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오란다꼬?" 빵식이 아재, 공황장애 약 삼키고 달려갔다 [뉴스원샷]
손민호 레저팀장의 픽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4시간 남짓 거리. 새벽 5시에 출발했다는 그는 오전 11시 40분이 돼서야 강남의 한 카페에 들어섰다. 조명 들어오고 몇 마디 주고받다 1시간이 훌쩍 지났고, 그 길로 내려왔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남해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47) 대표의 우여곡절 상경기(上京記)는 끝이 났다.
20일 방영되는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유재석을 만나고 싶어 13년 만의 서울 나들이를 감행한 남해의 빵집 아저씨가 출연한다. 유재석을 만나고 돌아온 뒤 그는 “소원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위와 행복을 나눠 행복하고 소원 같은 사람을 만나 더 행복한, 행복 빵집 아저씨의 사연을 시작한다.
빵식이 아재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사무쳤을까. 빵집 앞에 내놓은 선반엔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 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이도 힘들지요’라고 적혀 있다. 어렸을 적 그는 늘 배가 고팠다. 밥 못 먹고 학교 가는 날이 밥 먹고 가는 날보다 많았다. 김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빵을 배웠다. 아마도 그때였을 게다. 빵 가게를 열면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겠다고 작정했던 게.
그는 지금 월세에 산다. 11평(약 36㎡) 남짓한 가게도, 가게 4층의 살림집도 월세다. 그런데도 부지런히 빵을 구워 나눠준다. 그가 빵 봉사에 나서는 단체는 12곳. 여기저기 나눠주는 빵이 1년에 2000만 원어치가 넘는다. 그의 몸무게는 54㎏이고, 결혼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6월 30일 그의 선행을 보도했다. 화제는 됐지만, 요즘 말로 ‘돈쭐’을 당하진 않았다. 마침 남해에 장맛비가 쏟아졌고,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졌다. 남해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외지에서 주문이 들어오긴 했다. 하나 그는 모두 거절했다. 혹여 빵이 상할까 싶어서였다.
의인이 된다는 것
첫 보도 이후, 방송국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10건은 확실히 넘고, 20건은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 전화 인터뷰 한 건과 남해까지 찾아온 방송 프로그램 한 건만 빼고 출연을 거절했다. 그는 낯선 곳을 잘 가지 못 한다. 오래전부터 앓던 공황장애 때문이다.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뛰어, 처음엔 심장에 이상이 있는 줄 알았단다. 13년 전 마지막으로 서울에 올라갔던 이유가 심장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심장에 문제가 없다는 건 그때 알았지만, 공황장애가 있다는 걸 안 건 그로부터 몇 년 뒤다. 요즘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약을 타 먹는다.
“난 달라진 게 없거든예? 근데 동네 사람들은 아니라예. ‘출세했더니 달라졌네’ 해싸며 자꾸 딴죽을 겁니더. 이것저것 달라기도 하고, 옛날엔 안 그랬는데 변했다 하기도 하고... 진짜 내가 변했을까예? 속상해예. 신문에 괜히 나왔나 봐예.”
두 달쯤 전 늦은 저녁 그가 신세 한탄을 늘어놨다. 통화를 끝내고, 그가 무척 외롭구나 생각했다. 오죽했으면 멀리 있는 기자에게 하소연했을까. 물론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행복 여행
‘뭐라꼬? 그 유재석이 나를 보고 싶어한다꼬?’ 그날 이후, 김씨는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며칠을 고민하다 13년 만의 상경을 작정했다. 남해에 사는 지인이 기꺼이 동행해주겠다고 했다. 병원을 찾아가 “약을 두 개 먹어도 되느냐” 묻기도 했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나만 먹고 출발했지만, 긴장감은 떨칠 수 없었다. 서울 가는 길, 여섯 번이나 휴게소에 들렀다.
“유재석이요? 연예인은 연예인이데예. 저처럼 말랐는데, ‘슈트빨’이 쥑이데예. 얼굴도 주먹만 하고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사진 찍자’ 얘기도 못 했다 아닙니꺼. 방송국에서 사진 안 찍어줬으면 사진 한장 없을 뻔 했심더. 그래도 사고 없이 마친 게 어딥니꺼.”
핸드폰 너머 그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세상 모두가 불행을 말하는 시절, 행복한 남자의 행복한 여행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빵을 받아갈 때 그는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선호 쩔쩔매는 이유..前연인 정체 드러나면 타격"
- 김선호 폭로 前여친 입열었다 "무너지는 그 모습에.."
- "유방암 확률 87%" 졸리가 한국인이면 불가능한 일
- 백신뒤 생리 멈춘 한지우 "그땐 순한맛"..2차 어떻길래
- 김선호 '1박2일' 하차..차기작 윤여정 영화도 잘렸다
- 5만원 양주 100만원인데..단속 따돌린 텐프로 비밀
- '그분' '700억' 진실..檢 대장동 깐부 4인방 불렀다
- 김선호, 송가인에 언팔 당해..연예인들도 손절 시작?
- 그리스 첫 훈련 이다영 "몸 무거웠지만 다들 도워줘"
- 46년 연극인생 윤석화 "목소리 끔찍해도 어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