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에 가장 추운 10월 중순.. 날씨가 왜 이럴까[이원주의 날飛]

이원주 기자 2021. 10. 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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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전에는 여름이었는데 이번 주엔 겨울이다.""가을이 1주일도 안 된다."틀린 말이 아닙니다.

2021년 10월 5일 21.7도였던 서울 최저기온이 0도까지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보름 남짓입니다.

2021년 10월 17일 공식 기록된 최저기온은 2002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기온입니다.

다음주 중반쯤에는 10월 하순 평년기온인 최저 8도, 최고 18도 가량으로 기온이 돌아갈 걸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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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전에는 여름이었는데 이번 주엔 겨울이다.”

“가을이 1주일도 안 된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2021년 10월 5일 21.7도였던 서울 최저기온이 0도까지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보름 남짓입니다. 서울 기준 최저기온 0도는 12월 중순쯤 되어야 나오는 온도입니다. 정말 계절이 여름에서 겨울로 갑자기 이동한 느낌입니다.

지난해 11월의 이른 추위 풍경. 동아일보DB

2021년 10월 17일 공식 기록된 최저기온은 2002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기온입니다. 그런데 2002년 영하 기온을 보였던 날은 27일과 28일(각 영하 0.4도와 0.3도)입니다. 그러니까 2002년에는 10월 하순이 되어서야 이런 날씨가 나타난 겁니다. 그러면 10월 중순 기온으로는 어떨까요.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57년 10월 19일 최저기온이 영하 0.4도까지 떨어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10월 중순으로는 우리는 올해 64년 만에 가장 추운 10월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1940년 이후 10월 최저기온 순위. 10월 중순에는 이 같은 낮은 기온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 이유는 날씨를 춥게 만드는 여러 가지 원인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입니다. 가을 겨울철 날이 추워지는 이유는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밀려내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북쪽 상공의 기압배치가 찬 공기를 극단적으로 끌고 내려온 데다 아주 강한 바람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2021년 10월 1일 갑자기 몰아친 강풍과 비에 우산을 받쳐들기 힘들어하는 시민. 동아일보DB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한반도와 주변 상공 5.5km 높이의 일기도를 보면 북한보다 북쪽, 그러니까 만주지방 근처에 강한 저기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저기압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강한 회오리를 만들면서 북위 60도 이상에 있던 차가운 바람을 한반도 인근까지 확 끌어내렸습니다. 이렇게 상공이 차가운 공기로 덮이면 지면 공기도 따라서 차가워지겠죠.

상공 5.5km 일기도(2021년 10월 16일 오후 발표 기준). 북쪽 저기압 때문에 우리나라 상공으로 찬바람이 내려왔습니다. 자료: 기상청

여기에 말 그대로 ‘설상가상’ 상황이 지표면에도 생겼습니다. 지표면의 일기도를 보면 중국 만주지방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큰 고기압이, 왼쪽에는 저기압이 위치해 있습니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을 만들어내는데, 이처럼 왼쪽 고기압, 오른쪽 저기압 상황이 겹치면 두 힘이 합쳐져서 가운데서는 아래쪽으로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게 됩니다. 이렇게 강한 바람이 한반도에 수직으로 내리꽂힙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다른 지역보다 더 차가운 공기가 강하게 부는 환경이 만들어진 겁니다.

우리나라 주변 지표면 일기도(2021년 10월 16일 오후 발표 기준). 한반도 북쪽에 좌우로 위치한 고기압과 저기압이 우리나라로 강한 바람을 몰아내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기상청

다행(?)이라면, 겨울 날씨를 몰고 온 북쪽 저기압과 고기압들의 이동 속도가 느리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이 기압배치는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에 따라 찬 공기도 점차 다시 북쪽으로 걷히겠다는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다음주 중반쯤에는 10월 하순 평년기온인 최저 8도, 최고 18도 가량으로 기온이 돌아갈 걸로 예상됩니다.

2021년 10월 18일 이후 기온 예보. 10월 하순 평년기온은 서울 기준 일최저 8.2도, 일최고 17.7도입니다. 자료: 기상청

차가워진 날씨는 원래대로 곧 돌아오겠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잃어버린 건강은 그보다 훨씬 늦게 돌아옵니다. 특히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2년 가까이 분투 중인 보건의료진을 포함한 야외근무자의 건강이 우려됩니다. 독자 여러분을 비롯해 이 기사를 보시지 않는 분들도 어느 한 분 빠짐없이 건강히 이 가을을 보내시길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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