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해 과태료 낸 차주, 신고자 향해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

이가영 기자 2021. 10. 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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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 한 아파트 정문 게시판에 '자신의 차량을 불법신고한 사람을 찾는다. 제보하면 사례하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붙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에 불법주차해 과태료를 내게 된 차주가 자신을 신고한 이웃을 찾았다. 한 달간 이어지는 제보 요청에 신고자가 먼저 연락을 취하자 이 차주는 “할 일이 그렇게 없냐”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16일 제보자 A씨는 “불법주차 차량을 신고했더니 차주가 저를 찾고 있다”며 “꼭 기사 작성 부탁한다”는 글과 함께 그간의 사연이 담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보내왔다.

사건의 시작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9월 7일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정문 게시판에 “제보를 받는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었다. 게시자는 “최근 밤늦게 주차하면서 차를 댈 곳이 없어 단지 입구에 주차했는데, 이를 (누군가) 안전신문고 앱에 신고해 과태료 4만원을 냈다”며 “신고한 분이 아마 107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주민 중 이분을 알고 있거나 동, 호수를 아시는 분은 게시자 폰에 제보해 달라. 소정의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

A씨는 “도로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사고 날뻔한 적이 있어서 불법주차 차량을 보면 평소에 신고한다”며 “경찰서에 문의하니 이 경우는 도움 줄 수 없고, 관리실에 게시물 제거를 요청하라고 한다. 관리실을 통해 차주가 제 정보를 알고 보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다”며 두려워했다. 이어 “게시자의 말처럼 신고 지역이 아니라면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고, 부가됐어도 소명했다면 과태료 철회가 가능했을 텐데 경찰에 이의제기하지 않고 신고자인 저를 찾는 이유가 매우 의문”이라고 했다. .

그로부터 한 달여가 흐른 16일 A씨는 “차주가 게시판에 무단으로 부착한 게시글을 제거해도 계속 새로 붙였다”며 “토론을 원하는 것 같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A씨가 새로 올린 사진에서 게시자는 “게시물을 떼지 말고 연락처를 남겨 달라. 전화로 토론해 봅시다”라는 메모를 붙였다.

불법주차 신고자 A씨와 차주의 대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A씨가 “뭘 토론하자는 건지 해서 연락드렸다. 저는 딱히 할 말 없고, 횡단보도에 주차하지 마시고 단지 내 주차 자리에 주차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차주는 “만약 이런 문제로 또 다른 사람들이 신고하면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이곳에 있는 차를 신고한 건 잘못했다는 걸 토론해 보자는 거다”라고 답했다.

A씨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불법주차해서 과태료 받으신 건데 신고한 게 잘못됐다고 하시는 건가.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라며 “같은 동 사시는 분이라 최대한 이해해 드리려고 했는데 계속 이러시면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차주 역시 “그쪽은 불법주차라고 하는데 나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더군다나 한동네에 있으니까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할 일이 그렇게도 없어요?”라며 “한동네에 있는 분 차를 불법주차로 신고한 게 잘한 짓이냐”고 물었다. A씨는 “불법주차한 게 잘한 짓이냐. 횡단보도에 새벽부터 오후 3시 넘어서까지 주차하신 것 같던데, 말이 안 통하는 분이니 차단하겠다”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A씨는 “본인은 불법주차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왜 잘못된 걸 본인은 모르는지 참…”이라며 답답해했다.

해당 글을 본 네티즌들은 “차주 같은 사람은 누가 가르쳐줘도 모른다. 벽보고 말씀하시는 게 더 이해시키기 쉬울 것 같다” “불법주차니까 과태료가 나온 것 아니냐.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신고하신 분 힘내세요” 등 A씨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교차로, 횡단보도, 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는 주정차가 금지된다. 특히 보행 안전과 차량 소통 불편을 초래하는 지역이나 횡단보도 등의 장소는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불법 주청자로 적발되면 차량 무게 4t을 기준으로 이보다 가벼울 경우 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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