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조금 더 쓰라린, 부모에게 받은 상처

시사IN 편집국 2021. 10. 17. 06: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 에이미 거트먼·조너선 D. 모레노 지음, 박종주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생명윤리학은 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무한히 건설적이다.”

이 책 제목은 미국 블루스 곡에서 따왔다. 오바마 행정부 ‘생명윤리학적 쟁점 연구 대통령직속위원회’에서 활동한 저자들은, 이 제목이 미국 사회가 사후의 삶을 바라보는 모순적 방식을 드러낸다고 적었다. 누구나 건강과 장수를 원하지만 그 수단 가운데에는 논쟁적인 것이 많다. 의료보험, 공중보건 등 재정정책뿐만 아니라 유전자공학, 말기 의료, 장기기증 등 윤리적 문제도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책은 각 쟁점을 두고 어떤 논박이 펼쳐져왔는지 정리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을 들어 다른 주장을 논파하는 책은 아니다. 오직 ‘시민성’만을 덕목으로 제시하며,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적는다.

 

 

 

 

 

노숙인, 길에서 살다 조문호 글·사진, 이숲 펴냄

“외면이나 방관보다 그들을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이다.”

책은 통계로 시작한다. 한국인 평균수명은 81세인데 노숙인은 평균 48세를 넘기지 못한다. 한 해 죽어가는 무연고자는 300명 이상. 1만5000여 명이 임시 주거시설이나 ‘쪽방’에서 살고, 2000명 넘는 노숙인이 거리를 떠돌고 있다. 이후 펼쳐지는 사진들은 이 사람들의 애환을 드러낸다. 기이하게 구겨진 채 누운 자세, 헐벗고 마른 몸, 텅 빈 동공이 담겼다. 저자는 이들을 ‘전시’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던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해 간략히 적었다. 놀랍게도 1947년생인 저자는, 이 취재를 위해 5년간 쪽방촌에서 살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참담한 감동을 준다.

 

 

 

 

 

논증의 탄생 조셉 윌리엄스·그레고리 콜럼 지음, 윤영삼 옮김, 크레센도 펴냄

“최선의 형태로 발현될 때 논증은 시민들이 힘을 모아 합리적 결과에 도달하는 수단이 된다.”

누구나 글 쓰는 일을 어려워한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전문 작가들마저도 ‘새하얀 백지 앞의 공포’를 고백하곤 한다. 설득하는 글쓰기는 더욱 어렵다. 타인의 사고를 예측하고 자신의 명확한 논리를 내세워야 한다. 이 책은 설득력 있는 논증을 위한 실용적 지침을 700여 쪽에 담아냈다. 특히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문제를 어떻게 볼지 짐작하고, 그 시각에 따르는 서술을 먼저 쓴다. 이후 차근차근 이 생각을 뒤집어가는 게 기본기이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여성의 대의 지젤 알리미 지음, 이재형 옮김, 안타레스 펴냄

“나는 정의가 아닌 것은 참을 수 없어요. 내 인생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2020년 93세로 숨진 지젤 알리미는 프랑스 인권변호사이자 페미니즘 운동가이다. 낙태죄가 강간죄보다 더 쉽게 처벌받던 시절, 온몸으로 맞서 법률 제정에 힘썼다. 1940년대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당시 낙태수술을 한 시술자는 사형을 당했고 유죄를 선고받은 여성은 대개 서민이었다. 알리미는 상류층은 남몰래 영국이나 스위스 병원에서 낙태를 한다며, “낙태 재판은 결국 계급 재판”이라고 적었다. 그는 여성에게만, 그중에서도 하위 계급에게만 가해지는 속박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제도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 찰스 화이트필드 지음, 김세영 옮김, 빌리버튼 펴냄

“상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이지만, 너무 자주 겪기 때문에 무심코 간과해버리기 쉽다.”

저자는 트라우마 치료의 선구자로 꼽히는 미국 정신의학 전문의이다. 1987년 처음 나온 이후 이 책은 1300만 부 이상 팔렸다. 오늘날 사람들은 40년 전에 비해 트라우마라는 개념에 더 익숙하다. 책은 다양한 임상 경험을 통해 ‘자아’를 잃어버리는 과정을 전한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솔직한 감정을 회피하게 된다. 거대한 사건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상처도 아이에게는 영향을 준다. 부모가 아이를 농담거리로 삼거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고, 약속을 어기는 것도 오래도록 남는다.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이병한 지음, 가디언 펴냄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인류는 재차 빛을 발하고 있다.”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말이 쓰인다. 인류가 지구환경에 큰 악영향을 끼치며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기에 이르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전의 지질학적 시대와 달리 이 시대는 단명하게 될지도 모른다. 위기를 절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통과 소비의 변화를 꾀한다. 저자가 변화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은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기업 CEO들이다. 환경과 기술 간의 갈등이 아니라 융합을 전했다. 태양광과 스마트팜부터 미생물을 활용한 농업기술, 해조류 부산물로 만든 대체 플라스틱까지 친환경으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