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김경민의 미래를 묻다] 우주 지각생 한국, 대통령이 직접 우주개발 이끌어야

입력 2021. 10. 18. 00:30 수정 2021. 10. 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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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개발의 미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특별공훈교수
날씨나 기술적 문제가 없으면 1.5t의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는 순국산 로켓 누리호가 오는 21일 발사될 예정이다. 단군 역사 이래 최초다. 누리호는 총 길이 47.2m로 아래 1단은 75t급 엔진 네 개로 구성되어 있고 2단은 75t 1기, 마지막 3단은 7t의 1기의 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중대형 엔진을 개발해 로켓발사에 성공한 나라로 기록된다. 내년 5월에 2호기가 발사될 예정이지만 그 이후 4번의 연속 발사에 성공해야 누리호는 기술적 문제없이 언제든 성공할 수 있는 안정된 로켓으로 인정받게 되어 갈 길이 아직 멀다. 성공하면 춤을 추며 축하할 일이지만, 설사 실패한다 해도 누리호 로켓 발사는 결함을 고쳐가며 계속적인 발사를 하여 안정된 로켓으로 만들어야 한다.

「 21일 순수 국내기술 누리호 첫 발사
실패한다 해도 계속 발사 이어져야
중국·일본도 실패 딛고 개발 성공
누리호 고도화 사업도 서둘러야

우주 강국인 중국도 장정 로켓이 발사에 실패하여 마을을 덮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만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가며 오늘날 100% 가까운 발사 성공률을 자랑하는 기간로켓이 되었다. 일본도 네 차례나 연속 실패한 경험을 디딤돌 삼아 세계도 놀랄만한 액체수소를 쓰는 H-2 A라는 기간로켓을 완성했고, 지금은 차세대 로켓인 H-3를 개발하고 있다.

누리호의 1단 추진체 탱크 내부 모습. 알루미늄 합금 단일벽으로 만들고, 두께는 2.5㎜에 불과하지만 대기압의 4~6배의 압력을 견뎌야 한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변국들보다 우주개발이 뒤늦은 한국은 누리호 로켓의 1호기가 발사되는 시점이지만 누리호보다 규모가 더 큰 로켓을 개발하는 이른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즉시 서둘러야 한다. 고도화 사업이 빨리 이루어져야 1.5t 인공위성의 약 2배인 2.8t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덩치가 큰 로켓을 개발해야 대형위성뿐만 아니라 소형 위성들도 한꺼번에 여러 개 발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고도화 사업이 얼마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우주개발의 속도가 더욱더 늦어지게 되었다. ‘사업계획이 도전적이지 못해 예타를 통과 못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주장이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내년에는 반드시 예비 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누리호 이후의 로켓 개발이 가능하게 해 줘야 진정한 우주 독립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주개발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고체연료 로켓의 개발이다. 고체연료 로켓은 연료를 충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액체연료 로켓과는 달리 고체 연료와 산화제가 이미 들어가 있다. 필요할 때 단추만 누르면 그냥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ICBM(대륙간탄도탄) 기술과 연계되므로 한국은 지금까지 한·미 미사일 지침의 구속을 받아왔다. 사정거리도 800㎞ 이내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제한이 42년 만에 풀려 2000~3000㎞의 사정거리를 가진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다. 일본 전역은 물론 중국 내륙의 핵심시설도 파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론 사정거리 5000㎞의 미사일 개발도 가능해져 상대국들이 한국을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전쟁 억지력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은 애당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이 한국을 짓밟는 것을 보고 그간 한국이 줄기차게 요청해 온 미사일지침 해제를 받아들였다. 한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중국을 견제하도록 하는 길을 터 준 것이다. 이는 우주개발은 국제정치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에 대항하려는 중국과의 국제정치 역학 구도가 달라지면서 50년 가까이 묶여 있던 고체연료 로켓, 즉 미사일을 개발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일본은 이미 고체연료 로켓 입실론을 보유하고 있다. 1.2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데, 지난번 발사 때는 노트북 두 대로 발사 전 과정을 통제했다 하니 액체연료 로켓보다는 활용이 더욱 간단하다. 고체연료 로켓은 군사적으로 유용할 뿐만이 아니고 평화적 목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일본은 H-2B 액체로켓에 고체연료 로켓 부스터 4개를 붙여 무려 16t에 달하는 위성도 쏘아올릴 수 있다. 한국도 누리호 이후 로켓 고도화 사업이 성공하면 액체연료 로켓 둘레에 고체연료 로켓을 4개 정도 붙여 여러 개의 위성도 한꺼번에 쏘아 올릴 수 있고 대형위성도 발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해 5월 발사된 일본 H2-B 우주발사체. 액체 메인로켓에 고체 로켓 부스터를 달았다. [사진 JAXA]

국제협력도 중요하다. 우리는 내년 8월 달 궤도선을 미국의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달 궤도선은 달 100㎞ 상공을 약 1년 동안 돌면서 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심우주 통신 네트워크의 협력을 받아야 된다. 미국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호주·일본·캐나다 등에 이어 열 번째 국가로 참여하게 됐다.

