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죽었어도 5억 못탄다" 악마 10대들 무모한 범행 전말 [뉴스원샷]

최경호 입력 2021. 10. 17. 05:00 수정 2021. 10. 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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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10대 범죄자도 신상공개 청원



지난 9일 오후 11시30분쯤 전남 화순군의 한 펜션. 수로 안에 몸을 숨긴 한 여성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칩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여성은 펜션 투숙객들에 의해 구조됐습니다. 화순읍내에서 30㎞가량 떨어진 외딴곳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조사 결과 여성은 남자친구 A씨(19)와 펜션을 찾은 B씨(19)였습니다. 이날 A씨는 “50일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B씨를 숲속으로 유인했습니다. 하지만 깊은 밤 펜션을 나선 B씨를 기다리고 있던 건 선물이 아닌 괴한이었습니다.

괴한은 B씨의 목을 겨냥해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당황한 B씨는 흉기에 찔리면서도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합니다. 가까스로 숲속에서 나온 B씨는 펜션 근처 수로로 몸을 숨긴 뒤 도움을 요청합니다.


고교 동창들의 살해 모의…다른 범행도 준비했다


보험금을 노리고 A씨 등 일당과 함께 또다른 살인을 계획한 혐의(살인예비)를 받는 20대 여성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또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괴한이 다름 아닌 남자친구의 고교 동창 C씨(19)였던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 등은 이날 범행을 앞두고 철저히 준비를 해왔다고 합니다. 보험설계사인 A씨가 지난 5월 데이트 앱을 통해 B씨에게 접근한 게 시작입니다. 이후 A씨는 사망 보험금이 5억 원에 달하는 생명보험에 B씨를 가입시킨 후 수익자를 자신으로 만들어 뒀습니다.

A씨는 보험 가입 5개월이 지나자 본색을 드러내게 됩니다. B씨가 든 보험은 가입 후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 점을 노린 겁니다. 보험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거짓 교제를 이어오던 그는 화순 여행을 제안하게 됩니다.


치밀한 계획범죄…3차례 범행 현장 답사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10대 고교 동창생 3명이 지난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화순에서의 범행 준비도 치밀하게 이뤄집니다. 고교 동창 2명과 공모해 B씨의 사망 보험금을 타내려는 계획입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범행 하루 전인 8일까지 3차례나 화순을 찾았다고 합니다. 사전답사를 통해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숲길에서 범행을 저지르기로 한 겁니다. 이들이 침착하게 범행을 하기 위해 진정제까지 먹은 사실에는 경찰관들도 혀를 내둘렀답니다.

A씨 등은 범행 동선별로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숲에 선물을 숨겨 놓았다”며 B씨를 혼자 가도록 한 후 공범이 흉기로 살해하면 또다른 공범이 준비한 차량으로 갈아타고 도주하는 방식입니다. A씨는 자신이 몰던 외제차량 할부금을 갚기 위해 범행을 꾸몄답니다.

이들의 범행은 B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펜션에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차량 트렁크에 숨어 있던 C씨를 발견해 두 명을 함께 붙잡았습니다. 범행 후 A씨 등을 다른 차량에 태워 도주하려한 공범도 경찰에 체포됩니다.


5월에는 남성 살해 시도…연락 끊겨 실패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10대 고교 동창생 3명이 지난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 A씨의 범행은 이번만이 아니었답니다. 여죄를 캐던 경찰에 의해 또다른 범행이 꼬리를 밟힌 겁니다. 경찰은 지난 15일 A씨 등 3인조 외 여성 공범 D씨(20)를 구속했습니다. 지난 5월쯤 A씨 등과 함께 한 남성을 살해한 후 보험금을 타내려한 혐의(살인예비)입니다.

범행계획 당시 D씨는 사망 보험금을 받기 위해 남성과 혼인신고까지 한 상태였답니다. 그러나 이 남성이 수상한 낌새를 채고 잠적하면서 범행을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은 D씨 또한 A씨를 통해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D씨도 살해해 사망 보험금을 타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잔혹한 범죄 10대도 신상공개해달라”


‘여자친구를 청부 살해 시도한 10대 강력처벌과 신상공개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15일 오후 7시 현재 1만6919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례적인 청원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A씨 등 10대 3명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내용입니다. ‘여자친구를 청부 살해 시도한 10대 강력처벌과 신상공개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15일 현재 1만6919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은 “이런 극악무도한 10대를 청소년보호법 이라고 신상공개를 안하나”라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거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10대도 신상공개 검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했습니다.


계획만 치밀…“사망보험금 못 탔을 것”


경찰은 “설령 이들이 범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보험금을 타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인 게 드러나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흉기에 찔린 사망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찰 판단입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의 말을 들으면 이들의 범행이 얼마나 무모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A씨가 보험설계사를 하긴 했지만 경력이 많지 않은 데다 사회적 경험도 적었다. 거액의 사망 보험금에 눈이 멀어 무턱대고 저지른 범행으로 본다.”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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