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화천대유 자문한 선배님들, 뭘 자문하신거죠

송길호 2021. 10. 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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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무려 수천억 원에 이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회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는 법률고문 내지 자문을 하던 많은 법률가들이 등장한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검사장 등 다수의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법원과 검찰에서 고위직을 지낸 법률가들이다. 현직에서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천대유와 인연을 맺었다. 변호사가 회사와 법률 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변호사의 전형적인 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와 이들의 해명을 듣다 보면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화천대유 측은 권 전 대법관, 박 전 특검에게 한 달에 1500만원을 줬다고 한다. 직원 14명에 불과한 소규모 자산관리업체인 화천대유가 거액을 들여 부동산 전문도 아닌 고위직 전관 변호사들을 영입한 배경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선배들인 이들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생긴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이하 편의상 ‘선배들’이라고 부르겠다.)

화천대유가 고위 전관인 선배들의 얼굴을 보고 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선배들이 형식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법무법인이라는 점을 들어 마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해명하는 것은 궁색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렇다면 선배들은 자문 계약 기간 동안 도대체 무슨 법률 자문을 했는지 묻고 싶다.

화천대유는 6년간 근무한 후 대리 직급으로 퇴사한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50억 원을 줬다. 논란이 불거지자 화천대유 측은 퇴직금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산재라고 해명하는 등 일관되지 않는다. 곽의원 아들은 300만원 정도 월급을 받다가 퇴직금을 포함해 5억 원의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다가 퇴사 전 50억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계약이 변경됐다고 해명했다. 자문을 맡았던 선배들도 이 돈이 실무상 퇴직금, 산재에는 해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다. 그렇다면 곽의원 측 주장대로 성과급에 해당한 돈이었나?. 대체 6년간 무슨 일을 했기에 성과금이 50억 원에 달하는지 궁금하다. 검찰은 곽의원 아들에게 전달된 50억 원을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선배들은‘50억 원’에 대해 어떤 자문을 했는지 묻고 싶다.

선배들은 대부분 화천대유 대주주인 기자 출신 김만배씨와의 인연으로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화천대유가 5000만원을 투자하여 지난 3년간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는 1억 465만원 투자해 약 1208억원을 배당받은 사실은 알고 계셨는지 궁금하다. 선배들은 이러한 막대한 수익이 단지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셨나?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개발사업의 민간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면서 일부 업체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게끔 함으로써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혔다고 의심하고 있다. 즉 화천대유 등에게 돌아간 수천억원대 이익이 원래는 성남시민의 것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업무상 배임의 어두운 연기가 진동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는 추가로 묻고 싶은 것이 많다. 지난해 7월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 전후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대법관실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만난 이유는 무엇인가.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나. 이 지사에 대한 원심 판결문에 ‘화천대유’란 단어가 3번이나 등장함에도 퇴임 후 불과 2달 만에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된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선배들은 퇴임 후에도 변호사보다는 전 대법관, 전 검찰총장, 전 특검, 전 검사장 등으로 불린다. 그만큼 선배들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지위에 있었고 시민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분들이다. 그러나 오해는 하지 마셨으면 좋겠다. 선배들이 대우를 받는 것은 특권층이라서가 아니라 공직 재직 중 맡았던 직책의 무게 때문이라는 것을. 선배들로 인해 법조계는 또다시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혹여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 오직 진실만을 진술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선배들이 수십 년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다양한 혜택에 대한 빚을 마지막으로 갚을 기회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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