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징계 정당' 판결 놓고 설왕설래..판사들도 "통상적이지 않다"

양은경 기자 2021. 10. 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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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법률대리인인 손경식, 이완규(왼쪽)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법무부장관 상대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마친 뒤 패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법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유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뉴시스

지난 14일 선고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소송 1심 판결을 두고 법조계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작년말 같은 재판부의 이전 판사들이 ‘정직2개월’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였을 때 제시했던 판단과, 법원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달라진 이후 나온 판결 내용이 거의 정반대라는 것이다.

“판사에 따라 사건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 이른바 ‘판사 분석’ 문건에 나오는 판사 관련 정보의 성격, 윤 전 총장 징계 때 적용된 법무부 징계절차 규정을 놓고 이번 재판부가 제시한 판단 역시 논란이다. 일부 현직 판사들은 “법무부에 기운 과도한 해석이 엿보인다”고 했다.

한 현직 판사는 “앞선 판결을 새로운 사실관계나 법리 제시 없이 ‘평가’를 달리해 뒤집었다. 통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 “우리법, 음주 등은 개인정보” VS 법조계 “보도도 됐는데 무슨 개인정보냐”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재판장 정용석)는 법무부가 청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사유 3가지 가운데 △판사 문건 △채널A 사건의 감찰·수사방해 등 두 가지를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그 중 ‘판사 문건’은 대검 수사정보 정책관실이 작년 2월 ‘공판 대비를 철저히 하라’는 윤 전 총장 지시에 따라 조국 전 장관 사건,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건, ‘사법농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판결 이력과 성향 등을 분석해 놓은 문건이다.

재판부는 특히 “기재 내용 중 (특정 판사가) ‘우리법연구회’소속 이라는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판사가 특정 연구회에 가입돼 있다는 사정이 공소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정보라고 볼 수 없고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것처럼 언급하는 다수의 언론 보도가 이뤄진 바 있어 이런 개인 정보의 기재는 더욱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앞으로 로펌의 판사 성향 분석은 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 대응 목적으로 로펌 내에서 재판부 성향을 분석하는 일은 통상적으로 해왔다”며 “검찰의 문건 작성도 재판의 한 당사자로서 이런 범주의 활동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판사 문건’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보는 의견은 많지만 그와 별도로 이런 범주의 정보까지 ‘개인정보’로 판단하면 외부에서 납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일부 판사들의 판결과 활동이 논란을 빚어 온 측면이 있는 만큼, 이들 학회 소속 여부는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어떤 학회 활동을 하고 외부 기고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국민에게 공개돼야 할 정보”라며 “사회적 오해나 성향 공격의 빌미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투명한 공개를 통해 극복해야지 저런 식으로 ‘으름짱 판결’을 하면 아무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행정 12부가 ‘개인정보’로 본 내용 중에는 한 재판부 소속 판사가 술을 마시고 다음날 영장실질심사 재판에 참여하지 못해 그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내용도 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판사가 술을 마셔 다음날 공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언론에 보도까지 된 부분을 ‘개인정보’라고 하면 어떻게 설득력을 갖겠느냐”며 “이 정도면 판사에 대한 정보는 일체 다뤄서는 안 된다는 특권 의식을 보여주는 수준” 이라고 했다.

‘판사 문건’에 대한 판단은 작년 12월 윤 전 총장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한 재판부 판단과도 배치된다. 당시 재판부는 “(법무부는)’이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이 재판부에게 불리한 여론 구조를 형성하여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거나 조롱하여 우스갯거리로 만들 목적으로 작성됐고 그런 목적으로 기자 등에게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이번 재판부에서도 해당 문건이 재판부 공격, 비방이나 다른 목적으로 유용됐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 한 현직 판사는 “같은 심급(집행정지)과 정반대 판단을 한 바탕이 다분히 ‘평가’에 인한 것이어서 상급심에서 평가가 달라지면 뒤집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 “징계절차 문제 없다” VS 법조계 “대법원 판례와 상충”

