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깃발' 꽂힌 동자동 쪽방촌..주민은 울먹

정용석 입력 2021. 10.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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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이른바 '쪽방촌' 주민은 심란하다.

동네 발전을 놓고는 한 마음이지만,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쪽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옆 동네인 양동의 쪽방촌이 민간개발되면서 동자동으로 쫓겨나듯 온 세입자들이 있어 쪽방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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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 건물에 공공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정용석 기자

공공개발이냐 민간개발이냐…추진 주체 놓고 두동강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요즘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이른바 ‘쪽방촌’ 주민은 심란하다.

동네 발전을 놓고는 한 마음이지만,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쪽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민간개발'을 상징하는 빨간 깃발이 흔히 눈에 띄지만 말없이 지나가는 주민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살만한 마을에 대한 꿈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희미해지고 있다.

◆적막했던 쪽방촌은 왜 소란스러워졌나

올해 2월 정부의 발표를 접한 동자동 주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용산구와 함께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쪽방 주민들이 살 집 1000호, 기존의 세입자 250호, 공공분양 200호, 민간분양 960호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개발의 주체가 누구냐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중심으로 한 ‘공공개발’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민간개발’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번져 적막했던 동네가 소란해졌다.

‘민간개발파’ 오정자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주민들과 협의 없이 공공개발방식을 강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라가 주민들을 전부 투기꾼으로 단정짓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그런 선입견 때문에 강제수용을 거쳐 거리로 내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공개발을 요구하는 조재형 공공주택 대책위 총괄본부장은 ‘민간개발이 더 좋다는 것이야말로 선입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개발을 말하는 사람들은 '공공개발 정부 보상은 표준지공시지가의 1배 수준에 머문다'는 거짓을 퍼트린다"면서 "민간개발을 통한 용적률 700%를 맞추려면 절차상 토지면적의 50%를 기부체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A씨가 안내한 쪽방 건물 내부 모습.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고 세탁기 1대를 20명이 넘는 주민이 공동 사용한다. /정용석 기자

◆ "열악한 환경에 매달 사망" 쪽방 주민 불안감

쪽방에 오랜 기간 살아온 주민들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2023년 착공까지 시간이 남긴 했어도, 예기치 않은 주민 간 갈등 자체가 노심초사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만에 하나 사업이 보류 내지 좌초되면 어쩌나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다만 공공과 민간 둘 중 하나를 굳이 택하라면 정부가 책임지는 공공개발을 바란다는 의견도 적지않았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8년째 산다는 A(59) 씨는 "나라가 책임지는 공공임대가 차라리 낫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월 23만 원 짜리 1.5평 방에서 창문도 없이 살고 있지만, 시설 보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천장에서 비가 새니 고쳐달라는 요구에 '나가라'고 대응하는 집주인을 어떻게 믿느냐"고 울먹였다.

옆 동네인 양동의 쪽방촌이 민간개발되면서 동자동으로 쫓겨나듯 온 세입자들이 있어 쪽방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당시 모습을 지켜본 동자동 쪽방촌 주민 B(70) 씨는 "노인들이 많이 산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달에 한 명씩 사람이 죽는다"며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이란 게 이곳 많은 사람의 생각이라 공공이 나서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더팩트>가 동자동을 찾은 지난 13일 동네 곳곳에는 빨간 깃발이 꽂혀 있었다. ‘공공개발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또 동네 갈등의 상징이란다. 한 주민은 "(깃발을) 뽑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지만, 집주인 무서워서 어찌 그럴 수 있겠나"하며 혀를 찼다.

13일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 건물 벽에 공공개발을 반대한다는 의미의 붉은 깃발들이 걸려있는 모습. /정용석 기자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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