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사 집 창문 뚫고 총탄이.. 20년 미제 암살사건 현상금 30억으로
하버드학부 졸업하고 금융범죄 전담하던 '엘리트 저승사자'
미국이 9·11 테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2001년 10월 11일.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충격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현직 검사가 자신의 집에서 외부 총격을 맞고 절명한 것이다. 희생자는 연방 지검에서 화이트 칼라 범죄 수사를 담당하던 마흔 아홉 살의 엘리트 검사 토머스 크레인 웨일스였다. 용의자의 행적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벌써 사건 발생 20주기를 맞으면서 이 사건은 미 역사상 최장기 미제 검사 살인사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주기를 맞아 최근 연방수사국(FBI)이 용의자 와 관련한 중요 제보 현상금을 당초 100만 달러에서 250만 달러(약 29억5875만원)으로 확 높였다. FBI와 법무부, 연방검찰,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한 협력 수사조직인 시애틀 검사 살인 사건 태스크포스(SEPROM)까지 만들었지만, 범인의 소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리사 모나코 법무차관은 현상금 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는 그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에게 일어난 비극과 희생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후 2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사중이며,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어떤 것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상금 인상을 계기로 웨일스 검사와 당시의 비극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1952년생인 웨일스 검사는 메사추세츠주 출신으로 하버드대 학부를 졸업하고 호프스트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로스쿨 재학새절에는 교지 편집장도 맡았다. 1983년에 임관해 화이트 칼라 금융 사기 범죄의 수사와 기소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는 시애틀 시장의 자문기관인 시애틀 계획위원회 위원과 워싱턴주 총기규제 단체의 대표로 활동하는 등 지역 사회 활동에도 아주 적극적이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웨일스 검사는 자신의 집 지하실 서재에서 PC로 워드를 치고 있었다. 그 때 지하실 창문을 뚫고 그의 몸을 향해 여러 발의 총탄이 발사됐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 웨일스 검사는 다음날 끝내 숨을 거뒀다.
미국 대도시의 치안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현직 베테랑 검사가 일을 하다가 창문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에 많은 미국인들이 경악했다. 이 살인 사건은 한 남성 용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판명났으며, 달아난 용의자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가 쉽게 확보되지 않자,결국 다시 현상금을 두 배 반으로 올린 것이다. 그는 숨졌을 때 슬하에 릭 웨일스와 에이미 에일스 남매를 두고 있었다. 웨일스 검사를 추모하고 그의 삶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토머스 C. 웨일스 재단이 설립됐다. 그러나 릭이 2017년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에이미도 가정을 꾸리면서 유족들은 고심 끝에 2018년 재단을 해산하고 추모기금은 지역 내 수감 청소년들의 문학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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