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나선 카카오, 쉽지 않은 '골목상권 정리'

이혜선 입력 2021. 10. 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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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샵·문구·골프 사업 추가로 철수 거론
대부분 투자계열사 통한 간접 경영 방식
해당업체 철수 반대 의사, 논의 진통 예고

헤어샵, 문구·장난감, 스크린골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가 손을 뗄 것으로 알려진 사업들이다. 지난달 소상공인과의 상생안을 발표하면서 철수를 선언한 '꽃·간식·샐러드 배달' 등에 이어 추가로 리스트에 오른 것들이다. 하지만 사업 철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해당 사업들을 카카오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계열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는 것이라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손을 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은 카카오 내부에서 온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철수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집중적인 공세에 엉겁결에 철수를 언급한 사업들도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철수 여부를 놓고 말이 많은 것이 카카오헤어샵이다. 이 사업은 카카오의 투자 계열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 투자한 와이어트(옛 하시스)란 업체가 하고 있다.

와이어트는 2015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았으며 이듬해 헤어샵 예약 서비스인 지금의 카카오헤어샵을 선보였다. 아울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으며 2017년 카카오 계열로 편입됐다. 카카오헤어샵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카카오헤어샵은 미용실 점주로부터 25%의 적지 않은 수수료를 떼어가 '플랫폼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카카오는 보유 지분을 낮추는 방식으로 헤어샵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국감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철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카카오헤어샵은 카카오와의 연결 고리가 약해 사업 철수가 쉬울 것으로 예상됐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와이어트 보유 지분은 한때 50%에 달했으나 작년말 기준 28.8%로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카카오가 손을 뗄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일이 꼬이게 됐다. 와이어트측이 사업 철수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자들도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가 보유한 와이어트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선 투자자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지분 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와이어트 관계자는 "헤어샵 철수와 관련해선 확정된 게 없다"며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철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큰 범위 내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장서 '철수' 선언한 완구 사업도 대상

문구와 장난감 사업도 철수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 사업들 역시 헤어샵과 마찬가지로 카카오의 투자 계열사가 지분투자한 에이윈즈와 포유키즈란 곳이 하고 있다. 

에이윈즈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 48%를 보유한 영유아 교육 플랫폼 키즈노트가 지분 88%를 들고 있는 곳이다. 카카오→카카오인베스트먼트→키즈노트→에이윈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포유키즈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9%를 보유한 영어학원 회사 야나두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에이윈즈는 오프라인에서 대형 완구 전문매장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도 '토이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아동용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 포유키즈는 장난감 B2B 업체다. 소매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로 1만2000여가지의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도 카카오 계열로 묶이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김 의장은 "자회사와 시너지를 내려고 한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해도 옳지 않은 것 같다"며 "빠른 시간 내에 철수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가 공식적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기보다 김 의장이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집중적인 공세에 못 이겨 철수를 거론한 사례다. 해당 사업들은 에이윈즈와 포유키즈 등과 협의 없이 철수 얘기가 나온 것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도매업체를 두고 골목상권 침해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크린골프 철수 땐 또 다른 독과점 우려

스크린골프 사업 철수도 쉽진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는 스포츠 영역 전문 계열사인 카카오VX를 통해 골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곳은 스크린골프다. 카카오VX가 운영하는 '프렌즈 스크린'은 1200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은 20%대이다. 1위 사업자 골프존(60%)에 이어 2위다. 만약 카카오가 골프 사업에서 손을 뗀다면 1위 골프존이 시장을 독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카카오라는 이름으로 스크린 골프 매장을 하고 있는 가맹점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구체적인 철수 대상과 시기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골목상권 논란이 있는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철수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지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골목상권 논란이 있는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철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위해선 투자자 등 사업 주체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내외부적으로 관련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특정 서비스를 언제까지 종료하겠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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