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주역, 이경식 前 한은 총재 별세
이 전 총재는 1933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1957년 고려대 상대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97년에는 세종대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년 한은 조사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 전 총재는 경제기획원 기획국장, 체신부 차관 등 요직을 거치고 1987년 대우자동차 사장, 1991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민간·공기업을 이끌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1993년 문민정부 초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취임했으며 1995년부터 한은 총재를 역임하는 등 김영삼정부의 대표 경제 관료로 통한다. 부총리 시절에는 김명호 전 한은 총재와 함께 금융실명제 안착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삼정부의 핵심 경제 관료였던 만큼 한국 경제의 최대 암흑기였던 외환위기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1997년에는 임창열 당시 경제 부총리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서에 한은 총재로서 직접 서명했다. 1999년 국회 IMF 환란 조사특위에 한은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은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8개월 전에 외환위기 조짐을 감지하고 IMF 긴급자금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한은의 은행 감독 기능을 은행감독원에 보내는 한편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편안을 만드는 등 한은의 독립성과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도 기여했다.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전 총재는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초빙연구원을 지낸 뒤 2009년부터 경제인들의 친목단체인 21세기 경영인클럽 회장을 맡아왔다. 발인은 18일이며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 신세계공원묘지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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