작년 12월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 신성식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등 5명이 참석한 가운데서 진행됐다. 당시 윤 전 총장 측은 징계 과정에 개입한 심재철 당시 국장을 비롯해 이 차관, 정 교수, 안 교수 등 네 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징계위는 심 검찰국장에 대해서만 기피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징계위는 심 검찰국장을 제외한 네 명이 2차 심의를 개시했고 윤 전 총장 측은 다시 정 교수와 신 부장검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그러자 정 교수와 신 부장검사는 본인에 대한 기피 의결에는 퇴장했지만 다른 사람의 기필 의결에는 참여했다. 위원회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들 ‘위원 3인’의 참여로 각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작년 12월 ‘정직 2개월 처분’의 집행정지를 받아 들였던 ‘집행정지 재판부’는 이 같은 의결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검사징계법 제17조 4항은 ‘위원회는 기피신청이 있을 때 재적위원 과반수와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기피신청을 의결한다. 기피 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당시 재판부는 “법무부장관이 빠진 윤 총장 징계위 재적위원은 민간위원을 포함한 7명이고 재적위원 과반수는 4명으로, 기피의결을 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는 위원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계위는 3인이 기피의결에 참여해 의사정족수를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했고, 나아가 “이에 이은 이 사건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는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의결에 출석한 인원수(의사정족수)에는 포함되고 의결권만 없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출석한 위원이 일시적으로 퇴장했더라도 출석위원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 명시적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재판부가 근거로 든 1999년 대법원 판결은 “기피사유가 공통될 경우 기피신청을 당한 해당 위원은 자신에 대한 기피의결은 물론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며 “그런 위원이 참여해서 한 기피의결은 무효”라고 했다. 대법원은 2001년과 2010년에도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의사정족수는 회의 도중에 퇴장한 사람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리가 아니고 대법원 판례에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는 부분인데도 1심은 이를 무시한 셈”이라고 했다.

한 현직 고위 법관은 “만일 상급심에서 변동 가능성이 있다면 ‘절차’판단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재판부 “한동수 감찰 문제 없어” VS 법조계 “한동수에 너무 관대하게 판결”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의 수사 및 감찰을 방해했다는 징계 혐의와 관련, 작년 말 ‘집행정지 재판부’는 이 사건 감찰을 개시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대검 감찰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검 감찰위원회 운영 규정 제2조 1항 2호에서는 감찰위원회 심의사항으로 ‘중요 감찰사건의 감찰개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고, 2조의3은 ‘대검 감찰부장은 중요 감찰사건에 대해서는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심의를 의무적으로 회부해야 한다’고 돼 있는 점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한 감찰부장의 위법을 문제삼지 않았다. 2조 1항 3호에서 감찰위원회의 논의 사항으로 ‘중요 감찰·감사 사건의 조사방법·결과 및 그 조치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고 감찰 개시 여부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집행정지 재판부’에서 명시적으로 같은 조 2호에서 ‘감찰개시에 관한 사항’을 감찰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정한 점을 들어 한 감찰부장이 감찰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고 본 것과 정반대의 해석이었다.

한 감찰부장이 작년 4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윤 총장의 ‘감찰 중단’ 지시를 뭉갠 데 대해서도 이번 재판부는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총장이 감찰 개시에 대해 승인할 필요는 없으며, 규정상 감찰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경우 직무수행을 중단시킬 수 있으나 그런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대검 인권부로 하여금 채널A 사건을 조사하게 한 행위가 감찰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그간 검찰 내부에서 친여(親與)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취임 직후인 2019년 10월 조국 전 장관 수사팀의 감찰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에 대해선 작년 11월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실력 행사로 향후 유무죄 다툼이 치열할 것”이라며 직무배제를 반대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정 차장검사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동수 감찰부장이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유착을 의심해 감찰개시를 통보했지만, 이성윤 당시 검사장이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을 기소못한 것은 물론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도 못했다. 이 전 기자의 1심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검찰 관계자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언 유착’의 실체를 부정하는 취지로 판결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1심 판결은 한동수 감찰부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윤 전 총장에게만 절차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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