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탈원전 뒤집고 유턴"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입력 2021. 10. 18. 06:12 수정 2021. 12. 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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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원전 비중 감축 계획 변화 없어.. '소형 원자로' 투자, 한국도 5800억 원 검토

[김시연, 박수림 기자]

  (파리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300억 유로(약 41조4천600억 원)를 투자해 친환경 수소 산업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자동차부터 반도체까지 핵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 EPA=연합뉴스
 
[검증대상] 국내 언론 "프랑스, 탈원전 뒤집고 친원전 유턴했다"

- 에너지 대란 '빨간불'에…프랑스, 탈원전 뒤집었다(채널A)
- '탈원전' 선언했던 프랑스, 10년 만에 U턴…"연내 1.4조 투자"(머니투데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에너지, 교통 등 미래 기술 개발에 30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자하는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 투자하는 10억 유로(약 1조 4천억 원)도 포함돼 있다. 이에 국내 언론은 14일 프랑스가 기존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뒤집고 '친원전'으로 유턴했다고 보도했다.

과연 프랑스의 SMR 투자 계획을 '친원전 유턴'으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①] '2035년까지 원전 비중 50%로 감축' 법률 변화 없어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2019년 OECD '원자력 데이터 2019' 기준 71.7%, 한국은 26.8%)로 세계 1위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모두 없애겠다고 선언했지만, 프랑스는 점진적 감축안을 내놨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5년 제정된 '에너지전환법'에 따라 2025년까지 원자로 58기 가운데 14기를 없애 원전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2019년 11월 8일 '에너지기후법'을 만들어 원전 감축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더 늦췄다.

프랑스에선 최근 대선을 앞두고 보수 우파 후보들이 신규 원전 건설 등 '친원전'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다만 주현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정책과 서기관은 15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프랑스는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줄이겠다는 게 에너지전환법 등 법으로 정해져 있다"면서 "(정부 발표대로 원전 관련 투자 방향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법률을 고치지 않는 한 (원전 감축 정책이)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증내용②] "SMR 투자가 '탈원전 뒤집기' 아냐"... 한국도 5800억 투자 검토

SMR은 기존 원자로보다 전기 출력이 1/10 정도 작은 300MW(메가와트)급 이하 소형 원전으로, 원자로를 비롯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모듈화 시킨 차세대 원전이다. 이미 지난 1980~9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된 기술이지만, 지난 30~40년 동안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15일 "SMR도 일반 원전처럼 폐기물 처리와 안전 규제 문제가 있고, 지금으로선 상용화될 가능성도 낮다"면서 "프랑스의 SMR 투자 계획은 (원전 확대가 아닌) 연구개발 차원에서 나온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가 친원전으로 유턴했다면, 신규 원전 건설이나 원전 폐쇄 연기 결정이 나왔을 텐데 그런 발표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원자력업계 달래기 성격이 강해, 원전 확대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찬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팀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도 원전 비중은 줄이고 있지만 SMR 개발 투자도 계속 하고 있다"면서 "실제 SMR 개발이 이뤄져 신설되는 원전이 폐기되는 원전보다 많으면 원전 비중 확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개발 진행 단계여서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9월 약 5800억 원 규모의 SMR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주현동 서기관은 "SMR 개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에너지전환정책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우리 정부도 에너지전환을 지속하면서 원전을 장기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보완 대책 마련과 원전 수출까지 고려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자력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증내용③] 수소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도 투자... 풍력·태양력도 5억 유로

'프랑스 2030' 계획에서 SMR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30 정도에 불과하다. 마크롱은 ▲ SMR(10억 유로)를 비롯해 ▲ 수소 발전과 ▲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대비 35%까지 줄이는 산업 탈탄소화에 2030년까지 80억 유로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풍력, 태양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들어가는 5억 유로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 전기-하이브리드 차량과 저탄소 항공기 등 미래 운송수단 개발(40억 유로) ▲ 지속가능한 식품 개발(20억 유로) ▲ 바이오 의약품과 미래형 의료기기 개발 ▲ 문화콘텐츠 생산, ▲ 우주 여행 산업과 ▲ 해저 분야 등에 모두 30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검증결과] 프랑스가 '탈원전 뒤집기'?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소형 모듈형 원자로' 개발이 성공하면 원전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2030' 계획에는 SMR 뿐 아니라 수소 발전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다. 또한 프랑스의 원전 비중 감축 목표와 시점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이번 발표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프랑스가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친원전'으로 유턴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언론 보도
"프랑스 '소형 원자로' 투자, 탈원전 뒤집고 친환경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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