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문장으로 읽는 책] 레나타 살레츨 『알고 싶지 않은 마음』

양성희 입력 2021. 10. 18. 00:16 수정 2021. 10. 18. 06:21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알고 싶지 않은 마음

무제한으로 보이는 정보를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 지식의 부족을 인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어떤 것을 알지 못하는 데 대한 핑계는 댈 수 없다고 가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의 달인으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사회의 ‘이케아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일을 조직하는 방식에서 일어난 변화가 지식을 향한 압박을 낳아 무지의 여지는 남겨지지 않게 된 것이다. 레나타 살레츨 『알고 싶지 않은 마음』

이케아 가구를 직접 조립하듯 사람들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모든 것의 전문가가 됐다. 휴가 계획을 직접 짜고, 자신의 병도 직접 진단한다. 전문 지식을 회의하고 전문가를 불신한다. “현대 자본주의가 가장 초기부터 의지하던 자수성가라는 이상은 알지 못하는 상태를 인정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자기 학습의 이상으로 서서히 변해 왔다. 사회의 이케아화의 부정적인 면은 자신의 지식 부족을 인정하기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무지’라는 키워드의 사회비평서다. ‘무지’는 의도적 ‘무시’와도 닮았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믿고 공유하는 마음, 기후변화를 부인하려는 선진국 시민들의 마음, 혹은 자신의 병을 외면하는 불치병 환자의 마음, 상대의 단점에 눈감는 연인의 마음에도 ‘무지를 향한 열정’이 숨어 있다. 무지는 탈진실 시대의 한 축이자 일상생활에서 엄청나게 유용한 ‘자기기만’ 전략이 돼주기도 한다. 저자는 “시대마다 그 특유의 무지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