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골프채 때문에 4벌타 받고도 LPGA 진출한 엄마 골퍼

성호준 입력 2021. 10. 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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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백에서 딸 클럽 발견돼 자진신고
준우승 2차례 등 상금랭킹 10위 올라
"딸이 없었다면 꿈 이루지 못했을 것"
레이철 로해나(왼쪽)과 딸. [레이철 로해나 인스타그램]

지난 4월 미국 유타주에서 벌어진 시메트라 투어(LPGA 2부 투어) 코퍼 록 챔피언십에서다. 레이철 로해나(30)는 경기 도중 캐디백 안에 유아용 7번 아이언이 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 세 살 된 딸 제밀리아가 골프 연습할 때 따라다녔는데 실수로 엄마의 가방에 채를 넣었고 로해나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 골프위크가 지난 16일 소개한 사연이다.

제밀리아의 7번 아이언은 길이가 23인치(약 63cm)다. 성인용 7번 아이언은 일반적으로 37인치(약 94cm)다. 유아용 채는 로해나가 쓸 수 없었지만, 클럽은 클럽이다. 골프 규칙엔 캐디백에 채가 14개를 넘으면 벌타를 받는다는 조항이 있다. 로해나는 경기위원을 불러 내용을 설명하고 4벌타를 받았다.

언더파를 치던 로해나는 결국 7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4벌타 때문에 생긴 상금 손해는 약 900달러였다. 2015년 로해나는 284달러 차로 1부 투어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걸 감안하면 900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레이철 로해나. [레이철 로해나 인스타그램]

로해나는 “900달러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고 했다. 그 돈 때문에 1부 투어에 가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로해나는 올 시즌 준우승 2차례 등으로 상금 7만5608달러(약 9000만원)를 벌어 랭킹 10위로 내년 LPGA 투어 진출할 수 있게 됐다. 1부 투어에 못 가는 11위 선수와 10위 로해나의 상금 차이는 4429달러였다.

골프위크는 “로해나는 LPGA 투어 카드를 얻은 최초의 엄마 골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보육시설이 구비된 LPGA 투어엔 엄마 골퍼가 더러 있다. 그러나 2부 투어는 엄마 골퍼가 활동하기 매우 어렵다.

펜실베이니아주 웨인스버그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남편이 대회에 다 쫓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로해나는 “남편과 나는 매우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집안 어른들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로해나와 딸은 8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걸리기도 했다. 마침 대회가 없는 기간이었고 목장이 외진 곳에 있어 격리를 하며 연습할 수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니 금방 포기할 거야” 같은 악플도 있었지만 이겨냈다.

로해나는 “아이의 미소는 세상 모든 것과 같다. 딸이 없었다면 LPGA 복귀를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로해나는 2017년엔 딸을 뱃속에 두고(임신 6주차) 시메트라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연말 부부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송아지 90마리가 태어날 걸로 기대하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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