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약자 수동휠체어에 '날개' 달아드려요" [차 한잔 나누며]

장한서 입력 2021. 10. 18. 01:03 수정 2021. 10.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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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토도웍스' 심재신 대표
수동휠체어 타던 딸의 친구 위해
초경량 모터 달자 이동 제약 해소
'5kg' 휠체어 보조 동력장치 상용화
부품 제작 비용 절감.. 호주 등 수출
"장애를 위한 일? 모두를 위한 일!
이동권 불편없는 세상 만들고파"
17일 경기 시흥에 있는 토도웍스 사무실에서 심재신 대표가 아동 전용 휠체어인 ‘토도아이’를 소개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왜 전동휠체어 안 타?”

휠체어 관련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토도웍스’가 탄생하게 된 질문이다. 심재신(45) 대표는 지난 2015년 수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딸의 친구를 만났다. 그 전까지 장애인과 별다른 접촉이 없던 그가 휠체어를 자세히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수동휠체어는 손으로 밀다 보면 힘들어서 100m도 못 움직인다”는 말에 심 대표가 왜 전동휠체어를 안 타냐고 묻자 “전동휠체어는 크고 무거워서 차에 싣기 어려워 이동할 때는 수동휠체어를 탄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시 정보기술(IT) 관련 제품 개발 업무를 하던 심 대표는 “휠체어에 모터를 달아주겠다”고 약속했고, 3개월 뒤 실제로 모터를 개발해 선물했다.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처럼 움직일 수 있는 장치였다. 그의 선물을 받은 뒤 아이의 삶은 달라졌다. 심 대표는 “아이가 모터 덕분에 병원에 가기도 쉽고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갈 수도 있게 됐다고 해서 정말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다른 장애인 자녀의 부모들이 “우리 아이에게도 필요하다”며 추가 제작을 의뢰했다. 결국 심 대표와 동료 직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사연을 올린 뒤 펀딩을 통해 비용을 모으고, 20여대를 제작해 선물했다. 그 뒤 심 대표의 휴대전화에는 불이 나기 시작했다. 심 대표는 “모터를 살 수 없냐는 전화가 하루에 100통도 넘게 왔다”며 “많은 사람이 무거운 휠체어 때문에 고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듬해 휠체어용 모터 ‘토도 드라이브’를 전문 제작·판매하는 스타트업 토도웍스가 탄생했다.

수동휠체어에 부착하는 모터는 외국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장치였지만, 국내에서 살 경우 400만∼1000만원이 들어가 많은 이들이 선뜻 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심 대표의 토도 드라이브는 약 175만원으로 해외 제품의 절반 가격이다. 무게는 5㎏으로 전 세계 휠체어 보조 동력장치 중 가장 가벼워 현재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심 대표는 17일 “보다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가볍고 저렴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모든 제작을 직접 하는 것이다. 심 대표는 “해외에서 부품 등을 사지 않고 모두 제작해 단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의 고민은 모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아예 아동전용 휠체어인 ‘토도아이’를 내놨다. 심 대표는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은 성장 속도에 따라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 주기로 휠체어를 바꿔야 해 가격 부담이 있었다”며 “미리 큰 교복을 사 입듯 몸에 안 맞는 큰 휠체어를 사서 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타다 다쳐서 2차 장애를 입는 사례도 있었다. 토도아이는 부품 몇 개만 바꾸면 좌석 폭을 최대 40㎝까지 조절할 수 있는 등 사이즈 조절이 가능해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용할 수 있다. 토도웍스는 2018년부터 SK행복나눔재단·상상인 그룹과 손잡고 6∼13세 아이 2500명에게 수동휠체어를 선물했는데, 지난해부터는 토도아이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매달 4만4000원을 내면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 구독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보다 많은 사람이 가격 부담 없이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나온 서비스다.

심 대표가 장애아동의 이동권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그 아이들이 성장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아동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면 장애에 대한 비장애 아동들의 편견도 사라질 것”이라며 “장애아동은 물론, 비장애 아동들의 인식도 바뀌어 세상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장애아동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을 계속한다는 목표다.

그는 자신은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예기치 못한 일로 장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나는 장애인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장애인을 위한 일도 결국 비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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