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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우주강국 대한민국을 부탁해~

이정호 기자 입력 2021. 10. 1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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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 기술 우주발사체, 21일 위대한 첫 도전

[경향신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1일 마침내 발사된다. 전 세계가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탄생한 누리호의 의미는 각별하다. 안보 문제 등으로 외국 기술을 도입하기 어려운 로켓공학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며 만든 성과이기 때문이다. 우주강국의 꿈을 안은 누리호가 시도할 ‘처음’을 정리했다.

①엔진 ‘클러스터링’ 최초 시도

누리호는 한국 로켓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다발로 묶은 엔진을 쓴다. 1~3단 로켓으로 구성된 누리호에서 1단이 바로 그런 형태다. 이 때문에 깔때기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노즐이 1단 로켓 끝에 한 개가 아니라 네 개 달렸다. 여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꽃을 뿜으며 추진력을 낸다.

로켓공학계에선 이런 ‘다발 만들기’를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라고 부른다. 클러스터링을 하면 복잡하고 거대한 단일 엔진 없이도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큰 체격을 지닌 한 명이 노를 젓는 배와 대등한 항해 속도를 내기 위해 보통 체격의 네 명이 단합해 노를 젓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클러스터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추진력을 각 엔진이 균일하게 내도록 제어하는 일이다. 엔진 가운데 일부가 추진력을 약하게 내거나 꺼지면 문제가 커진다. 전체 로켓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기체에 타격이 올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 최근엔 우주시대 초기와 달리 상황이 개선됐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던 1960년대와 달리 현재는 클러스터링 제어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며 “누리호의 클러스터링도 문제 없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②고도 700㎞ 처음으로 도달

누리호는 한국 민수용 로켓 가운데 ‘최고 고도 달성’의 역사를 새로 쓸 예정이다. 누리호가 목표로 하는 최고 비행 고도는 700㎞이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306㎞까지 상승했다. 과학 연구용 로켓인 KSR-Ⅰ(1993년 발사)과 KSR-Ⅲ(2002년 발사)는 고도 수십㎞대, KSR-Ⅱ(1998년 발사)는 137㎞를 찍고 바다로 떨어졌다. 누리호가 갈 고도 700㎞는 지구 저궤도 위성을 운용할 수 있는 높이다. 21일 누리호는 이곳에 1.5t짜리 위성 모사체(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를 올릴 계획이다. 1.5t은 많은 실용 위성의 실제 중량이다.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 투입까지 모두 성공하면 한국은 우주강국에 한 발짝 다가선다.

③75t급 엔진 실전 데뷔

누리호 발사는 75t급 추진력을 지닌 액체엔진의 실전 데뷔전이기도 하다. 이 엔진은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7번째로 독자 개발했다. 75t급 액체엔진은 누리호 1단에 4기, 2단에 1기가 장착된다. 2018년 국내 연구진은 75t급 액체엔진으로 작은 시험 발사체를 만들어 우주에 쏘긴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클러스터링 없이 엔진 1기만을 사용했고, 지구 궤도에 어떤 물체를 올리지도 않았다. 엔진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시운전 차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1일 75t급 액체엔진이 모두 정상 작동해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지구 궤도에 올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동차로 따지면 시험용 트랙이 아니라 도로에서 일상적인 주행을 하며 성능을 입증한 셈이 된다. 누리호의 능력이 계속 발전한다면 지금처럼 외국 로켓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필요할 때 위성을 스스로 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누리호를 바탕으로 한 로켓을 세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선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이스X처럼 비용을 받고 남의 나라 위성을 대신 쏴주는 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누리호는 21일에 이어 내년 5월 2차 발사를 한다. 그리고 별도 일정에 따라 2027년까지 네 번 더 쏠 예정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발사 일정을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며 “성공 횟수를 최대한 늘려야 대외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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