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42년 조주빈 추정 글.."생일날 비참한 선물 인정 못해"

이보람 입력 2021. 10. 17. 15:17 수정 2021. 10. 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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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뉴스1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등 혐의로 징역 42년형을 확정받은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공개됐다.

17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주빈 42년형 소감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 14일 작성된 편지지 한장 분량의 해당 글에서 자신을 조주빈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애석하게도 우리의 법은 실체 진실을 포기하길 택하고 말았다”며 “범죄집단이라는 허구의 혐의 하나 걸러내지 못할 만큼, 무능한 3심 제도”라고 자신에 대한 판결을 비판했다.

또 “눈먼 법은 현실을 보지 못한 채, (현실과는) 아무 상관 없으며 무엇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휘둘릴 뿐이었고, 이는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목을 끌었던 거의 모든 사건을 관통해 온 우리 법의 고질적인 악습이 발현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42년형을 확정받은 조주빈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 [인스타그램 캡처]


이어 “직·간접적으로 ‘우리 법’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견이 있건 없건 교육을 받았건 받지 못했건 제정신이라면 정말로 누구 하나 법을 신뢰하지 못할 게 틀림없다”며 “대세와 인기에 휘둘리는 법은, 형평성과 기준이 모조리 무너진 이따위 법은 도무지 사건을 해결 지을 수 없으며 교정된 인간을 배출해낼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글 작성자는 “시월 십사일, 선고 날인 오늘은 나의 생일날”이라며 “내 죄를 인정한다. 그러나 판결은, 이 비참한 선물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나는 죄를 지었다. 분명히 죄를 지었다”면서도 “다만 우리 법의 부과한 혐의로서는 아니다. 그 누구와도 범죄조직을 일구지 않았다. 누구도 강간한 바 없다. 이것이 가감 없는 진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주빈은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을 확정받았다.

조씨는 1심에서 범죄단체 조직 등 사건으로 징역 40년, 범죄수익 은닉 관련 사건으로 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두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진행한 뒤 조씨에게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공범들과 함께 범죄 집단을 조직한 뒤 미성년자 등의 피해자들을 강요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영상물을 텔레그램 그룹 채팅방인 ‘박사방’ 등을 통해 돈을 받고 유포한 혐의도 있다.

조씨는 강제 추행 및 영상 촬영 강요 등 혐의로 별도 기소돼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상태라 형량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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