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단문만 읽고 쓰고.. 고교생 국어능력 확 떨어졌다

정필재 2021. 10. 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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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결과
코로나 영향.. 국영수 우수비율 모두 하락
국어 5.5%P 줄어 23%.. 기초미달은 늘어
"장문 읽기·독해력·감상능력 크게 약화"
해외선 K팝열풍에 한국어 배우기 바람
세종학당 수강 2021년 8만명.. 10년새 12배
고등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학습결손의 영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국어·영어·수학 중 국어의 성취도 하락이 눈에 띈다. 국어 우수생은 1년 새 5%포인트 넘게 줄었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적화한 단문에 익숙해지면서 독해력 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종로학원이 최근 발표된 교육과정평가원의 ‘2020년 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2 학생의 ‘4수준’(우수) 비율이 국어와 수학, 영어에서 모두 하락했다. 평가원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전국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3%를 표집한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우수인 4수준에서 기초학력미달인 1수준까지 모두 4단계로 나뉜다.

◆낮아진 학업성취도…국어 우수생 5.5%포인트 줄어

이번 조사에서 상위권 학생은 줄었고 하위권 학생은 늘었다. 전반적으로 성취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고2 학생들의 4수준 비율은 과목별로 국어 23.3%, 수학 29.0%, 영어 37.1%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5.5%포인트, 0.3%포인트, 2.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하위권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국어 6.8%, 수학 13.5%, 영어 8.6%로, 2019년 국어 4.0%, 수학 9.0%, 영어 3.6%와 비교해 각각 2.8%포인트, 4.5%포인트, 5.0%포인트씩 모두 늘어났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어의 경우 4수준 학생이 가장 많이 줄었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지역별로는 읍·면이 각각 여학생과 도시보다 하락폭이 컸다. 남학생의 4수준 비율은 17.2%로 2019년(23.6%)과 비교해 6.4%포인트 하락했다. 남학생 4수준 비율이 20%대 밑으로 떨어진 건 2010년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국어 성취도 하락은 2010년 이후 초중고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이 일상화하면서 SNS 활동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SNS 활동으로 학생들이 단문에 익숙해졌고 쓰기 능력 역시 의사소통을 위한 제한된 범주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비문학의 장문 읽기 능력과 독해력, 문학의 종합적인 감상능력 등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어 읽기와 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보다 깊이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학과 영어 역시 4수준 비율이 줄었지만 국어만큼 충격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오 이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등 영어를 배우는 시점이 빨라졌다”며 “여기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영어 문화를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영어성적이 우수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당국 학습결손 우려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이 국어를 포함한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수준하락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가 누적 코로나19 확진 학생이 2만명을 넘어섰음에도 꾸준히 등교 확대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6일부터 거리두기 1~3단계 지역은 전면등교가 가능하며, 4단계는 최대 3분의 2까지 등교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전면등교가 허용됐다. 올 1학기 등교율은 73.1%였지만 2학기 들어 3단계 지역의 전면등교가 시작된 9월6일 이후로는 평균 등교율이 78.8%로 올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0월부터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과 함께 등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국가 전체적인 단계적 일상회복 기조에 맞춰 수도권 중심으로 추가 등교 확대, 교육활동 정상화 등 교육회복 내용과 수준, 적용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방역 당국, 교육청 협의와 교원 및 학부모 의견수렴도 거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한국어 열풍

한편 해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은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보급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해외에 설립된 세종학당 수와 수강자는 2010년 13개 나라 23개소 6010명에서 지난해 76개국 213개소 7만6528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 등 K팝의 인기와 함께 한류열풍이 거세면서 올해에도 세종학당은 82개국 234개소로 확대돼 8만명 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 학교도 늘고 있다. 2012년 해외 25개국 827개 학교 7만7712명이 한국어를 배웠는데, 지난해의 경우 39개국 1669개 학교에서 모두 15만9864명이 한국어 강의를 들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지원자도 2010년 10만6953명에서 2019년 37만5871명으로 늘어났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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