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의 시시각각] 검찰의 현란한 '대장동' 문 워크

고정애 2021. 10. 1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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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권 수뇌부 검찰 수사 지지부진
변호사비 대납사건은 수원지검에
"유동규·김만배·남욱 선 정리할 듯"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끝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 도시계획과 사무실에서 검찰 관계자가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지금은 애매한 인물이 되었지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검사 시절 쓴 책『검사내전』엔 흥미로운 일화들이 적잖다. ‘하이타이’(합성세제)를 머금곤 쓰러져 거품을 내뱉으며 경련하는 듯 꾸며 수사를 피하려 했던 할머니, 영장을 청구한다니까 미리 119를 불러놓고 현관문을 열어둬 구조에 지장 없게 한 뒤 음독한 장씨 등. 김 의원은 이런 고수들의 거짓말에 맞서는 수사의 요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사금(沙金)을 캐는 사람처럼 수천 쪽의 기록들을 모아 거르는 일을 반복하면 진실의 무게로 가라앉는 사실들을 찾아낼 수 있다. 내가 가진 작은 조각들을 모으고 모아서 전체 퍼즐을 맞추면 거짓을 꿰뚫는 창이 된다.”

대장동 사건의 검찰들은 기이할 정도로 거꾸로 했다. ‘정영학 녹취록’이면 다 되는 듯 대대적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은 늦췄다. 민영개발을 내세웠던 성남시장이 왜 민관개발로 바꿨는지, 관이 아닌 민에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주는 계약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내야 했는데도, 뇌물을 줬다는 사람(김만배)을 ‘단군 이래 최대 뇌물’로 구속하려다 망신당하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깨진 후에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이미 한참 지난 터라 검찰도 알았을 것이다. 수기자료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시장실은 압수수색하는 시늉도 안 한 걸 보면 말이다.

더욱이 수사 지휘권자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압수수색 전날 국감에서 “그분이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고 했다. 또 “배임죄는 배임 행위뿐 아니라 개인의 사익 추구하는 범의(犯意)도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참고로 이재명 지사는 “1원도 받은 일 없다”고 했다. 범의가 없다는데 현장의 검찰(일부는 반발했다지만)도 ‘왜 하나’ 했을 것이다.

이 지사가 직접 연관된 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외려 흩뜨렸다. 한 단체가 “이 지사 부부를 모두 변호했고, 현재 이 지사 캠프에서 일하는 이모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주식 20여억원어치를 받았다”며 검찰에 고발한 사건 말이다. 전체 변호인은 30여 명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이 8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배당했다가 13일 수원지검으로 재배당했다. 이정수 지검장은 “(이 지사의) 사무실이나 시장 사무실이 수원이고 주거지가 성남”이란 식으로 설명하던데, 대검은 이 자명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여전히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이 지사를 무료 변론했다던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김영란법 위반 의혹 사건이나 권순일 전 대법관의 관련 재판거래 의혹 사건은 어찌 되나 모르겠다. 하필이면 재배당일인 국감 전날이어서 이정수 지검장이나 신성식 수원지검장 모두 “기록을 안 봐 모른다”는 취지로 빠져나갔다.

검찰이 수사하기도 전에 이 지사와의 의혹을 차단하려고 애쓰는 것과 달리, 곽상도 의원 부자를 향한 태도는 전통적이었다. 번개같이 압수수색했고, 검찰이 이들 부자를 직접 불러 조사한 적이 없는데도 ‘김만배 영장’에 50억원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적시했다.

이런 마당에 눈길이 가는 건 수뇌부 라인업이다.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장관(박범계)에다 성남 고문변호사 출신 검찰총장(김오수)이다. 이정수 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고, 신성식 검사장은 이 지사의 중앙대 법대 후배다. 오해받기 딱 좋지 않나.

이를 두고 검찰 고위직 출신의 평은 이랬다. “수사 경험이 적어선지 아니면 일부러 문 워크를 하는 건지, 옆에서 볼 때 어설프다.” 마이클 잭슨 춤으로 널리 알려진 문 워크는 앞으로 걷는 모습으로 다리를 움직이는데, 사실 뒤로 걸어가는 동작이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더 직설적이었다. “유동규·김만배·남욱 선에서 사고를 친 것이고 성남시의 인허가 과정엔 문제가 없다고 정리하고, 권순일·곽상도·박영수의 50억원 뇌물 사건으로 희석하려는 것이다.” 진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고정애 논설위원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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