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다한 목욕탕에 울려퍼지는 스피커 소리

서정원 2021. 10. 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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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한원석 개인전
11월까지 성동구 금호알베르
버려진 목욕탕을 개조한 금호알베르에 설치된 한원석 작품 `Daybreak(새벽)`.
버려진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금호알베르는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건물 한가운데가 뚫려 있다. 공동을 채운 건 3인치짜리 스피커를 1886개 모아 비석처럼 만든 높이 7m의 거대한 설치물이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장작이 타는 소리는 어두운 건물 내부와 어울리며 감상자를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설치미술가 한원석의 작품 'Daybreak(새벽)'이다.

설치미술가 한원석 전시회 'Daybreak'가 서울 성동구 금호알베르에서 오는 11월 말까지 열린다. 대표작 Daybreak를 비롯해 설치 작품 수 점을 판매 및 전시한다. 입장료는 무료다.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 작가는 "'어둠 속을 유영하는 사운드 아트'를 통해서 결핍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 마음을 위로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 작가는 그동안 쓸모가 다한 공산품들을 모아 설치물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2006년에는 버려진 자동차 헤드라이트 1374개를 모아 첨성대를 본뜬 작품 '환생'을, 2008년에는 3088개 스피커를 모아 성덕대왕신종을 재현한 '형연'을 만들었다. 폐기 처분 명령을 받아 버려질 위기에 놓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스피커 소식을 듣고 수거해 활용한 사례들이다. 이번 작품 'Daybreak'도 폐스피커 1886개로 구성돼 있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건물 안에 들어서서 어둠에 순응해 가는 과정에서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는 어둠'은 '특별한 소리'를 통해 우리를 '짙은 어둠의 공포와 당혹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며 "희뿌연 어둠 속에서 고즈넉이 홀로 있거나, 혹은 얼굴을 어둠 속에 묻은 친밀한 상대와 마주 앉아서 함께 듣는 자연의 소리는 현실의 긴장된 삶에 지친 관객들 몸과 마음을 풀어헤치기에 족하다"고 했다. 또 "관객이 많아질 경우 장작불 소리가 증폭돼 나와 관계에 대해서 성찰하게 한다"고 했다.

건물 3층에는 스피커들로 만든 설치작품들이 있다. 각 설치작품들에서는 다양한 노래가 연주돼 서로 하모니를 이룬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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