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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루시와 누리

강기헌 입력 2021. 10. 18. 00:25 수정 2021. 10. 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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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산업1팀 기자

197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하다르 계곡.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서 비틀스의 곡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왔다. 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 박사는 이곳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최초의 직립 보행 여성의 화석에 루시라는 이름을 붙었다. 318만 년 전 직립보행을 한 루시는 인류의 조상으로 꼽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분류된다. 루시의 뼈대는 침팬지와 인간의 중간 정도였다. 화석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루시가 나무를 타며 생활했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지난 16일 또 다른 루시가 지구를 떠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 탐사선 루시(Lucy)를 아틀라스 5호 로켓에 실어 쏘아 올렸다. 지금 이 시각 루시는 7m가 넘는 태양전지판 2개를 펼치고 태양전지를 충전하고 있다.

루시는 목성 궤도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트로이 소행성군을 탐사할 예정이다. 트로이 소행성군에는 7000개 이상의 소행성이 모여있는데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루시는 지름 100㎞의 소행성 파트로큘스부터 지름이 4㎞에 불과한 도널드 요한슨까지 근접할 계획이다. 루시는 초속 6~9㎞로 소행성을 지나치며 각종 장비로 모양과 구조, 지질 구성, 온도 등을 측정할 예정이다.

NASA는 전통에 따라 탐사선 루시에도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금속판을 부착했다. 금속판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이 남긴 말이 기록됐다. 루시를 부른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메시지도 담겼다. 링고 스타의 메시지는 “평화와 사랑”이다.

루시는 소행성군 탐사 임무를 마친 뒤 트로이 소행성군과 지구 공전 궤도 사이를 오갈 예정이다.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6년이다. 태양전지가 계속 작동한다고 가정하면 루시는 향후 수십만 년 동안 지구와 소행성군 사이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 NASA는 “루시 화석이 인류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처럼 탐사선 루시도 태양계 진화에 대해 실마리를 풀어줄 것이란 희망을 담아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루시와 별개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이달 21일 하늘 문을 연다. 발사에 성공하면 루시의 직립보행에 버금가는 우주 독자 보행이 가능해진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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