우주개발의 내용과 규모가 활발해질수록 한국도 우주협력의 대상국이 될 만큼 우주 실력을 한층 더 높이 쌓아가야 한다. 앞으로의 세계는 지구 관측에서부터 달기지 건설, 화성·금성·소행성 탐사 등 우주개발이 더욱더 활발해질 것이다. 그래서 인공위성 보유도 3t 정도의 기상위성 등 대형위성과 500㎏대의 소형위성을 혼합해 사용하는 시대로 갈 것이다. 반도체 기술과 광학렌즈 기술의 발달로 500㎏대의 소형 위성도 과거 대형위성이 역할을 담당했던 지구관측의 해상도와 거의 비슷하게 높아져 정밀한 관측이 가능해졌다.

보다 많은 소형 위성을 보유하면 지구의 특정 지점, 특히 북한을 들여다보는데 유리하다. 저궤도를 도는 소형 위성은 고도 3만6000㎞ 정지궤도에 떠있는 위성과 달리 하루에도 수차례 이상 지구를 돌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상시 관측이 어렵다. 하지만 여러 개의 소형위성을 연결해 관측하면 하루에도 여러 번씩 세밀한 관측을 할 수 있다.

10기의 첩보위성을 갖고 있는 일본과 우주정보를 협력하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동선도 더욱 더 세밀하게 탐지할 수 있다. 일본이 한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맺은 것은 북한으로부터 탈출한 탈북자들의 인간 정보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지소미아를 통해 더 세밀한 첩보위성 정보, 통신감청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어 국익에도 이득이 된다. 한국이 개발할 예정인 KPS(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도 기지국을 인도와 호주에 구축해야 하는데 미국이 앞장서서 도와주고 있다. 우주의 국제정치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우주는 이제 보름달과 별빛을 바라보는 낭만의 공간이 아니다. 국가안보는 물론 태풍의 진로를 관측하여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 데도 쓸 만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찾아가 우주개발로 배태된 기술이 민간분야에 응용되어 사용되는 기술이 무엇인지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다. 그 자료에는 로켓의 연료통을 더욱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한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수백t에 달하는 연료를 싣고도 대기압의 6배 이상을 견뎌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다. 우리 누리호의 경우도 연료통의 두께는 2.5mm에 불과하다. 이런 기술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마시는 음료수나 주류에도 적용되고 있다. 무거운 유리병을 대신한 얇디얇은 알루미늄 캔 용기가 그것이다. 우주비행사들이 착륙할 때나 어디서든 충격에 다치지 않도록 우주비행복에 공기를 주입했는데, 이 기술은 나이키 신발에 응용되어 에어 슈즈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하나 더 소개하자면, 자동차가 달리는 도중 충돌사고가 발생했을 때 순식간에 에어백이 터져 많은 생명을 보호해 주고 있는데, 이 기술도 순식간에 점화되는 고체연료 로켓의 점화방식에서 응용된 것이다.

한국의 우주개발은 주변국 일본과 중국에 비해 그 속도가 매우 더디다. 일본과 중국처럼 지도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끌어나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일본만 해도 행정부의 수장인 총리가 우주개발전략 본부장을 맡고 있다. 우리는 지금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맡다가 최근에서야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한국은 우주개발 인력이 대단히 모자라고 산업체도 우주개발에 뛰어든 지 오래되지 않았다. 차제에 국가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우주개발을 선도하고 관련 인력 또한 빠르게 육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20년 뒤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러시아의 1단 로켓을 빌려 썼던 나로호 로켓이 여러 차례 실패를 하던 때, 일본의 로켓 H-2 개발을 총지휘했던 고다이 토미후미 박사에게 한국이 국산 로켓을 개발할 수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고다이 박사는 스마트폰과 자동차·조선 등을 이끌고 있는 제조업 강국, 한국이 힘을 모으면 로켓개발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필자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기원한다.

■ ◆김경민

「 한양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정치학자이지만 우주와 원자력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다. 일본 와세다대와 방위청 방위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낸 일본통이다. 저서로는 『한국의 우주와 항공』, 역서는 『일본과 중국의 우주개발』 『로켓성공의 조건』 등이 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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