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메모리 반도체 전망..다운사이클 현실화되나 [MK위클리반도체]

박재영 입력 2021. 10. 16. 11:03 수정 2021. 11. 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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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4나노 DDR5 D램. <사진제공=삼성전자>
[MK위클리반도체]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요동치며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주가가 6만원 선까지 떨어지면서 6월 말 481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411조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의 부진은 최근 다시 점화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의 영향이 크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 증가와 아마존, 구글 등 북미 주요 IT 업체들의 데이터 서버 인프라 확충 수요에 따라 D램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기를 뜻하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와 시장조사기관을 중심으로는 다시 비관론이 우세해지는 분위기다. 연이어 상승하던 D램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섰고, 4분기부터는 조정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 D램 가격이 최대 20%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주요 시장이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가격 상승 주기가 약 2년간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가정에 PC가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과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린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대 초반 그리고 2017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이 대표적이다. 슈퍼사이클이 정점을 찍었던 2018년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영업이익 44조5700억원, 20조843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만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서면서 역대 최단 기간 슈퍼사이클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7월 이후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상승을 멈추고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7.89% 급등한 7월 이후 2개월 연속 같은 가격이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도 가격 변동이 없는 보합을 기록했다. 메모리카드·USB향 낸드 범용제품(128Gb)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7월 5.48% 상승하며 4.81달러를 기록한 이후 8월과 9월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단기간에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가와 시장조사기관들은 내년에도 D램 수요량 증가세가 이어지지만 주요 공급업체의 공급량 증가율이 이를 웃돌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정점을 찍은 것이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다. 지난 13일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D램 시장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15%에서 많게는 20%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내년 D램 공급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증가율)가 올해 대비 17.9%에 달하지만 수요 비트그로스는 16.3%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D램 고객사들이 올해 초 공급망 차질에 대비하면서 재고 확충에 나선 데다 스마트폰이나 PC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수요처의 출하량 증가가 제한적일 것이란 이유다.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 주요 공급업체들이 내년 증설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뛰어넘는 공급량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생산은 특성상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춰 단기간에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트렌드포스는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공급 증가율이 19.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신규 팹(공장)인 평택 P3 라인이 완공되면서 D램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P3에는 낸드플래시 라인을 먼저 설치한 뒤 하반기부터는 D램과 3㎚(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양산능력을 순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0 공장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인 카메라 이미지 센서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내년 신규 공장인 M16을 중심으로 D램 생산을 늘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SK하이닉스의 공급 증가율이 17.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트렌드포스는 D램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내년 공급량을 16.3%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D램 공급업체의 증설 계획이 보수적이지만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반면 D램 수요의 3대 축인 스마트폰, 서버, PC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이 기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핵심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내년 모바일용 D램 시장 수요는 15% 증가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매년 시장 수요가 20%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전망치"라고 설명했다. 노트북PC용 수요 감소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노트북PC 출하량이 올해보다 7% 감소한 2억22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력난 이슈가 메모리 업황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요인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력난에 의한 부품 생산난과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완성품(세트) 업체들이 수요예측 불확실성과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며 "이에 적정 수준 이상의 메모리 제고를 보유한 세트 업체들이 메모리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 업계에서는 일부 시장조사 업체들의 전망이 반도체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말 열린 '반도체산업 연대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D램 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사장은 "5세대이동통신(5G) 확대와 서버용 저장장치 수요 증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으로 내년까지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투자 집행은 시장 상황에 맞춰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까지도 올해와 내년 메모리 호황을 전망하던 시장조사 업체들의 전망이 단기간에 급변하는 등 분석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며 "업계에선 이미 내년까지 주요 계약들이 체결돼 있어 급격한 가격 조정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 시장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는 대체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에 불리한 분석이나 전망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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