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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이하 주택 구입액 35조 "부모찬스로 집 마련 늘어"

김원 입력 2021. 10. 18. 00:02 수정 2021. 10. 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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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사이 20대 이하(1~29세)의 주택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 급등에, 전셋값까지 크게 오르자 빚을 내서라도 ‘영끌 매수(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 매수)’에 나선 젊은 층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대가 소득과 금융회사 대출만으로 집을 매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부모 찬스’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편법 증여 의심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경제력이 없는 10대 이하(1~19세)의 주택 매수도 지난 3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연령대별 주택 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 건수는 14만1851건, 거래금액은 35조5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2019년 3만5270건에서 지난해 6만191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4만4662건으로 집계됐다. 8월까지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지난해 수준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20대 이하가 취득한 주택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가운데 1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지난 3년간 2006건으로 거래금액은 총 354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2019년 332건에서 지난해 728건으로 2.2배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8월까지 94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을 넘어섰다.

전체 주택 구매에서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2019년 1분기(1~3월) 4.5%였고,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4.3~4.7%를 유지했다. 하지만 ‘패닉바잉(공황매수)’ 바람이 분 지난해 4분기 비중이 5.9%로 증가하더니 올해 7~8월에는 6.3%까지 높아졌다. 특히 지난 8월(6.5%)에는 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10대 이하(1~19세) 주택 거래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회재 의원은 “소득이 적은 20대 이하 주택 구입의 대다수는 부모 등을 통한 ‘가족 찬스’ 덕분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만 10세 미만 주택 구입자의 59.8%는 증여로 주택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생(만 24세) A씨는 지난해 8월 용산구 주성동의 주택을 19억9000만원에 매수했는데, 매입자금의 89.9%(17억9000만원)를 어머니에게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30년 만기, 연이율 2.70%,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은 726만원에 달한다.

부모에게 돈을 빌릴 때는 차용증을 쓰고 공증을 받은 뒤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하면 5000만원까지 비과세 적용을 받고,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액수에 따라 증여세율이 최저 10%(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최고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적용된다. A씨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았다면 내야 하는 세금은 5억1992만원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모 찬스를 쓰기 힘든 젊은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집값 상승에 따른 ‘부동산 블루(부동산 우울증)’의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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