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생화 만나러 당진 삼선산수목원 갑니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입력 2021. 10.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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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와 바람···숲속 정원서 ‘언택트 힐링’/21만㎡에 23만본 자라는 ‘식물도감’/다양한 산책로 가을 야생화 ‘지천’/황톳길 맨발 산책·바람의 정원서 피톤치드 샤워/조개껍질 줍는 왜목마을 해변엔 아름다운 노을 파노라마

삼선산수목원 전경
 
인적 없는 산길을 걷는다. 고요함을 깨우는 것은 뺨을 스치는 부드러운 가을바람과 맑게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들. 비강을 헤집고 들어오는 편백나무의 피톤치드는 폐속 깊숙하게 들어앉으며 오염된 몸을 새것처럼 씻어준다. 자연은 늘 이렇게 고마운 선물을 안기는 구나. 찾는 이 많지 않아 호젓한 당진 삼선산수목원 산길 혼자 거닐며 언택트 힐링을 즐겨본다.
삼선산수목원 입구
 
블루세이지
 
#‘식물도감’ 삼선산수목원에 가을 오다

충남 당진시 고대면 삼선산수목원에 들어서자 보랏빛 블루세이지가 여행자들을 맞는다. 맥문동이나 라벤더를 닮았지만 좀 더 화사한 블루세이지의 꽃말은 ‘가정적’, ‘가족애’. 꽃말 때문인지 아이들 손을 잡고 수목원 도토리놀이대로 향하는 젊은 부부들의 얼굴에 사랑과 행복이 잔뜩 묻어난다. ‘삼선산수목원’ 글자가 바위에 커다랗게 새겨진 입구정원부터 여리여리한 연분홍 무궁화 ‘홍순’을 시작으로 수많은 수목과 자생식물이 식물도감처럼 펼쳐져 시작부터 기분이 상쾌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습지원에는 ‘조심! 뱀 출현’이라 적혔다. 뱀이 나올 정도라니. 생태계가 아주 잘 보존돼 있나 보다.

무궁화 홍순
 
습지원
 
벌개미취
 
꽃은 없지만 초록 꽃창포와 커다란 연잎, 벼과에 속한 브라치트리차 새풀과 벤트리코사 비비추, 골든티아라 비비추 등이 연못을 수놓고 정자 앞에는 들국화 닮은 연보랏빛 벌개미취가 지천으로 활짝 피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꾸미고 있다. 정자에 오르면 본격적인 수목원 여행이 시작된다. 예쁜 생태연못 너머로 야생초원과 출렁다리가 놓인 숲하늘길, 한반도원, 암석원, 침엽수원까지 펼쳐지는 수목원의 규모가 상당하다. 생태연못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어른 팔뚝 크기의 황금빛 잉어들이 떼 지어 몰려 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정자 연못
 
연못 잉어
 
21만㎡에 달하는 수목원에는 약 1160종 23만6290본의 수목과 식물이 자라며 산책로가 잘 꾸며져 하루나들이 코스로 좋다. 더구나 2017년 4월 문을 연 비교적 ‘신상 여행지’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한산하다. 평지가 아니라 산속에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일반 수목원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덕분에 수목원과 산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바람의 언덕 근처 정자와 참나무원 인근 정자가 놓인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적어도 2시간은 걸리기에 여유 있게 시간을 갖고 둘러봐야 한다.
암석원 가는 산책로
 
배롱나무길
 
야생초원을 지나는 오솔길은 홍자색 배롱나무와 벌개미취가 어우러져 가을 정취를 더하고 길 오른쪽에는 유아숲체험원과 난대온실, 무궁화원, 자생식물원, 산나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원과 암석원을 지나 수목원 끝까지 들어가면 세족장이 등장한다. 왼쪽으로 맨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황톳길이 이어져 부드러운 흙의 질감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다. 단풍나무원에서 침엽수원 초입 세족장까지 연결되는 황톳길은 15분 정도 걸린다.
숲하늘길 출렁다리
 
바람의 정원 등산로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 계속 꽃을 피우는데 흰색, 분홍, 빨강, 보라 등 색깔과 무늬가 다양해 아주 화려하다. 무궁화원에서 야생초원을 가로질러 놓인 출렁다리 숲하늘길을 건너 수국원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코스가 시작된다. 진짜 출렁거리는 다리에 서면 수목원의 전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벼운 산행이라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완만한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다 보면 바람의 정원을 만나는데 편백나무 피톤치드로 샤워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주 향이 강하다. 눈을 감는다. 부드러운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며 깊게 숨을 쉬니 몸이 새롭게 태어나듯 가벼워지며 머리를 짓누르던 고민들은 모두 사라진다.
억새길
 
도토리놀이대
 
참나무원 정자에는 억새의 물결이 출렁거려 가을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내려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참나무원 정자에서 진달래길로 내려가면 전망데크가 나오고 진달래원으로 이어진다. 참나무원을 거쳐 느티나무쉼터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키즈꿈의 숲과 물놀이장을 지나 도토리놀이대로 이어진다. 내려가는 길에 자작나무원과 숲속도서관, 피크닉장도 만난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 도서관에는 자연테마 도서 등 1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도토리놀이대의 커다란 미끄럼틀에서는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이 평화롭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을 하면 숲 해설가와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식물의 유래, 용도, 비슷한 식물 구분 등 풀과 나무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대상은 20명 이내의 단체 및 가족단위 방문객으로 약 1시간30분가량 소요되고 평일에는 주 2회 진행된다.
왜목해변
 
#일출과 일몰 모두 즐기는 왜목마을

당진시 석문면 왜목마을은 일출과 일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을이 바다를 동서로 양분하면서 당진시의 최북단 서해바다로 가늘고 길게 뻗어나간 특이한 지형이라 해 뜰 무렵 마을의 바닷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서해바다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해가 뜨는 위치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며 노적봉 촛대바위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2월과 11월의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 일몰은 당진시 석문면 대난지섬와 소난지섬 사이의 비경도를 중심으로 볼 수 있다.

왜목해변 ‘새빛왜목’ 조형물
 
왜목해변 입구에 놓인 ‘해뜨고 지는 왜목마을’이라 적힌 하트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기며 해변에 놓인 거대한 은빛 조각은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높이가 무려 30m에 달하는 왜가리 조형물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새빛왜목’이라는 작품으로 꿈을 향해 비상하는 왜가리의 모습을 담았단다. 이유가 있다. 마을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생겨 왜목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었기 때문이다. 물이 빠진 해변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조개껍질을 만지작거리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긴다.
왜목마을 저녁노을 드론촬영
 
해발 70m의 왜목마을 뒷산 석문산 정상이 일출과 일몰을 모두 즐기는 뷰포인트. 왜목마을 해양경비초소 옆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정상에 오르면 왜목마을 서쪽으로 대호간척지가 광활하다. 뒤를 돌아보면 왜목의 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당진=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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