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일경제

17세 국적 포기하고 34세 회복 신청했는데..법원 "병역기피 아냐"

홍혜진 입력 2021. 10. 17. 09:09 수정 2021. 10. 17. 10:15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재판부 "국적 회복 신청 불허하려면
병역 기피 '강한 의심' 사유 있어야"
서울행정법원 [사진 제공 = 연합뉴스]
17세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자가 된 남성이 34세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겠다고 신청하자 정부가 '병역 기피 목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 회복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갖고 있던 A씨는 17세가 되던 2003년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A씨는 34세가 된 지난해 "한국에서 부모님과 살면서 경제활동 및 학업을 지속하겠다"며 법무부에 국적 회복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국적법 제9조 2항에 명시된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사람'이라며 국적 회복을 불허했다. 법무부는 A씨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세가 되기 직전에 한국 국적을 상실한 데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음에도 2009년께부터 한국에서 체류해 온 점 등을 불허 사유로 들었다.

법무부는 또 A씨가 국적을 회복한 후 현역 입대를 피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36세를 2년 남기고 국적 회복 신청을 했다고 봤다.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회복한 사람 중 36세 이상인 사람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위해 한국에 머문 것이고, 병역을 기피할 의도가 없었다"며 법무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국적 회복 신청을 불허하려면 병역을 피하고자 국적을 상실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만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거로 △A씨가 국적회복 당시 진술서에 '지금이라도 병역의무에 소집돼 병역의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진술한 점 △국적회복 신청 시로부터 36세에 이르기까지 2년여가 남아 신속한 절차 진행시 현역병 복무가 불가능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A씨가 조현병 병세가 위중했던 시기에 국적 회복을 받고 병역검사를 받았더라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었을 여지가 있고,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했다면 면제가 확실히 가능하도록 38세 이후, 또는 그 이전이라도 36세 무렵에 국적회복 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A씨에게 병역의무 이행 자체를 거부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혜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