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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꼬리 내리는 ADD 개혁..꼬리가 몸통 흔드는 KF-21

김태훈 기자 입력 2021. 10. 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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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국방위를 8년 하면서 아쉬웠던 것이… ADD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국방개혁이 요원하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왜? ADD에서 연구개발만 해야지 체계개발까지 다 하려고 그러니까 이것이 맘모스, 메머드급이 돼 가지고, 공룡·하마가 돼 가지고, 뒤뚱뒤뚱 가지도 못하고 중간에 엎어지고 말이에요. ADD의 근본적인 처방과 진단 없이는 국방개혁이 요원하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 2016년 5월 3일 19대 국회 국방위원회의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8년 간 국방위원으로 활동한 소회를 밝히며 한 말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즉 ADD는 극비의 비닉(秘匿) 기술과 첨단 기술, 그리고 돈 안 되는 비익(非益) 기술의 연구개발에 전념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방사청처럼 사업관리하며 업체 위에 군림하고, 예산 많은 체계개발을 하면서 정작 개발은 업체에 시키는 ADD의 적폐를 8년 노력에도 혁파하지 못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군사력에 못 미치는 국방과학의 수준을 제고해 한국 방산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몇 단계씩 퀀텀 점프(Quantum Jump)하는 북한의 비대칭 무기체계를 억제하기 위해선 ADD는 일대 개혁을 감수해야 합니다. 일반 무기체계의 연구개발은 과감하게 방산업체에 맡기고, ADD는 정말 어려운 첨단·비닉·비익 기술에 몰두해 국방과학의 기초와 실력, 그리고 국산 무기를 공히 튼튼히 다지는 ADD 재구조화 개혁입니다.

개혁을 본격 논의한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하지만 논의가 10년 동안 지지부진하자 안규백 의원이 2016년 5월 19대 국회 국방위 최종 발언을 통해 회한을 피력했습니다. 그로부터 또 4~5년이 흘렀습니다. ADD 재구조화는 국방개혁 2.0에 포함됐고, 방사청과 ADD는 작년 6월 4가지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 사업을 방산업체에 넘긴다고 발표했습니다. 4가지 중 3가지 연구개발 사업이 절차를 거쳐 민간으로 이관됐습니다.

탐색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F-4 전투기가 미사일 분리 시험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뭔가 좀 되는가 싶더니 마지막 고개 앞에서 후퇴하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돈 좀 만질 수 있는 사업'은 슬그머니 ADD 주머니로 다시 들어가는 중입니다. 연구개발 예산이 대거 투입되고,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성패를 결정할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2차 사업입니다. 예산 풍족한 연구개발은 자기들 몫으로 챙기고, 업체에는 돈 안 되는 연구개발을 던져줘 그것 조차 시시콜콜 간섭하는 ADD의 퇴행적 관행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ADD가 개발에 제때 성공하면 또 모르겠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니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장거리 공대지가 삐끗하면 KF-21도 어그러집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는 ADD 치부의 전시장

"2014년부터 18년까지 방사청이 추진한 102개의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 사업을 분석한 것을 보면 ADD 연구개발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업 건수 기준으로 2014년 23.2%에서 2018년 35.8%로 늘어나요. 예산액 기준으로도 2014년 32.1%에서 18년 59.3%로 높아져요."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의 방사청 국감 중 기동민 의원의 발언입니다. 작년 5월 공개된 감사원의 ADD 기관운영 감사 보고서 중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2018년까지 ADD가 담당한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 건수는 소폭 늘었는데, 해당 사업의 예산은 상대적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감사원의 ADD 감사 보고서 중 연구 개발 지연 사례들. 22개 사업 중 14개 사업에서 평균 22.6개월 지연됐다.


업체가 주관한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은 같은 기간 건수로는 76.8%에서 64.2%로 소폭 줄었습니다. 예산은 67.9%에서 40.7%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즉 업체들은 값싼 연구개발을, ADD는 값 비싼 연구개발을 맡는 것이 추세입니다. 자주국방의 메카라는 고귀한 닉네임에 어울리지 않게 ADD는 돈을 추구했습니다. 재구조화 개혁 차원에서 법과 규정을 신설해 일반 무기체계 개발의 업체 주관을 강제해도 ADD는 꿈쩍 않고 돈을 좇는 모양새입니다.

돈 많이 주는 연구개발 가져가서 적시에 무기를 만들어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ADD는 그마저도 못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 지연은 방산업체 주관이 36%(31건)에서 평균 10.8개월입니다. 반면 ADD 주관은 63.6%(14건)에서 평균 22.6개월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은 "ADD가 연구 개발했을 때 전력화 지연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아픈 지적을 했습니다.

