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째 1만4000쌍 '무료 결혼식' 예식장 대표 "100살까지 봉사"

이보람 입력 2021. 10. 17. 17:32 수정 2021. 10. 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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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퀴즈온더블록' 방송화면. [유튜브 채널 '유 퀴즈 온 더 튜브' 캡처]

경남 마산에서 54년 동안 예식장을 운영하면서 1만4000쌍 부부에게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 준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6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마산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는 백낙삼 대표가 출연했다.

tvN '유퀴즈온더블록' 방송화면. [유튜브 채널 '유 퀴즈 온 더 튜브' 캡처]

백 대표는 이 예식장에서 무료로 예식장을 빌려줄 뿐 아니라 신부 드레스와 액세서리, 신랑의 예복, 메이크업, 사진 촬영, 부케까지 돈을 받지 않고 제공하면서 1만4000쌍의 결혼식을 도왔다. 그는 이들 결혼식에서 직접 주례까지 봐주면서 우리나라에서 ‘주례 기록 최대 보유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백 대표가 운영 중인 이 예식장은 1967면 6월 1일 문을 열었다. 백 대표는 20대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서울에서 입학한 대학을 다니지 못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뒤, 야반도주한 가족들을 뒤로하고 혼자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길거리’ 사진사가 됐다. 예식장은 사진을 찍어주고 20원씩 모은 돈을 차곡차곡 모아 124만원을 주고 산 건물이었다.

백 대표는 “나처럼 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하고 애태우는 분들 결혼시켜드리고 나는 사진관을 한다고 생각하고 사진값만 받으면 되지 않을까 해서 그곳에 예식장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tvN '유퀴즈온더블록' 방송화면. [유튜브 채널 '유 퀴즈 온 더 튜브' 캡처]


백 대표는 예식장 문을 연 후 한동안은 사진촬영 비용을 받았지만 2019년부터는 이 비용마저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때 직원을 둔 적도 있지만 지금 신신예식장의 직원은 백 대표와 아내가 전부다. 백 대표는 예식이 있는 날이면 청소부터 주차관리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백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43년 전인 신신예식장에서 결혼을 했다며 지난해 연락을 준 손님을 꼽았다. 이 손님은 백 대표에게 연락해 뒤늦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돈을 보내줬다고 한다.

tvN '유퀴즈온더블록' 방송화면. [유튜브 채널 '유 퀴즈 온 더 튜브' 캡처]

백 대표는 “제 바람은 100살까지 예식장을 하고 신랑·신부 전화번호가 적힌 결혼식 장부를 들고 전국 일주를 하는 것”이라며 “결혼했던 사람들이 잘살고 있는지 일일이 찾아보겠다. 희망 사항”이라며 웃었다.

백 대표의 사연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어르신, 진심으로 멋지시다”, “어르신, 건강하시고 계속 운영하시려면 사진값 정도는 받으셔도 될 것 같다”, “세상에 이런 분도 계셨네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라며 백 대표를 응원했다.

또 “저희 부모님 저기서 하셨어요. 정말 숟가락 두 개로 시작하신 부모님, 정말 열심히 사셔서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우리 남매 잘 키워서 시집장가 보내시고 지금은 두 분이서 투닥투닥 서로 챙기며 잘 지내세요. 저도 두 분처럼 나이 들고 싶네요”라는 댓글도 달렸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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