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심석희 성폭행 판결문..공개·열람은 불법?2차가해?[팩트체크]

유동주 기자 입력 2021. 10. 16. 13:00 수정 2021. 10. 1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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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등을 폭행한 혐의로 고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1.23/뉴스1

판례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혐의 1심 판결문을 무료로 서비스했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업체는 심석희의 성폭행 고소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조재범의 판결문을 '비실명화'한 상태로 서비스하고 있었다.
조재범 판결문에 관집이 집중된 건, 뒤늦게 심석희가 카카오톡으로 유부남 코치 A씨(조재범이 아닌 다른 남자코치, 현재 연락 끊고 잠적)와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나눴던 대화 등이 공개되면서다. 심석희가 동료인 최민정, 김아랑 선수 등을 평창올림픽 기간 중 욕설 섞어 비하하고, 한국선수와 대결하는 중국선수를 응원하거나 여자 1000m 쇼트트랙 결승전에서 최민정 선수와 '고의 충돌'을 했다는 의심이 들만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파문이 일자, 여론은 조재범의 성폭행 혐의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방향으로 흘렀다. 이 가운데 한 유명 커뮤니티에서 조재범 1심 판결문을 볼 수 있는 판례 검색사이트 웹주소가 공개되면서 급속도로 판결문 내용이 퍼졌다. 대중들이 조재범 판결문을 궁금해 한 이유는 법원이 혐의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증거가 쓰였고 어떤 판단 근거가 동원됐는지 등이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조재범 1심 판결문이 널리 공개되자, 일각에선 "판결문을 봐도 되느냐", "성범죄 판결문을 보는 건 불법이 아니냐"는 등 판결문 열람과 공개에 대해 법적 문제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었다.

판결문은 재판 당사자들만의 것이 아니고 법원 소유도 아니다. 판결문은 '공공재'다. 이는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중요한 원칙이다.
헌법 제109조에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돼 있다. 재판 과정에 대해선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 법원 결정으로 비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은 헌법에 제한없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판결문에 대해 일반의 인식이 '구하기 어려운 것', '보면 안 되는 것'처럼 돼 있는 이유는 법원의 책임이 크다. 원래 모든 판결문은 100% 국민 누구라도 볼 수 있는 상태가 돼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비실명화 작업'을 핑계로 판결문 공개를 더디게 하고 있다.

실제 법원이 현재 공개·열람을 하고 있는 판결문은 전체 판결문 중에서 극히 일부다. 현재 법원이 시행중인 판결문 열람제도인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는 대법원 판결문의 3%, 하급심법원의 0.03%의 판결문만 공개되고 있다.(2019년 기준)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인 건,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법사위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지방 법원에 대한 국감장에서 판결문에 대한 비실명화 작업을 한 후에 공개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이균용 대전고등법원장의 설명에 "그러한 시간을 최소화해서 언론도, 시민단체도, 국회의원도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빠른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작가는 작품으로, 교수는 논문으로 평가받고, 법관은 판결문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판결문이 1심 판결 이후부터 바로 공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대한 사건들의 경우 1심 판결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재판이 잘 됐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원리에서 책임성의 강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도 했다.

현재 논란이 된 판례검색 서비스 등이 가능한 것도 법원이 판결문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법원이 판결문을 적극적으로 공개한다면 기존에 판례 검색을 주요 서비스로 유지되고 있는 업체들이 존재할 필요조차 없는 셈이다.

조재범 판결문이 공개되는 걸 문제삼는 이들은 성범죄 사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보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장'일 뿐 현행 관련 법령이나 헌법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수원=뉴스1) 오장환 기자 =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을 진술한 후 법정을 나서며 변호사와 함께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2018.12.17/뉴스1

만약 피해자 등 사건의 당사자가 판결문 '열람제한'조치를 법원에 신청하면 재판부 판단으로 '열람'을 제한 할 수도 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판결문은 기본적으로는 공개되고 당사자가 열람제한 신청을 재판부에 하게 되면, 전적으로 판사의 결정으로 열람이 제한 될 수도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재범 1심 판결문의 경우엔 '열람제한'이 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문이 열람되고 그 내용이 판례 검색 사이트에 실려 서비스되는 과정에 '불법'적 요소가 있는 게 아니다. 해당 사이트에 올려졌던 익명화된 판결문을 보거나 다른 이에게 전파한다고 해서 '불법'행위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현재 조재범 판결문을 보거나 이에 대해 말하는 것도 성범죄의 일종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 등이 성범죄 관련 판결문을 기본적으로 '비공개'하고 공익성이 명확한 경우로 한정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법조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주장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반(反)헌법적' 주장이기 때문이다.

