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간판 '봄' 선정한 세종시..시청 '로컬 푸드과' 이름은 어쩌나

김방현 2021. 10.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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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봄' 등 우수 한글 간판 선정


‘한글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세종시가 지명이나 도로명을 한글로 짓고, 카페 등 우수 한글 간판을 선정해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시청 부서 이름이나 업무 관련 명칭은 외국어로 된 게 상당수여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청 1층 로비에 있는 북카페. 옆 벽에는 훈민정음이 인쇄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는 세종시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묘호(廟號)를 따서 도시 이름을 지었다. 세종시는 이를 계기로 시내 지명은 물론 도로·다리 이름까지 한글로 정했다. 보람동·고운동·다정동·새롬동·도담동·한솔동, 해들마을·새샘마을·가온마을, 햇무리교·한두리교·가람교, 온빛초등학교·아름초등학교·보람고등학교 등이다.

세종시가 한글 도시가 된 것은 10년 전 당시 최민호 행복도시 건설청장이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최민호 전 청장(국민의힘 세종시당위원장)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조 정신을 계승하고 세종시를 한국적인 품격을 갖춘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도시 내 공공시설 명칭을 순우리말로 제정키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는 한글 사용 장려를 위해 2014년 '한글사랑 지원조례'를 만들고, 지난 2월 전국 처음으로 한글 진흥 전담부서도 신설했다.

세종시청 1층 입구에 있는 부서 안내판. 스마트 도시과 등 외국어 부서 이름이 등장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는 최근 올해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을 선정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은 아동심리상담센터 마음아리(도담동)와 카페 봄(대평동), 한울 작은 도서관(보람동) 등 3개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번 공모는 한글사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추진했다”며 “세종시 상인·시민이 직접 신청한 간판과 한글사랑 동아리가 추천한 간판을 놓고 한글사랑 동아리 회원의 투표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세종시가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으로 선정한 '아동심리 상담센터 마음아리'. 사진 세종시

이 가운데 마음아리는 '마음을 응원하다'란 뜻으로 치료진의 이념을 담은 순우리말이다. 봄은 계절 봄과 '본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으며, 한울 작은 도서관의 한울은 '큰 나' 또는 '온 세상'이라는 뜻이다. 시는 이번에 선정한 우리말 간판을 시청 블로그와 밴드 등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원스톱→일괄, 홈페이지→누리집, 권고 나서


세종시는 일부 행정용어도 한글로 순화해 보급했다. 예를 들면 ‘만전을 기하다’는 ‘최선을 다하다’로, ‘홈페이지’는 ‘누리집’, ‘원 스톱’은 ‘일괄’ 등으로 바꿔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세종시청사 1층에 있는 '일자리 지원센터'. 한글과 외국어가 결합된 부서 명을 사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반면 세종시청사에는 영어로 된 부서 이름이 눈에 뜬다. ‘스마트도시과’와 '로컬푸드과' 등이 대표적이다. 세종시청사 1층 로비에는 각종 행정자료와 책을 비치한 ‘북카페’도 있다. 그 옆 벽에는 훈민정음이 인쇄돼 있다.


로컬 푸드과,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외국어 이름 그대로


이와함께 세종시가 도입한 '복합커뮤니티센터(주민 생활공간)’등 시설 이름과 ‘대세충청 스탬프 투어'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플랫폼 세종 시티앱’ '세종스타트업위크 2021' 이밍 시민 공모' 등 각종 사업이나 정책에도 한글과 외국어가 섞인 이름이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한 '한글사랑위원회'를 만들어 한글 정책을 수립하고 심의하고 있다"며 “부서 이름도 점차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우리말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으로 선정한 카페 '봄'. 사진 세종시

충남대 이금영 국어국문과 교수는 “영어 등 외국어를 써야 세련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며 “우리말로 바꿀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부서 이름까지 굳이 외국어로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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