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우리나라 직장인 퇴직연금 이해력 '낙제점'

김성일 입력 2021. 10.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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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93)

연금 이해력이란 ‘연금에 대한 사리를 분별해 이해하는 능력’ 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금 이해력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정교한 측정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2월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센터’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연금 이해력 개념을 ‘연금에 대한 지식 및 이해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측정 문항을 개발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연금 이해력 조사를 실시했다(〈표1〉 참조).

직장인들은 자신의 급여에 대한 연금 전반의 이해력을 높여 자산운용을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연금 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진 flickr]


이 조사에서 다룬 연금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은 물론이고 연금보험, 주택연금 등 연금으로 통칭하는 금융상품까지 그 범위가 방대했다. 이해력 측정 항목은 각 연금의 세세한 규정보다는 연금에 대한 개념적 틀과 기초 활용 지식에 중점을 뒀다.

〈표1〉연금이해력 조사대상과 기간. [자료 2021 미래에셋 연금 서베이: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 및 분석]


우선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퇴직연금 이해력 점수 분포를 보면 아래 〈그림1〉과 같이 100점 만점에 각 문항 평균은 51.7점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의 연금 이해력 점수는 400점 만점에 190.5점(100점 만점 환산 시 47.6점)이란 점을 참작하면 그래도 퇴직연금 이해력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1〉 퇴직연금 이해력 점수 분포. [자료 2021 미래에셋 연금 서베이,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 및 분석]


아래의 〈그림2〉에서와 같이 제도별 퇴직연금 이해력 점수는 ‘DC형(57.4점) 〉 DB형(56.3점) 〉 퇴직연금 미가입자(46.7점)’ 순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DC형과 회사가 운영을 책임지는 DB형의 이해도 차이가 1.1점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 운용하여 적립금을 키운다는 DC형의 취지를 살릴 만큼 이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결과로 보인다.

〈그림2〉 퇴직급여제도별 퇴직연금 이해력 점수 분포(%). [자료 2021 미래에셋 연금 서베이,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 및 분석]

아래의 〈표2〉에서 나타난 퇴직연금 이해력 문항별 정답률을 살펴보면 정답률 ‘상’에 위치한 질문은 DC형 퇴직급여액 산출기준(78.6%), DB형 퇴직급여액 산출기준(77.2%), DB형과 DC형의 유불리 기준(65.6%), 퇴직급여를 IRP 계좌에서 연금으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 감면 여부(64.8%)로 제도에 관한 이해력은 평균을 상당히 넘어서 퇴직연금제 도입 17년 동안 알게 모르게 제도에 대한 홍보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2〉 퇴직연금 이해력 문항별 정답률. *이해도 상: 정답률60% 초과, 중: 40~60%, 하: 40%미만. [자료 2021 미래에셋 연금 서베이: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 및 분석]


‘중’의 이해력을 보인 항목은 퇴직금 및 퇴직연금 중간정산 가능 여부(56.8%), DB형 퇴직연금의 퇴직급여액 결정 요인(46.6%), 그리고 퇴직금 제도 도입 회사가 도산·폐업할 경우 퇴직금 미지급 가능성(43.2%)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퇴직금제는 수급권보호가 취약하다는 점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하’의 이해력을 보인 질문은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할 경우 퇴직소득세 납부 시기(38.8%), DC형 퇴직연금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28.1%), 그리고 퇴직연금제도에서 퇴직급여 적립금을 위험자산(원리금 비보장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한도(17.3%)로 나타났다. 이해력 ‘하’의 응답 결과를 보인 질문은 자산운용에 관한 것이었다. DC형 가입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으며,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아는 직장인은 10명 중 고작 2명 이하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DC형 가입자가 제도의 핵심인 ‘자산운용(투자)’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결과였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퇴직연금제도의 미래 과제를 도출해 보면 첫째, 퇴직연금 가입유도를 위해 퇴직금제의 수급권 취약에 대한 홍보가 보다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퇴직금 제도 도입 회사가 도산·폐업할 경우 퇴직금 미지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직장인이 43.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그림2〉에서 보듯이 퇴직급여제도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자가 39.5%나 된다는 점에서 퇴직급여제도 전반에 대한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몫이라기보다는 정부감독 당국의 퇴직연금 이해 프로그램의 공식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자산운용에 대한 정답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DC형의 핵심가치인 적립금을 활용한 자산운용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가입자 교육에서 제도에 관한 것은 축소하고 자산운용 교육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연금 전반에 대한 이해력을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퇴직연금 이해력에 대한 상세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장 최근의 직장인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참고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자산운용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제도만족도를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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