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미·중관계사] 량치차오, 태평양 인식 알리다

- 입력 2021. 10. 1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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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중국이 대만과 인도·태평양지역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날카롭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긴밀해지려는 외교 행보를 보인 데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무력시위를 펼친 것이다.

태평양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은 100여년 전에 한 개혁파 인사에 의해 밝혀졌다.

2012년 2월 그는 중국 최고지도자로 선출되기 직전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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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중국이 대만과 인도·태평양지역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날카롭다. 지난 1∼4일 중국 공군기 149대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서 비행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긴밀해지려는 외교 행보를 보인 데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무력시위를 펼친 것이다. 이에 미국 역시 동맹 5개국과 이 일대에서 연합해상훈련을 펼쳤다. 목적은 역내의 ‘항행의 자유’ 보장은 물론 대만과 제1도련선의 방어를 위함이었다. 대만해협이 중국의 태평양의 길목 중 하나인 전략적 이유도 한몫했다.
태평양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은 100여년 전에 한 개혁파 인사에 의해 밝혀졌다. 그가 량치차오(梁啓超)였다. 1903년 당시 그는 미국 시찰을 위해 일본에서 하와이를 경유 중이었다. 5월 13일 그는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미국을 태평양의 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선언을 접했다. 루스벨트는 서부에 오니 미국이 어떻게 확장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냐며 이 같은 입장을 정당화했다. 이에 량치차오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이 광활한 바다를 지배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왼쪽). 량치차오. 출처: 위키피디아
태평양을 두고 미·중 간의 인식 차이는 시진핑(習近平) 시대에서도 부활했다. 2012년 2월 그는 중국 최고지도자로 선출되기 직전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 그는 태평양이 미·중 양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광활한 바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중국의 태평양에 대한 인식이 또다시 밝혀진 것이다. 이듬해 7월 캘리포니아 서니랜즈에서도 그는 오바마에게 중국이 태평양의 맞은편에 있다며 이전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두 가지 사례에서 보면 하나의 공통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중국의 태평양에 대한 전략구상이 표출될 때는 미·중관계가 양호하지 않을 때이다. 량치차오가 미국을 방문할 당시에도 순탄하던 미·중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중 반이민정책이 연장되면서 중국 내의 반미정서가 고조되었다. 중국 내에서는 대미 불매운동, 미국 내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 만연했었다. 태평양의 어원이 큰바다이지만 태평할 정도로 온순한 성격에 있다. 태평양의 본연의 의미 회복에 미·중의 우호관계가 관건임을 역사는 지적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 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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