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ETF 싹쓸이하는 강심장 서학개미

류지민 2021. 10. 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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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거야" 기대에 3배 레버리지도 주저 없어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 주식 투자에 눈을 뜬 서학개미가 레버리지 ETF에 꽂혔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예고와 중국 헝다그룹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 등으로 세계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반등을 노린 매수세가 2~3배 레버리지 상품에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주식+채권) 보관금액은 897억2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0.9%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9% 늘었다.

해외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레버리지 ETF다. 10월 14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ETF와 ETN이었고, 그중 5개는 레버리지 ETF가 차지했다.

개별 종목 투자가 부담스러운 서학개미에게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해외 ETF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최대 3배에 달하는 레버리지 ETF 투자가 눈에 띄게 늘면서 투자 성향이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해외 증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이 해외 종목은 나스닥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다. 순매수 결제금액은 3억9646만달러(약 4687억원)를 기록했다.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HANG SENG CHINA ENTERPRISE INDEX ETF(HKD)’에 대한 순매수 규모도 1억4822만달러(약 1752억원)로 3위에 올랐다. 최근 홍콩 증시가 헝다그룹 사태 등으로 조정을 받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주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대표적인 반도체 ETF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를 비롯해 ‘BANK OF MONTREAL MICROSECTORS FANG INNOVATION 3X LEVERAGED ETN(BULZ)’과 ‘BANK OF MONTREAL MICROSECTORS FANG+ INDEX 3X LEVERAGED ETN(FNGU)’이 나란히 순매수 결제금액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 모두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 대형 기술주들을 추종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 FNGU에 알리바바나 바이두와 같은 중국 기술주가 포함돼 있다면 BULZ는 그 대신 페이팔, 줌비디오 등 전자결제, 통신 분야 기술주를 담고 있다.

이 밖에 나스닥에 상장된 종목 중 금융주를 제외한 IT 위주 대형 우량주 종목으로 구성된 ‘INVESCO QQQ TRUST SRS 1 ETF(QQQ)’와 나스닥10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ProShares Ultra QQQ ETF(QLD)도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됐다.

최근 레버리지 ETF 열풍은 박스권 증시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서학개미의 투자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에 없는 3배 레버리지 상품에 매수세가 특히 몰리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조정장이 길어지거나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4분기 증시 상승 기대감에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스권에서는 레버리지 투자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증시 방향성에 대해 꼼꼼히 살피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류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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