'판결을 공개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이 있고 그 원칙이 헌법에 당연히 들어간 이유는 사법작용이 은밀한 곳에서 이뤄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재판이나 판결문이 극소수의 소유물로 유지돼선 안된다는 게 헌법 정신이기 때문이다.

국민 누구나 쉽게 판결문을 구할 수 있고, 어떤 재판에도 관심이 있다면 '방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헌법 원칙에서 나오는 당연한 국민의 권리다.

로스쿨의 한 헌법 교수는 "재판과 판결의 공개는 중요한 시민의 권리"라며 "왕정시대에 집권층 마음대로 재판을 열어 단죄하던 걸 막으려는 시민의 저항으로 얻어낸 것 중 중요한 부분이 사법작용의 투명한 공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성범죄 관련 판결이라고 원칙적으로 달리 볼 게 아니다"며 "현재 여성시민단체 등이 피해자 측 입장만 생각해서 2차 가해라며 '비공개'하라고 주장하지만 가해자로 몰린 피고인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공개재판을 받고 공개된 판결문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대중에 호소하고 싶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 측의 정당한 반박이나 호소조차 못하게 하고 대중들이 사건에 관심을 두지 못하게 막기 위해 '2차 가해'라는 법률용어도 아닌 걸로 겁박을 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심석희(오른쪽)-최민정(왼쪽)이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에서 넘어지고 있다. /사진=강릉(강원)=김창현 기자

조재범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지난 9월 수원고법 형사1부는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3년간 총 27회에 걸친 성범죄 행위를 저질러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또 피고인이 오랜 기간 피해자를 지도하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 충분히 알고, 이를 이용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역시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조 전 코치는 2심에서 심석희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관련 증거로 둘이 나눴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디스패치 보도로 일부가 공개된 심석희와 A코치와의 대화내용을 제출했다.

조 전 코치 측 변호인은 "1심에선 문자메시지 등을 조씨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커서 공개하지 않았다"며 "심석희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문자메시지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고 강요, 협박에 의한 것이 아님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변호인은 "1심에서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이 항소심 재판에선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검찰이 확보한 두 사람 간 문자메시지도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를 상대로 간음·추행·유사행위 등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은 사실은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조재범)은 피해자(심석희)가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훈련하는 마음을 이용해 긴 시간 동안 성범죄를 저질러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 법정에서는 혐의 전체를 부인하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부인 취지를 변경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해 2차 가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도 검찰과 마찬가지였다. 재판장을 맡은 윤성식 부장판사는 "피고인(조재범)은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더군다나 항소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피해자(심석희)와 이성적 관계에 있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새로운 주장을 했다"면서 "피고인의 주장은 소위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1심에서의 형은 피고인이 저지른 행위에 비해 가볍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징역 10년 6개월보다 더 무거운 징역 13년형을 선고했다.

조 전 코치 변호인은 2심 최종 변론에서 "이번 사건은 피해자(심석희)의 진술이 증거인데, 이 진술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달라"고 말했다.

조 전 코치는 2심 최후진술을 통해 "수사단계에서부터 조작된 내용으로 수사가 이뤄져 왔다. 피해자(심석희)가 저와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수많은 증거를 지웠다. 저는 피해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폭행범으로 몰렸다. 저에게 증거 조작한 것까지 인정된다면 지도자는 모두 성폭행범이 돼야 한다. 공정하게 판단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재범의 성폭행 혐의 사건은 현재 3심에 상고돼 대법원 판단에 맡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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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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