ADD는 연구개발의 정수(精髓)인 시제(試制)의 설계도 툭하면 규정을 어기고 민간 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이 ADD의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 31개 사업을 분석했더니, 135건의 시제 계약에서 민간 방산업체들이 시제의 설계와 제작을 모두 수행했습니다. ADD는 연구개발을 아예 안 한 것입니다. ADD가 방사청처럼 사업관리 놀음하며 갑질 한다는 방산업계의 오랜 비판이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감사원 지적에도 답습하는 구태


방사청과 ADD는 ADD 재구조화 개혁을 위해 4가지 일반 무기체계의 연구개발을 업체 주관으로 조정한다고 작년 6월 발표했습니다. 4가지는 KVLS-Ⅱ(한국형수직발사체계), 경어뢰 성능개량, 130mm 유도로켓-Ⅱ,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2차입니다. KVLS-Ⅱ와 경어뢰 성능개량은 일찍이 업체 주관으로 조정됐고, 130mm 유도로켓-Ⅱ도 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지난달 최종 결정됐습니다.

남은 것은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2차 사업입니다. KF-21의 주무장으로 채택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입니다. 특혜 의혹을 무릅쓰고 남세규, 박종승 두 ADD 전현직 소장이 ㈜한화를 방문해 사업 참여 준비를 시키더니 지난 여름부터는 그냥 ADD가 하는 쪽으로 급변침하고 있습니다.

3가지는 했고, 1가지만 안 하는 것이니 잘한 편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개발 예산의 양상을 보면 감사원 지적과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습니다. KVLS-II 716억 원, 경어뢰 성능개량 1,581억 원, 130mm 유도로켓-II 1,470억 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2,347억 원입니다. 예산이 제일 많이 배정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ADD가 차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ADD는 예산 많은 사업에 집착했듯이 이번에도 고예산의 장거리 공대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세입니다.

방사청의 개발 계획표에 맞춰 성공할 수는 있을까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예상하자면 몹시 비관적입니다. ADD의 일반 무기 개발은 63.6% 사업에서 평균 22.6개월 지연됐는데, 이렇게 되면 장거리 공대지와 KF-21 사업은 동시에 망합니다. 방사청 계획표보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을 22.6개월 앞당긴다 해도 KF-21은 성치 못합니다.

지난 4월 출고식 때 첫 선을 보인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 1호기

꼬리 미사일이 몸통 KF-21 흔들고

 
"꼬리가 몸통 흔드는 일까지 발생하지 않도록 검토를 같이 해야 될 요소가 있습니다. KF-21이라고 하는 플랫폼 자체가 나왔을 때 공대지 미사일이 없는 무기체계가 나온다면 상당 기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부분도 같이 고려해서 깊이 있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강은호 방사청장이 한 말입니다. 방사청의 계획대로라면 KF-21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초도 양산 40대, 2028년부터 2032년까지 후속 양산 80대가 제작됩니다. 그런데 방사청 계획 상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후속 양산 개시 2~3년 후에야 체계통합(integration)을 포함한 모든 개발이 끝납니다. 방사청과 ADD 계획이 완벽하게 달성돼도 우리 공군용 KF-21 120대 중 80대 안팎은 장거리 공대지를 달 수 없습니다.

절망적입니다. 6세대 전투기가 나올지도 모르는 2030년 즈음에 공대지 미사일 없는 4.5세대 전투기라니…. 성능이 아무리 뛰어난 들 장거리 공대지가 없으면 KF-21은 '초고가 1인승 항공기', '깡통 전투기'에 불과합니다. 강은호 방사청장도 이런 위기의식에 어려운 고백을 한 것 같습니다. 방사청의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과 ADD에 맥 놓고 맡겼다가는 강 청장 말대로 꼬리인 장거리 공대지가 몸통인 KF-21을 흔들게 됩니다.

그럼에도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과 ADD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고위직들은 내년 5월 대선 전후로 퇴직합니다. 모든 책임과 부담은 2026년 이후 KF-21을 직접 운용해야 하는 공군, KF-21을 국내외에 팔아 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몫입니다.

다행히 KAI와 공군은 KF-21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 계획의 지름길을 잘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단과 ADD의 등쌀에 질려 기를 못 펼 뿐입니다. KF-21 사업의 성공을 바란다면 KAI와 공군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비싼 사업만 따라가며 정작 개발은 업체에 미루고, 개발 기한 넘기기 일쑤인 ADD의 악습을 고쳐 ADD 재구조화 개혁을 완성하는 방안도 KAI와 공군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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