은 채 수 세기를 보낸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 농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5%는 매년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탄소 흡수원인 이유다. 이들 탄소 대부분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흡수한다.

연구진은 어업의 발달로 인한 물고기 남획이 바다의 탄소 저장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봤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바다의 참치, 대구 등의 물고기는 연간 약 9억4000만 미터톤의 탄소를 흡수했다. 바다 전체의 식물성 플랑크톤 바이오매스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영국이 지난해에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이 3억2600만 미터톤이다. 특정 어종에 관한 데이터로 추산하면 전체 물고기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는 19억 미터톤에 달한다.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 바이오매스의 4%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지만 20세기 초 산업화 이후 물고기가 남획되면서 물고기의 탄소 흡수량도 줄었다. 남획으로 줄어든 물고기의 흡수량은 전체 식물성 플랑크톤 바이오매스의 1%라고 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물고기가 흡수한 탄소량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인간은 현재 1년 동안 8000만t 이상의 해산물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오늘날 바다의 절반 이상이 상업용 어선으로 뒤덮여 있다. 상업용 어선이 자체적으로 내뿜는 탄소량의 규모도 크다. 2016년 기준 어선들은 한해 동안 1억5900만 미터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네덜란드의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물고기의 배설물은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보루"라며 "남획의 문제는 단순히 특정 어종이 멸종하는 차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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