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9번째 핵보유국 큰 그림 그리는 北, 성공 가능성 희박

박대로 입력 2021. 10.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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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北, 이중 기준 언급…핵보유국 정지작업
김정은, 계기마다 핵보유국 발언 지속 중
만약 인정되면 北 세계 9번째 핵보유국
핵보유국 인정 시 미국과 핵군축 협상
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전면 개편 시 가능

[서울=뉴시스] 북한 자위-2021 박람회에 나온 미사일들. 2021.10.12.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한국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한국 정부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돌연 신무기를 시험 발사하는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한국군이 지난달 중순 역대 최초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중 기준'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한국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을 쏘는데 자신들이 비슷한 미사일을 개발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중 기준 주장에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분석한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지난 1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북한이 이중 기준 언급으로 핵보유가 자위적인 차원에서 정당하다는 것을 선전하고 있다"며 "북한이 주장하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핵(문제)은 사라져 버린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해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뉴시스에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핵개발을 자위적인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논리는 궁극적으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의 연설은 무기체계 시험을 지속해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시험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강압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 평가와 전망: 전략적 의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북한은 핵 억제력 달성을 기반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되 누구를 겨냥하는 것도 아니고 선제적으로 사용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핵보유국의 지위와 동시에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열렸다고 13일 보도했다. 2021.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이번 이중 기준 공세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27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1950년대의 전쟁과 같은 고통과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져야 했기에 남들 같으면 백 번도 더 쓰러지고 주저앉았을 험로 역경을 뚫고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우리는 핵보유국에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다"고 핵보유국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는 "당 중앙의 직접적 지도밑에 화성포 계열의 중거리, 대륙 간 탄도로케트들과 북극성 계열의 수중 및 지상 발사 탄도로케트들이 특유한 작전적 사명에 맞게 우리식으로 탄생한 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에 대한 보다 명확한 표상을 줬으며 완전무결한 핵 방패를 구축하고 그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략적 억제력을 굳혀나갈 수 있게 했다"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달 14일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도 "위대한 당 중앙의 전략적 구상을 결사의 투쟁으로 실현한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노동계급의 고결한 애국 충성의 결정체인 첨단 무기들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대의 위력을 확증해줬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4월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이는 2005년 핵 보유를 공식 선언한 김정일의 유언을 아들인 김정은이 법적으로 확정했다는 의미였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군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역내 긴장을 조성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의도가 없음을 입증할 조치가 부족하다고 비난하면서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2021.10.12.

이어 북한은 2013년 4월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핵무기 개발동기, 사용 원칙, 사용 대상, 최종 승인 권한, 핵전력 강화 계획 등을 포괄하는 핵전략이 포함됐다.

이 같은 북한과 김 위원장의 큰 그림이 만에 하나 실현된다면 북한은 9번째 핵보유국이 된다.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공인하는 핵보유국(Nuclear Weapons States) 5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이다. 이들 5개국은 핵확산금지조약의 핵국가(핵보유국) 인정기준인 '1967년 이전의 핵무장'에 의해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동시에 이들은 핵무기를 제거해야 하는 핵군축 의무도 같이 지고 있다.

이들 5개국 외에 '사실상 핵보유국(de-facto nuclear state)'은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이다. 이스라엘은 1964년, 인도는 1980년, 파키스탄은 1985년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해 비공인 핵보유국이 됐다. 이들 3개국은 처음부터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핵확산금지조약 체제하에서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보유하려 한 나라들도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85년 핵무기 개발을 완료해 원자폭탄 6발을 보유했지만 유엔의 압력에 굴복해 1990년 스스로 폐기했다. 리비아의 가다피(Muhammar Gadaffi)와 이라크의 후세인(Sadam Hussein)이 시도했던 핵무기 개발은 미국이 좌절시켰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전시 중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 앞에서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역내 긴장을 조성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의도가 없음을 입증할 조치가 부족하다고 비난하면서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2021.10.12.

만에 하나 북한이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면 북한은 한층 유리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협상은 전격적으로 핵군축 협상으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북한은 대북 제재 해제 등 더 큰 것을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 역시 비핵화 협상이 핵군축 협상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로버트 매닝 전 미국 국무부 선임자문관은 12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주적은 전쟁'이라고 말한 것은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미국과 군축 협상을 벌이기 위한 장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지난 1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자신들의 핵무력과 상대방의 핵위협 구도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그러면 이것은 비핵화(협상)가 아니라 핵군축 협상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재완 원광대 군사학연구소 교수는 '한반도 대량살상무기 군비통제 추진방향: 이론 및 사례분석, 신뢰구축 방안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핵군축 협상이 추진되면 북한은 북핵 폐기에 상응한 미국의 핵우산 철폐나 주한미군 철수 등 군비통제 근본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발판 삼아 수십 년간 자신들을 괴롭혀온 외과식 타격 걱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북한은 핵무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미국의 예방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 즉 '취약성의 협곡'을 견뎌야 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면 미국이 북한을 외과식 타격 방식으로 공격할 명분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

[서울=뉴시스] 북한 국방발전전람회장 둘러보는 관람객들. 2021.10.14.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현직 통일부 대변인인 이종주 박사는 2019년 '김정은의 핵 강압외교 연구' 논문에서 "취약성의 협곡은 핵무장을 추구하는 국가(A)가 핵무력 완성에 근접하면서 다른 국가(B)의 예방공격을 받게 될 위험이 커지는 시기"라며 "이때 국가 A는 핵능력 고도화, 국가 B는 예방공격을 서두르며 시간 싸움을 벌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계획대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핵보유국 기준을 충족하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은 6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그간의 수많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핵보유국에 근접하기는 했지만 아직 핵투발수단, 즉 핵미사일을 완성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이 아직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항법 유도기술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시영(합동참모본부)은 '핵무력 완성 선언 전후 북한의 위협인식과 선호의 역전: 위험감수에서 위험회피로' 논문에서 "ICBM은 추진체의 엔진능력, 500~600 ㎏ 내외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 고온·고압 저항능력을 비롯한 재진입 기술, 항법유도기술, 미사일발사대 안정성 등의 다섯 가지 능력으로 완성된다"며 "현재까지 진행된 북핵·미사일 고도화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본다면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항법유도기술 부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ICBM 기술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본다.

성기영 위원은 "북한이 북미협상에 응하기 위해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미국은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이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북한 국방발전전람회 공개된 단거리 미사일들. 2021.10.11.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성 위원은 이어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평화적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군비통제론적 관점 등이 혼재하고 있다"면서도 "(바이든 정부가) 단기간 내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추가 양보 조치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논외로 하더라도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기존 핵확산금지조약 체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50년간 이어져온 현 체제를 개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장석준(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은 '북한·인도·파키스탄의 핵무장 정책 동인을 통해 본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가능성' 논문에서 "북한의 핵보유 인정은 직접적인 안보위협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문제"라며 "나아가 불안정성이 내재된 동북아지역에서의 핵도미노(Nuclear Domino) 현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 승인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강녕 조화정치연구원장은 '북한 핵전략의 유형적 특징과 전망' 논문에서 "국제법적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새로이 인정받으려면 NPT가 개정돼야 하는데 어떤 나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일은 영원히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그렇다면 국제법적이 아닌 국제정치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공식적인 5개 핵국가가 자신들의 독점적 핵국가 지위에 도전하고 핵을 확산해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국가인 북한을 새로이 핵무기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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