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2021 부국제에서 만난 '더 아일랜드'와 경계의 무의미함

현화영 입력 2021. 10. 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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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아일랜드’(감독 안카 다미안, 2021) 스틸컷. BIFF
 
안카 다미안 감독의 새 영화 ‘더 아일랜드’(2021)가 세계 최초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다미안 감독은 부산을 찾아 관객과도 만났다.

그동안 다미안 감독의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다른 국내 영화제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2020년 6월에는 ‘환상의 마로나’(2019)가 개봉되기도 했다. 

이번 칼럼에선 ‘환상의 마로나’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더 아일랜드’를 소개해 볼까 한다. 여러모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라 매혹적이다. 

-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

이 영화를 소개하는 글이나 감독 인터뷰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언급은 바로 ‘더 아일랜드’가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애니메이션 버전을 상상하면 당황하게 된다. 흔히 생각하는 그런 리메이크 영화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훨씬 느슨한 차원의 재해석이 자유롭게 이루어졌는데, 로빈슨 크루소가 했던 행동, 그가 느꼈을 감정, 그가 잠시 머물렀던 섬, 그가 이름 지어주고 함께 생활했던(정확하게는 하인으로 부렸던) 프라이데이 등이 또 다른 모티브가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가 알고 있던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는 ‘더 아일랜드’에서 인간, 난민, 인권을 비롯해 섬, 바다, 환경, 자연, 지구, 우주로 이어지는 이야기 모음으로 확대되고, 승화된다.

- 어린이용 장편 뮤지컬 애니메이션?

‘더 아일랜드’는 전체관람가 등급이 예상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분류되지만, 주인공이 누군지도 명확하지 않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도 없다. 그래서 기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예상했다가는 당황할 수 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왜 하는지’를 파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아니다. 누구든 즐길 수 있다. 다만 조금 새로운 감상 태도가 필요하다. 기승전결 이야기 전개라든지, 명확한 인물 구성 등은 잠시 잊는 것이 좋다. 

장편 극영화라고 해서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무조건 익숙한 방식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채택할 필요는 없다. 영화는 글이나 말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시청각 요소로 표현되기에, 눈과 귀 그리고 마음만 열어둔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에피소드가 짧게 이어지고,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로빈슨 크루소, 프라이데이 등이 번갈아 가며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뮤지컬영화의 대표적 관습으로 인물들은 노래도 부르는데,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선문답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그들이 끊임없이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는 노래를 시각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영상과 더불어 보고 듣다 보면, 여러 감각과 감정을 느끼게 된다.

- 무의미한 경계들!

장편과 단편, 극과 기록, 실사와 애니메이션, 다양한 장르 등등 영화를 두고 수많은 경계가 만들어져왔다. 더불어 영화 문법, 기법, 관습 등으로 불리는 방법들도 효과적인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 사이에 경계도 만들어져왔다. 동시에 그 경계는 늘 무너져왔다. 새로운 인식과 시도 등이 끊임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초현실적이고 상징적이라서 낯설기도 하지만, 익숙한 것을 찾아내려고 애쓰지만 않는다면, 의외로 편안하게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청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그때 의미를 해석하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더 아일랜드’를 소개하는 글 중에는 “모험, 문학작품, 식민주의, 음악/춤, 코미디/유머/블랙코미디, 환경/생태, 풍자” 등의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다.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의 조합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만큼 경계를 넘나드는 풍성한 감정과 생각을 제공하는 영화다. 

한편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도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영화제가 시도하고 있는 온라인 상영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와 아시아 단편영화 중심의 시도이긴 했지만, 고전적인 방식의 영화제와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가능해진 새로운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 기존의 경계가 바뀌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영화든 영화제든 여러모로 기존의 경계가 확장되거나 변하고 있는 요즘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를 목격하는 것은 늘 설렌다. 이후의 변화도 기대해 본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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